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GuitarMania

한국어
(*.255.173.87) 조회 수 7397 댓글 6




안드레즈 세고비아를 얘기 하자면 그가 세계적인 연주가로 발돋음 하는데 기여한
처음 악기가 마뉴엘 라미레즈라는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바로 그 마뉴엘 라미레즈는 산토스 에르난데스가 라미레스 공방에서
작업반장으로 일하던 시절에 만든 11현 기타였다.
그 악기는 Gimenez Manjon의 주문을 받아 만든 기타였는데, 당치않은 흠을 잡는
바람에 성깔이 있는 에르난데즈가 내주지 않아 진열장에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산토스는 전면판과 브릿지를 교체하고, 네크도 6현용으로 좁히고, 헤드 윗면에는
11개의 구멍을 가리기 위해 덧판을 붙였다.




산토스 에르난데즈(1874∼1943)는 스페인과 미국에서도 세고비아(1893∼1987)와
오랜 세월을 같이 하였다.

세고비아는 수시로 기타를 수리하였는데, 늘 그 기타를 제작한 에르난데즈에게
의뢰하곤 하였다.
당시, 스페인의 명장들이 거의 다 세상을 뜬 까닭에 오직 남아있는 유명 제작가는
에르난데즈 밖에 없다시피 하였다.

여기서부터 에르난데즈와 세고비아의 질긴 악연이 시작된다.
하루는 세고비아가 문제의 마뉴엘 라미레즈를 수리하러 에르난데즈의 공방을 찾았다.

세고비아보다 19살이나 나이가 많은 에르난데즈가 말하기를,
“야 안드레즈, 네 기타는 내가 만든거 너도 알잖아?
이제 라미레즈도 돌아가셨으니까 기타 라벨을 내 것으로 바꿔 붙이자“

세고비아가 대답하기를,
“싫어요, 그냥 라미레즈 라벨 위에다 기록 하세요”

에르난데즈가 수리를 끝냈을 때 그 기타 속에는 라벨이 2개나 붙어있었다.
내용인즉 1922년에 산토즈 에르난데즈가 수리하였다는 기록이었다.
그 시절에는 명기를 고치면 수리내용을 기입하거나 메모를 덧붙이는 관행이 있었다.
그러나 에르난데즈는 자신의 고유 라벨에다 수리내용을 기입하여 덧붙인 것이다.




어느 날 비밀주의 성향의 에르난데즈는 몹시 화가 나있었다.
세고비아가 마뉴엘 라미레즈를 내려놓고 헤르만 하우저라는 독일 사람의 기타로 연주를
한다는 소문을 들은 것이다.
게다가 그 악기는 자신이 만든 라미레즈를 하우저에게 내어주고 그걸 모델로 만들게
하였다는 것이다.


얼마 후 세고비아가 그 악기를 다시 수리 받으러 오자, 산토는 그 악기를 빼앗아
버리고 한동안 돌려주지 않고 버텼다.

에르난데즈는 쇼 윈도우에 보란 듯이 그 악기를 내어 걸기도 하였다.
뿐아니라 예쁜 소녀 기타리스트가 그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홍보물로도 제작하였다.
그 소녀의 이름은 에밀리따 였는데 얄궂게도 훗날 세고비아의 3번째 부인이된
에밀리야가 바로 그 소녀였으니 묘한 인연이기도 하다.


그 후에도 에르난데즈는 세고비아가 악기수리를 맡기러 올적마다 새 악기를 선보였으나
세고비아도 결코 받아들이지 않았다.

산토스 에르난데즈는 자신이 만든 악기를 두 번이나 빼앗을 정도로 괴팍하였으며,
제자조차 키우지 않았을 뿐아니라, 자손들도 가업을 이어받지 않았다.


---------------------------------------------------------------------------

[P.S.] :

위의 사진은 20여년전에 제게 들어온건데, 산토스 에르난데즈가 생전에 사용하던
전면판 작업용 형틀이다.

산토스의 자손은 창고(차고)에 남아있는 작업도구와 쓰레기들을 말끔히 청소하는
조건으로 남아있던 기타재료를 팔아버렸다.

그때 나도 전면판 5장을 구입했는데, 제대로 명품 한번 만들어보지도 못한채
다 소진되고 말았다.
    
Comment '6'
  • 고레 2011.08.16 14:57 (*.148.137.196)
    예페스에 대한 재밌는 일화도 알고 계시면 얘기 부탁 드립니다.
    세고비아 만큼 예페스도 무척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그 이름이 많이 잊혀져 가는 것 같아서 아쉽네요.^ ^*
  • 최동수 2011.08.16 16:01 (*.255.173.87)
    예, 어디 자료가 좀 있는지 찾아 봐야죠.

    그런데 저는 기타제작 위주의 자료밖에 없을 뿐아니라,
    워낙 음악에는 아는게 없어서, 연주가 얘기는 자신이 없군요.
    자신의 분수를 알아야지요.

    연주가분들께서 글을 올려주셔야되는데....
  • 맑은느낌 2011.08.16 19:40 (*.76.61.188)
    참 재밌습니다 연습하다 쉴적에 이곳에와서 해박하신 최동수선생님과 기타매니아여러분들의 글들 읽는게 저로선 하나의 낙입니다
  • 최동수 2011.08.19 16:36 (*.255.173.87)
    고레님의 요청해 의해 예뻬쓰 얘기도 올렸는데 미흡 하신가 봅니다.

    기타와 관련있는 얘기꺼리만 고르고, 연주에 관한 얘기들은 자제하느라고...
  • 2011.08.19 20:35 (*.166.151.198)
    gimenez manjon과 segovia의 관계가 요렇게 되네 .... manjon에대한 정보는 거의없었는데.
  • 최동수 2011.08.19 21:33 (*.255.173.87)
    네, 하하하하.
    수치스럽게도 Manjon이 값을 깎으려고 생트집을 잡았다고...
    Jose Ramirez 3세 저 [Things about Guitar]190페이지에 써있네요.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신규입점자 신년이벤트) 기타매니아 홈 메인광고 받습니다(배너제작 가능) 23년 1월 31일까지 file 뮤직토피아 2023.01.19 149632
공지 [공지] 파일 첨부기능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개선완료.. 뮤직토피아-개발부 2021.02.17 173283
공지 "댓글" 작성시 주의부탁드립니다. 4 뮤직토피아 2020.03.09 181327
공지 "기타메니아" 문자/로고 사용에 관한 건 뮤직토피아 2020.02.14 162295
공지 [필독 공지] 연주회 소식을 메인에 노출을 했습니다. 2 뮤직토피아-개발부 2019.11.02 186451
13417 7-로마니요스 기타 제작기 36 최동수 2011.08.17 10362
13416 6-세고비아에의 헌정사 9 최동수 2011.08.17 9421
13415 백악관에서...세고비아 7 기타언구 2011.08.17 7247
13414 프랑스 파리에서의 변보경님 연주 17 2011.08.17 10943
13413 일본 야후 옥션의 기타 3 file 리브라 2011.08.16 8041
13412 가을 작은음악회 때 듀오하실 분 5 금모래 2011.08.16 6640
13411 5- 예뻬스와 10현 기타 6 file 최동수 2011.08.16 9825
13410 브레이싱 구조 1 file 2011.08.16 10024
» 4-산토스 에르난데즈와 안드레즈 세고비아 6 file 최동수 2011.08.16 7397
13408 [re] 산토스 에르난데즈와 안드레즈 세고비아 1 file 2011.08.16 8105
13407 3-名匠과 巨匠은 서로 알아본다 3 file 최동수 2011.08.15 7535
13406 2-스멀만 기타 18 file 최동수 2011.08.15 9172
13405 브릿지의 종류 3 file 2011.08.14 7339
13404 흑단종류 2 file 2011.08.14 19181
13403 가을 매니아칭구 작은음악회.1. 14 file 콩쥐 2011.08.13 7967
13402 가을 매니아칭구 작은음악회.2. 3 file 콩쥐 2011.08.13 8998
13401 가을 매니아칭구 작은음악회.3. 1 file 콩쥐 2011.08.13 6980
13400 기타유학 조언 부탁해요 3 기타사랑 2011.08.12 6992
13399 1-세고비아의 일화들 28 file 최동수 2011.08.12 15882
13398 미니어쳐 튜닝머신 아시는분... 4 예스파 2011.08.12 8120
13397 변보경 동네연주 2 9 file 금모래 2011.08.12 23054
13396 지상 최고의 레슨 3 2011.08.11 11775
13395 기타 강사 모십니다 ahtudy 2011.08.11 12436
13394 window 7에서 앙코르 쓰시는 분 3 문주은 2011.08.11 11336
13393 변보경양 동네 연주회 17 file 한태훈 2011.08.10 9069
13392 한기연 8월 모임을 무기한 연기합니다 7 칸타빌레 2011.08.09 7470
13391 샤콘느1004님 연락 바랍니다 hasim 2011.08.09 7565
13390 라미레즈는 역시 .. 20 2011.08.08 9470
13389 변보경양과 즐거운 시간 13 file 최동수 2011.08.08 10432
13388 칭구 자동차에 탔다가.... 6 file 언니 2011.08.08 15568
Board Pagination ‹ Prev 1 ... 127 128 129 130 131 132 133 134 135 136 ... 579 Next ›
/ 579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hikaru100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