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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2003.04.28 21:14

진실에 관하여

(*.46.8.213) 조회 수 4325 댓글 13
(글이 매우 신파조이니 주의바람)



나이 열아홉살의 어떤 여자가 있다.

최근 남자친구가 생겨 행복해하고 있는 그녀의 남자친구가 알고 있는 그녀는 부모님 모두 살아계셔서 아버지는 사업을 하시고 어머니는 살림을 하시는 단란한 가정에서 자랐고, 서울의 명문여대 새내기 학생이며, 저녁마다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아빠 차를 가지고 나갔다가 사고내서 빼앗겨 지금은 운전을 못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녀는 호텔주점에서 일명 "도우미"로 일하고 있고 저녁에 일하다가 전화못받으면 도서관에 있었다고 거짓말하고, 부모님도 없이 혼자 살고 있으며 학교라고는 고등학교 중퇴의 학력이 고작이다.

남자친구의 친구가 이 사실을 알게되어 무슨무슨 호텔로 가보라고 했고, 거기서 그녀는 자기 남자친구의 당황하고 배신감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보았다고 한다. 다시 돌아오게 하고 싶은데, 연락도 받지 않고, 정말 죽고싶은 마음뿐,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거짓말한것 정말 후회된다고 한다.

방금 필요한 것이 있어 인터넷을 열심히 보던 중에 이러한 고민을 써 올린 열아홉살의 여자(아이)를 보게되었다. 고민싸이트에 울면서 썼다는 글이니 사실이겠지만, 역시 너무나 뻔하고 흔한 스토리, 드라마에서 심심하면 한번씩 울궈먹는 스토리이다. 하지만, 괜시리 마음이 아팠다.

그녀의 "진실"을 대면한 순간, 남자친구가 지었을 표정하며, 그리고 그것을 물끄러미 역시 당황하여 바라만 보고 있었을 것이 분명한 그녀의 얼굴하며, 순간적으로 아, 내가 아닌 척 할까? 차라리 모르는 척 다른 사람인 척 할까?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생각은 해보지만 하얗게 비어만 가는 그녀의 머릿속.. 이 순간 내게 스치고 지나갔다.

과연 진실이 무엇인가?

그녀가 거짓말을 했다.. 는 것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라면, "진실"은 "그녀는 실상 유흥업소의 도우미 아가씨이자, 사고무친에다가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게다가 그렇게 거짓말을 밥먹듯 해버리는 나쁜 심성의 소유자였다"는 것이 된다.

거기서 한단계 나아가면 진실은 다음과 같은 인과관계를 포함하게 된다.

뻔하다고, 부모없이 제멋대로 자라서 배운게 없으니 거짓말도 잘하는 거라고.

다시 한단계 더 나아가면 다음과 같은 의도와 결말에 이르게 된다.

유흥업소에 다니는 걸 보니 얼굴은 좀 되는 모양인데 그걸로 남자 홀리고, 데이트 하면서 남자 주머니나 뜯어내다가, 어떻게 해서 신분상승(?)을 꾀하는 그런 여자라고. 어린게 못된 것만 배웠다고, 남자로선 지금이라도 "진실"을 알았으니 다행이라고, 헤어지는 것이 당연할뿐만 아니라 하등 동정의 가치도 없다고.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오빠, 나도 명절에는 가족들이 모여서 맛난 것도 해먹고, 친척어른들께 절하고 세배돈도 받고 싶어요.  나도 두꺼운 책 가지고 열심히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봄날이면 햇볕 따뜻한 캠퍼스를 걸어다니고 재잘재잘 떠들고 싶어요. 친구들과 학교 끝나면 영화도 보고, 미장원에도 가고, 또 봉사활동도 하고 그렇게 지내고 싶어요. 우리집도 아빠가 사업하시고 엄마는 집에서 살림만 해서, 돈걱정없이 집에 들어오면 엄마가 문열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혼자서 사는 것 정말 너무 싫어요. 예쁜 동생도 있었으면 좋겠구, 또 아빠차 가지고 내가 살짝살짝 나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즐겁게 놀았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이렇게 밤마다 이상한데서 돈벌구, 부모님도 없고, 학교도 다니지 못한 나는 오빠랑 어울리지 않겠죠. 오빠가 이런 모든 것을 안다면 나와는 사귀어보려고 하지도 않겠죠. 저는 정말 오빠랑 같이 애인하고 싶은데, 안되겠죠. 오빠가 나를 이런 모든 걸 떠나서 좋아해주기만 한다면 예쁜 여자친구가 될 자신이 있는데, 그걸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사랑하는데..

그가 선택한 진실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진실은 우리가 늘 그렇다고 생각하듯 "거기"에 늘상 고정되어 있는 것도, 숨겨져있다가 어느 순간에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진실은 항상 만들어지고 구성되어 떠오른다.

내가 지나온 시간들의 수많은 진실들은, 모두다 상황과 나와의 합작품이었다. 이젠 어떤 진실을 믿어야하나 혼란스러워지기도 했지만, 항상 진실이 먼저 있어 내가 그것을 믿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던 것이었다.

나의 진실들이,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억누르고 알아야할 것을 몰라도 되는 것으로 바꿔치기 하거나 나를 잔인하게 만들지 말았으면 한다.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태어난다"라는 말은 이제는 "이성으로 모든 것을 재단할 때 괴물이 태어난다"는 말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진실은 이성을 통해 알 수 있는 처녀림이 아니라 눈을 감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단 하나의 "무엇인가"이다.  
Comment '13'
  • 2003.04.28 21:21 (*.80.24.131)
    잼따.
  • gmland 2003.04.28 23:30 (*.83.165.241)
    평등의 개념? 그것은 그리스 이래, 법철학의 숙제이다.
  • gmland 2003.04.28 23:31 (*.83.165.241)
    평등의 실현? 그것은 칼막스이래, 정치이념의 숙제이다.
  • gmland 2003.04.28 23:33 (*.83.165.241)
    신분상승 ? 갖지 못한 걸 갖고 싶어하는 욕망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다. 아무도 그것에다 돌을 던질 순 없다.
  • gmland 2003.04.28 23:35 (*.83.165.241)
    거짖말,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준 것이 없다. 신분상승을 역이용하는 넘들이 오히려 위선자요, 범죄인이다.
  • gmland 2003.04.28 23:38 (*.83.165.241)
    원죄는 본원적 불평등. 계급사회. 강자의 베품에 대한 배신... 때문에 끝없는 투쟁이 지금도 펼쳐지고 있지 않은가 ?
  • humanist 2003.04.29 00:06 (*.253.33.253)
    으니님 괜챃아 졌나 봐요?
  • humanist 2003.04.29 00:08 (*.253.33.253)
    다행이네. 무슨 큰일 있는 줄 알았는데.
  • 저녁하늘 2003.04.29 00:12 (*.104.7.10)
    사춘기라잖아여^^
  • 알파 2003.04.29 01:49 (*.62.226.73)
    제 생각은 좀 다른데... 진실은 항상 "거기" 있습니다. 사람들은 코끼리 다리만 만져보고는 진실를 만들어 버리죠. 진실이 선택할 수 있는건가요?
  • 알파 2003.04.29 01:56 (*.62.226.73)
    진실을 선택한다는거... 멋있게 들릴 지는 모르지만, 언어도단에 가깝다고 생각함다.
  • 알파 2003.04.29 01:58 (*.62.226.73)
    그 남자가 선택해야하는건 두가지 진실중 하나가 아니라 여자친구의 거짓말을 용서할 것인지의 문제가 아닐까요...
  • gmland 2003.04.29 03:13 (*.79.171.238)
    으니님의 행간의 의미는 아마, 무엇이 진실인가 하는 실체의 규명이라든지, 그 절대적 기준이 없지 않는가 하는 점에 대한 회의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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