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 이야기...

by 간절한 posted Oct 3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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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짬뽕과 이과두주의 계절이 오고야말았다.
요즘 같이 뼈마디 시린 날씨에 홀로 사는 이에게 이보다 더한
위로와 격려가 또 있으려나?
모든 중국요리의 기본은 불맛!!!
요리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에 화끈한 불맛을 보여줘야만 진정한
중국요리로 태어날 수 있다.
초강력 불기운으로 재료의 겉면을 순식간에 코팅하여 육즙을 고
스란히 보존하는 그 기술.
하여 그 흔한 짜장조차도 이러한 불맛기술의 부재로 인해 아무리
솜씨 좋은 주부라도 일반가정집 가스렌지로는 결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것이다.
불맛 가득한 짬뽕국물 한대접과 화끈한 이과두주.
주머니 사정이 좀 더 넉넉하다면 삼선짬뽕국물과 한결 깨끗한 이
곡주로 업그레이드를 시도해봄도 좋으리라.

불과 몇년전...이십대 시절에는 내 평생에 중국집에 홀로 앉아
짬뽕국물과 이과두주를 쩝쩝대며 맛나게 먹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현재 나와 같은 자...또는 상냥한 그녀와 함께 따뜻하게 취
해 보고픈 자...무엇보다도 현재의 나와 같은 미래를 예약한 자를
위하여 밑에 얼마간의 정보를 올린다.

1.명화원(792-2969)
삼각지역에서 나와 전쟁기념관에서 서울역 방향으로 가다보면 길가
에 있는 대단히...아주 많이 대차게 허름하고 지저분해 보이기까지
하는 중국집.
이 집의 탕수육...튀김공학의 진수!!!
왕만두,군만두...특히 왕만두는 포장판매도 하는데 대단히 소량만
빚기때문에 먹어 보기 무지 힘듬.
삼선짬뽕...가끔 가다가 좀 너무 싱겁다싶을때가 있지만 그래도 제
대로 된 불맛이 살아 있음.
외관상 거의 거지소굴 같은 집인데...오후 3시부터 5시 30분까지는
재료 준비를 핑계로 직원들 낮잠 잠.
그리고 한달에 네번 있는 일요일중에서 두번은 쉼.
나머지 두번도 오후 다섯시까진가 밖에 영업 안함.
이집에 가시면 꼭 튀김공학의 진수라 할 수 있는 탕수육과 불맛 제
대로 살아 있는 삼선짬뽕 드시기를.
참고로 이 집을 여럿이 갔을때 주머니 사정으로 인하여 허전하게
드셨다면 그 근처의 삼각지 대구탕 골목으로 직행 하실 것.
엄청 많은 집이 대구탕 골목을 형성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원대구
탕(797-4488)이 싸고 맛있음...육천원에 무한정 리필 되는 볶음밥이
공짜!!! 탕수육 먹고 먹으면 더 더욱 맛있음.

2.야래향
회현역 1번출구를 나와서 근처의 렉슨호텔을 찾아 간다.
그 옆 골목에 자그마한 중국집이 내 지갑을 수차례 거덜 낸 바로 그
집이라네.
들어가보면 테이블 5개 밖에 없고...주방도 뻥 뚫린채로 손님을 향해
있는 대단히 소규모의 중국집이다.
훤히 들여다 보이는 주방에서 사장이 직접 불맛내기를 하고 있다.
이 집은 보통 중국집보다 훨씬 비싸며 호텔보다는 조금 싸다.
그래도 전혀 아깝지 않다.
이 집에서 요리에 사용하는 재료의 신선함은 별 다섯개 호텔주방도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20살때 호텔 주방청소 아르바이트 했었는데...
정말 밥맛 떨어지는 사연 많음)
우선은 탕수육. 소스에 레먼이 들어 갔는데 그 누구도 이 집 탕수육의
첫맛에 반대표를 던질 수 없다.
하지만 레먼때문에 접시를 비울때쯤이면 입맛이 조금 씁쓸해진다.
돈낼때가 가까워져서인가?
짬뽕...오직 삼선짬뽕만 판다.
내용물은 상관 없다.
오직 불맛 화끈하게 담겨 있는 국물.
그리고 이 집에서 맛볼 수 있는 특미...이곡주!!!
이과두주가 60도인데...이 이곡주는 40도...값은 이과두주의 두배가 넘
는 7000원...하지만 그 깨끗함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을껄???
술의 도수 얘기가 나와서 하는 얘긴데...이과두주에는 보통 55에서 58도
라고 주도가 적혀 있다.
근데 실제로는 60도가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왜 도수를 줄여 표기를 했냐하면 중국에서는 술이 60도를 넘어가면 세금
이 엄청나게 붙는단다...정말 맞는 얘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과두주
를 두병 이상 마시는 것은 꼭 피를 토해 보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닐까...

3.일품향.
명동 중국대사관 앞길의 중국집 상가에서 이층에 자리잡고 있는 꽤 깔끔한
분위기의 중국집이다.
딴 거 볼 거 없다.
이 집은 오직 전가복과 삼선짬뽕이다...굳이 더하자면 계란탕 정도?
전가복...송이와 전복을 주재료로 만든 요리인데 너무나도 비싼 가격에 결
코 나를 위해서는 주문할 수 없는 머나먼 그대.
가시는 분은 괜히 눈돌리지 말고 꼭 삼선짬뽕을 시키시길.
이유는 단 하나.
엄청나게 푸짐하다.
짬뽕의 첫째 조건이 불맛이라면 두번째 조건은 배추!!!
사실 동네 중국집에서도 짬뽕에만큼은 반드시 배추를 넣어야만한다.
배추의 구수함이 들어 있지 않은 짬뽕은 진정한 짬뽕이라 할 수 없기에...
이 집 짬뽕은 불맛이 조금 약한 반면 배추와 해물의 쓰임새가 대단히 풍요롭다.

4.신신원
인사동 거리 한복판에 있는 집.
요리는 왠만하면 시키지 마시고 짜장 아니면 짬뽕.
이 집의 짜장은 대단히 흐릿하다.
벙커씨유를 연상케 하는 동네 진한 짜장에 질리신 분은 꼭 한번 드셔 보기를.
그래도 이 집의 최고는 짬뽕...4000원.
동네보다 500원 비싸지만 분명 그 값을 제대로 하고있다.
배추와 홍합이 정녕 절묘하게 구수한 국물맛을 내주고 있다.
짬뽕을 시키면 꼭 수저를 같이 주는데...먹다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면발 다 먹고나서 수저로 호물호물 부드러운 야채고명을 떠먹는 그 맛이란...
끝내는 국물 몇 수저밖에 안 남기고서도 이과두주를 시키고야 말게끔 한다.

5.동천홍
압구정에 있다.
요즘 압구정에 이쁘장하게 치장한 퓨전 스타일이라는 중국집들이 꽤나 많은데
그 중에서도 장사 잘 되는 집이다.
이 집은 일명 하얀짬뽕을 팔고 있다.
정식 명칭은 사천탕면.
중국의 사천 지방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무지하게 좋아하는데...그 매운 정도가
우리나라 청양고추를 훨씬 더 능가한다고 한다.
사천탕면...얼핏 보기에는 허옇고 굴까지 잔뜩 들어 있어서 별루 안 매울 것 같
은데 먹다보면 꽤나 맵더라.
남들은 하얀짬뽕 맛있다고 허벌라게 먹던데...난 솔직히 별루다.
맛보다도...압구정의 분위기를 무지 싫어해서리...
근데 왜 적었냐공???
빨갱이 싫어하고 백의민족 운운하는 분들을 위해서.
요즘 선거철이잖아여*^^*


아~...10군데 넘게 쓰려고 했는데 현재 시각은 깨어 있다면 누구나 배고플
...새벽 5시.
더 이상 못참겠다...먹어 주는 수밖에.
울 동네 근처에 24시간 중국집 있다.
값도 싸고 짬뽕국물에 대한 서비스 정신은 국내 최고다.
주저 말고 출동!!!~~~
흠...홀로인 자가 누릴 수 있는 그나마의 자유요,...만용.

아참...깜빡할뻔 했네.
중국에선 짬뽕 안판다고 하던뎅???
* 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04-0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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