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의 길들이기에 대한 질문

by 애호가 posted Sep 08, 201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 - Up Down Comment Print
안녕하세요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 올립니다.
한동안 기타를 놓았다가 다시 기타를 시작했는데요...
제가 미쳤는지 기타를 충동구매하고 있는 중입니다.
준 연주용 기타(신품가 기준 500-1000만원 사이)만 11대를 최근 2년동안 구입해서 악기들을 관찰중인데요....
몇가지 궁금한 내용이 있어서 혹시 경험이 있으신 분들에게 질문 올립니다.

현재 소장하고 있는 악기는 1989년 영국 악기(스프),1994년 스페인 악기(스프),1994년 영국악기(스프) 2001년 미국 악기(스프), 2001년스페인 악기 (시더) 2003년 미국 악기 (스프) 2001년 미국 악기 (스프) 2011년 영국 악기, 2006년 한국 악기,1993년 한국 악기(시더) 그리고 1986년 독일 악기 (스프)
이 악기들을 매일 관찰하면서 쳐 주고 있는데(겨울에는 가습기 두대를 하루 세번씩 갈아주고 여름에는 에어콘을 돌리면서 난방기를 돌리는데 전기세가 만만치 않네요....40평 작업실을 난방하면서 24시간 에어컨을 돌리느라)

악기들을 관리하면서 느낀것은
악기들의 성능 변화의 기복이 장난이 아니더라는 겁니다.
계절별로 , 줄 상태별로, 연주시간 별로 (손에 땀이 많아서)
중고 악기들의 경우 이미 길들이기기 기간이 끝나서 음의 변화가 없을 줄 알았는데 그 중 선호하는 악기 몇대는 좀 더 쳐주고 애정을 가지고 만졌더니  극적으로 음량이 커지고 소리가 터져더군요.
걔중 2001년 미국 악기는 제 손에 처음 올때는 고음빡빡하고 저음은 장력이 뻣뻣하여 음색은 좋은데 이거 가능성 없는 악기로 낙인을 찍어버렸었는데...... 두해 지나서 지난 겨울부터 장난이 아니게 소리가 터지더군요.
거의 명기급 악기로 거듭났습니다.
보통 악기를 한두시간 쳐 보고 평가하는데 최소한 2년은 관찰해 보고 기다려 줄 필요가 있겠구나 싶더군요.
이렇게 극적으로 악기가 변화하는 것이 어떠한 이유인지가 궁금하네요.
단순히 줄 자주 갈아주고 자주 쳐 주었다는 것 때문일지 아니면 온습도가 맞지 않는 곳에서 보관되다가 온습도가 악기의 최적 상태로 변화해서 악기가 따라 변한건지.

주위에서 진짜 내 손에 딱 맞고 내맘에 딱 드는 악기는 새악기를 주문해서 최초 6개월-1년의 기간동안 잘 길들이면 그 어떤 명기보다 내 맘에 드는 악기가 된다는 조언을 듣고 새 악기를 주문했더랬습니다.
악기를 받은것이 올 8월 인데요.....영국에서 홍콩으로 배송해서 홍콩인 친구를 통해 전해 받았습니다.
기타를 딱 받은 순간.....이거 완전 당했구나 싶을 정도로 악기가 형편이 없었습니다.
우선 앞판이 출렁하고 살짝 울어있었고 탄현을 하는데 답답하다못해 바다에서 막 건져낸 물미역 같은 소리가 나더군요.
그리고 1번 줄 하이 포지션에서 맥놀이가 심하게 나서.....거의 자포자기 심정이 었더랬습니다.
8월 당시에 에어컨이 고장나서 2주 정도 습도가 높았었는데....에어컨 고치고 나서 조금씩 정상에 가까운 소리를 내더군요.
그래도 음량이나 밸런스나 음색이나 합판 기타수준이더군요. ..그저 이 소리는 기타에서 나는 소리구나 하고 알 정도...
대략 신품가 800-900 만원 가는 악기인데 말이죠.
포기하고 줄도 갈지 않고 그냥 보관만 하다가 후배가 놀러왔는데...쳐보고는 와 이 악기 음색 매력있다고....하더군요.
저는 방출을 결심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전체적으로 약간 배음이 섞이면서 매력은 있는 악기였는데 후배는(이 친구 기타 20년 정도 친 친구 입니다.) 가능성을 본 거였죠.
그래서 새 줄로 갈았는데 (동일한 사바레즈 알리앙스 벌크) 허....맥놀이가 싹 사라지고 정상적인 악기 소리가 나는 겁니다.-여기서 알게된건.....기타줄도 편차가 장난이 아니라는 거지요....----
그 이후로 매일 2시간씩 아포얀도로 길들이기를 하고 있는데.....2주만에 지옥에서 천국으로 갔습니다.
처음에 전혀 소리도 나지 않고 밸런스 엉망에 이상한 소리가 났던것이....
배송과정과 제게 배달될 때 이번 여름의 혹독한 습기 때문에 악기가 불면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앞판이 힘을 받다보니 판이 울어주질 못한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만....
하여간 대류식 난방기(직접 열을 복사하는 난방기 말고 내부에 액체를 데워서 난방하는 라디에이터 형태의 난방기) 근처에 두고 악기를 말리면서 에어컨을 돌려서 습도를 50퍼센트 근처로 유지하기를 2주째.
그리고 어제 새 줄을 갈았습니다....

결과는 전 대역에서 밸런스가 잡힌 소리가 나면서 진한 스프루스 특유의 음색과 엄청난 음량으로 악기가 우는 군요.

너무나 극적인 변화 (과장 하지 않고 처음 상태는 옛날 세고비아 10호 짜리 소리였습니다.)를 이번에 겪으면서 우리가 악기에 대해 너무 모르고 너무 쉽게 단정을 내리고 평가를 하는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자는 말이라도 통하지만 악기는 말도 통하지 않고.......여자 마음 아는 것도 어려운데 기타라는 악기는 더 어렵네요.

지금까지 콘서트급 혹은 준 콘서트급 수제 악기를 15대 가량 소유했었습니다만 정작 악기가 원하는 조건에 대해 깊게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어쩌다 한번씩 치면서 이악기는 이렇고 저 악기는 저렇다고 섣부른 판단을 내린것이 부끄럽게 느껴지는 군요.
그런데 지금까지 콘서트급 악기들 매물을 많이 보고 다니고 했었지만....실망스러운 악기가 참 많았습니다.
이름만 명기지 이름값 못하고 돈 값 못하는 악기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어쩌면 그 악기들은  주인이 최적 조건도 맞추어 주지 않고 이름값 못한다고 구박하던 악기들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건조한 사막기후에서 만든 기타가 여름의 우리나라에서 소리가 잘 난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요즘은 악기는 사용할 지역의 기후와 유사한 조건에서 제작된 악기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쨌건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제가 궁금한 것은.
1. 올드 악기들도 길들이기가 가능한가  (이론 말고 실제 경험으로)-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변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길이 들여진 것인지 악기가 환경 변화에 적응한 것인지는 결론을 못 내리겠습니다.
2. 새악기가 길들여 지는 매커니즘에 대한 견해- 탄현에 의해 악기의 세포단위의 변화 라던가 환경적인 수축과 팽창에 따른 자리잡아가기가 더 큰 요인이라던가 하는......
3. 길들이기로 가능한 교정 범위(이를테면 볼륨이라는지 음색,다이나믹등등) 와 불가능한 범위 (울프톤이나 데드톤, 혹은 각 현간이 밸런스 또는 음색차이 또는 체감장력 혹은 현이 뻣뻣하게 버팅기는 느낌 등등)
4. 새악기의 길들이기 기간이 따로 있다고 보시는지 , 그렇다면 길들이기 기간을 놓친 악기는 교정이 어렵다고 보시는지
5. 새악기를 길들이는 요령과 방법에 대한 견해
6. 새악기를 평가하는 기준 (첫눈에 가능성 있는 악기를 알아볼 수 있는 요령등등
7. 좋은 악기에 대한 회원 여러분 나름의 기준

이러한 문제에 대한 경험이 있으신분께서 답글을 달아주신다면 많은 참고가 될 듯 싶네요.

하여간.....악기 하나 관리하는것이 애하나 보는 것 만큼 어렵네요.
좀 배우고 알고 악기를 소유해야 겠습니다.
기타 수집도 좋은 취미가 될 수 있겠지만....제게는 너무 버거운 취미같고......제게 허락된 시간동안 애정을 쏟을 수 있는 몇대의 악기만 평생 함께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많은 악기는 허욕이자 사치인듯 싶습니다.

Articles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