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산토스 에르난데즈와 안드레즈 세고비아

by 최동수 posted Aug 1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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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즈 세고비아를 얘기 하자면 그가 세계적인 연주가로 발돋음 하는데 기여한
처음 악기가 마뉴엘 라미레즈라는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바로 그 마뉴엘 라미레즈는 산토스 에르난데스가 라미레스 공방에서
작업반장으로 일하던 시절에 만든 11현 기타였다.
그 악기는 Gimenez Manjon의 주문을 받아 만든 기타였는데, 당치않은 흠을 잡는
바람에 성깔이 있는 에르난데즈가 내주지 않아 진열장에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산토스는 전면판과 브릿지를 교체하고, 네크도 6현용으로 좁히고, 헤드 윗면에는
11개의 구멍을 가리기 위해 덧판을 붙였다.




산토스 에르난데즈(1874∼1943)는 스페인과 미국에서도 세고비아(1893∼1987)와
오랜 세월을 같이 하였다.

세고비아는 수시로 기타를 수리하였는데, 늘 그 기타를 제작한 에르난데즈에게
의뢰하곤 하였다.
당시, 스페인의 명장들이 거의 다 세상을 뜬 까닭에 오직 남아있는 유명 제작가는
에르난데즈 밖에 없다시피 하였다.

여기서부터 에르난데즈와 세고비아의 질긴 악연이 시작된다.
하루는 세고비아가 문제의 마뉴엘 라미레즈를 수리하러 에르난데즈의 공방을 찾았다.

세고비아보다 19살이나 나이가 많은 에르난데즈가 말하기를,
“야 안드레즈, 네 기타는 내가 만든거 너도 알잖아?
이제 라미레즈도 돌아가셨으니까 기타 라벨을 내 것으로 바꿔 붙이자“

세고비아가 대답하기를,
“싫어요, 그냥 라미레즈 라벨 위에다 기록 하세요”

에르난데즈가 수리를 끝냈을 때 그 기타 속에는 라벨이 2개나 붙어있었다.
내용인즉 1922년에 산토즈 에르난데즈가 수리하였다는 기록이었다.
그 시절에는 명기를 고치면 수리내용을 기입하거나 메모를 덧붙이는 관행이 있었다.
그러나 에르난데즈는 자신의 고유 라벨에다 수리내용을 기입하여 덧붙인 것이다.




어느 날 비밀주의 성향의 에르난데즈는 몹시 화가 나있었다.
세고비아가 마뉴엘 라미레즈를 내려놓고 헤르만 하우저라는 독일 사람의 기타로 연주를
한다는 소문을 들은 것이다.
게다가 그 악기는 자신이 만든 라미레즈를 하우저에게 내어주고 그걸 모델로 만들게
하였다는 것이다.


얼마 후 세고비아가 그 악기를 다시 수리 받으러 오자, 산토는 그 악기를 빼앗아
버리고 한동안 돌려주지 않고 버텼다.

에르난데즈는 쇼 윈도우에 보란 듯이 그 악기를 내어 걸기도 하였다.
뿐아니라 예쁜 소녀 기타리스트가 그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홍보물로도 제작하였다.
그 소녀의 이름은 에밀리따 였는데 얄궂게도 훗날 세고비아의 3번째 부인이된
에밀리야가 바로 그 소녀였으니 묘한 인연이기도 하다.


그 후에도 에르난데즈는 세고비아가 악기수리를 맡기러 올적마다 새 악기를 선보였으나
세고비아도 결코 받아들이지 않았다.

산토스 에르난데즈는 자신이 만든 악기를 두 번이나 빼앗을 정도로 괴팍하였으며,
제자조차 키우지 않았을 뿐아니라, 자손들도 가업을 이어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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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위의 사진은 20여년전에 제게 들어온건데, 산토스 에르난데즈가 생전에 사용하던
전면판 작업용 형틀이다.

산토스의 자손은 창고(차고)에 남아있는 작업도구와 쓰레기들을 말끔히 청소하는
조건으로 남아있던 기타재료를 팔아버렸다.

그때 나도 전면판 5장을 구입했는데, 제대로 명품 한번 만들어보지도 못한채
다 소진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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