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릴 적에

by 보노보노 posted Apr 2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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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에, 내가 본 사진들 중에 정말 인상적이었던 사진은 어떤 백과사전에서 본 것이었다. 우리 집에는 들어오는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책이 많았는데, 그것은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아버지 덕분이었다. 그래서 집에는 어린 아이들이 보는 동화책종류뿐만 아니라, 소설, 전기, 잡지, 백과사전 등까지 없는 책이 없었다.

  아마도 여러 가지 식물이 나온 백과사전이었던 것 같은데, 내 손톱만큼 작은 싹이 엄청나게 큰 바위를 들어올리는 사진이었다. 흙 속에서 나오면서 위에 있던 바위를 들어올린 것이었는데 확대된 사진에는 조그마한 싹이 통통하게 나와 있었다.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 자신의 하늘을 짓누르고 있던 바위를, 그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작은 몸집으로 들어올리는 그 모습에 엄청난 전율을 느꼈다. 게다가 그 새싹의 색깔은 너무도 예뻤다. 여린 연두색의 상큼하고 풋풋한 그 색은 자연이라는 광활한 세계에 지금 막 자신을 내보이며 발 디딘 젊음을, 그 어떤 투지와 도전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또한 그 작은 몸집 여기저기에 붙어있는 흙 부스러기들은, 그가 아직 태를 다 벗지 못한 순수함을 가지고 있으며 일어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그 가느다란 줄기와 조그마한 떡잎이 얼마나 강해보였는지 모른다.

  그런 뒤로 나는 살아오면서 그 떡잎을 종종 떠올렸다. 어떤 사람들은 그 사진이 접사로 찍은 것이기 때문에 작은 떡잎이 크게 나온 것은 물론, 그 위에 있던 돌도 아주 작은 돌멩이가 크게 나온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읽었던 사진 설명을 기억한다. 그건 정말 바위였다고. 작은 떡잎도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렇게 힘을 쓰는데 나는 너무나 한심한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었다. 내가 생각하기엔 나는 무엇인가를 이루기 윟 전력으로 부딪힌 경험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가장 간단한 예로 공부에서부터 기타 여러 가지에 이르기까지, 사실 나는 순수하게 노력만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래서 그런 나 자신을 느낄 때마다 나는 그 싹의 사진을 떠올렸던 것이다.

  이제 봄이 되어서 잔디들도 조그맣게 머리를 내밀기 시작했다. 모두들 자신의 하늘을 향해서 나아가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태까지는 하지 못했던, "전심다하기"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꾸만 그 사진을 떠올리면서도 하지 못했던 것을, 다같이 출발하고 있는 이 봄이라면 해낼 수 있을 것도 같다. 사실 잊고 있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조금밖에 생각하지 못했었던 그 싹의 사진도,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난 것은 나에게 무엇을 해낼 힘을 얻을 계기가 된 것일거다. 나도 바위를 들어올리고 싶다.  



보노보노가 제 디스켓을 빌려가서 저장해놓은 수필을 허락도 없이 올립니다.

언제나 작은 내 동생, 엄마 옆에서 뺠~간 얼굴과 꼬물꼬물한 손발가락을 하고 울던 제 동생이 이제 대학교 2학년입니다. 제가 그 때 참 많이 아는 척을 하고 다녔던 것은 어느새 까맣게 잊고 녀석을 늘 어리게만 봤는데.. 녀석이 이런 글도 쓸 줄 아는군요.

언니랑 동생이라서 말하는 투가 너무 비슷하져? 그래도 잘 보면 다르긴 하지만요^^ 원래 서로 좋아하거나 아주 많이 미워하면 닮는답니다. 우린 정말 서로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자매지간이예요!! 아참, 막내 너구리도 빼놓을 수 없져. 기타 이야기는 아니지만, 근자의 지친 분위기에 조금 분위기 업~* 을 해보고자 낙서게시판에 또 하나 낙서를 보탭니다..

아참 메일 주소는 제 꺼예요.. 이따가 보노보노 보고 들어와서 고치라고 할게요. 보노 또한 기타 음악 메냐랍니다. 대학교 1학년 문학시간에 기타를 소재로 수필썼는데 잘썼다구 앞에 나와서 읽으라구도 했땁니다.. ^^ (이렇게 제가 막 동생 자랑한거 보노가 알면 저 주금이겠져.. --;;) 오늘밤엔 보노랑 얼마전에 구입한 푸홀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조곡을 듣고서 자야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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