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기타를 한대 삿습니다.
그 당시 그 기타의 최고사양은 50호였고 제 기타가 15호였으니
아마도 지금 사양으로 따지자면 150호 정도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학생 신분에 나름 고가의 기타를 구입했죠.
소리가 참 예쁘고 좋았습니다.
주위 사람들도 한번씩 쳐보고는 야 이거 음반에서 듣던 소리같네 하면서
탐을 냈죠.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제 기타는 나이를 먹고 노쇠한 흔적을 여기 저기 드러냅니다
넥과 바디의 결합부위가 뜨기도 하고
넥에도 나무끼리 붙여놓은 부위가 금이가고
넥이약간씩 굽은 것 같기도 하고
전판도 금이 조금씩 가고
그 당시엔 수리한다는 생각 자체를 해보질 못해서 별 대책이 없어서
그냥 5초본드같은걸 살짝 발라 붙여놨습니다.
소리도 먹먹해지고 여기 저기 잔 흠집도 많이 나고...
오랜만에 기타 케이스에서 꺼내놓고 보니
예전 대학시절에 연주회 준비하면서 부대꼈던 선후배들 그리고 무더웠던 여름날..
많은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가슴이 뭉클해지네요.
20년도 더 전의 일입니다.
내가 나이 먹은 생각은 못하고 기타 나이 먹은 흔적만 보입니다.
예전 그 아름답던 그 소리를 되돌려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수소문을 해서 공방 전화를 알아냈습니다.
아직 공방이 있다는게 참 반가웠습니다.
공방에 전화를 해서
오랜된 기타가 있는데 손을 좀 보고싶다 가능하겠느냐 물어봤습니다.
"내가 만든 기타가 수만대는 될 것 같은데 그걸 다 A/S 하다보면 나는
기타를 언제 만들겠습니까?
너무 오래된 기타는 손보기가 곤란하니
가까운 악기점에 수리를 의뢰하시는게 좋겠습니다"
그러시더군요.
물론 제작자 입장도 어느정도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기타를 구매한 사람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점검 비용이나 수리 비용을 지불하겠다 해도 손사래를 친다면
그 기타를 정말 보도듣도 못한 악기점으로 들고가야합니까?
낙원으로 기타를 가지고 가라고 하시더군요.
지방에 사는 제가 그 기타 들고 길도 모르는 낙원 상가 헤매기도 좀 어렵지 않습니까?
기타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