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내 기타를 보자는 분이 있어 만났다. 밤중에 옹진군청 2층 휴게실로 잠입(?)한 우리는 악기 소리를 감상하기에 최적이라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당시 찾아온 분이 두 분으로 한 분은 기타 수강생을 가르치는 분이라 했고 다른 한 분도 꽤 오랫동안 기타를 다뤄온 분이었다. 당일 두 분에게 보여드린 기타는 일제기타다. 사운드홀 안쪽의 48. 3. 23 표기가 제작연도라면 그야말로 공동품이 따로 없다.
그런데 기타를 연주하던 강사라는 분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6번줄 4번과 5번 플렛에서 약간의 버징이 발생한다 지적하였다. 나는 그럴리 없다 했지만 그 분 연주에서 분명히 불규칙적으로 터지는 버징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옆엣분이 기타를 건네받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연주했지만 사람마다 액션이 다르니 딱히 뭐라 단정지을 수 없었다. 아무튼 강사라는 분이 연주하면 위에 지적한대로 버징이 발생했다.
약30분의 만남을 가진 후 우리들은 헤어졌다. 기타를 들고 귀가한 나는 늘 앉아 연습하는 지정석에 자세를 잡고 기타를 품에 안았다. 곧장 기본 스케일을 연습했다. 순간 기타줄의 장력이 예전과 다르다는 걸 느꼈다. 그렇다. 헤드의 줄감개(tuning peg)가 세바퀴 풀어진 상태였던 것이다. 평소 연습을 하고나서 반드시 줄감개를 세바퀴 돌려놓는데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군청에 나갈 때에도 기타줄이 세바퀴 풀어진 채였다. 순간 나도 몰래 실소가 터져나왔다. 군청 2층 휴게실에 모인 일행 모두 줄이 세바퀴나 풀어진 것도 모르고 '소리 좋네' '버징이 나네' 어쩌고 했던 것이다. 나야 그렇다 치고 대체 그 분들은 뭐란 말인가? 기타를 가르치는 강사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매끄럽게 연주하던 또 한 분...
마음을 가다듬고 튜닝기를 걸어 1번줄부터 튜닝을 했다. 세바퀴 풀어진 게 맞았다. 음을 정상으로 맞추자 6번줄에서 발생하던 버징도 깨끗해졌다. 기타도 절대음이 기본일텐데 왜 세바퀴나 풀어진 기타를 치면서도 우리들은 까마득히 몰랐을까? 지금 생각해도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