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2010.08.16 17:34
창덕궁을 거닌 이탈리안 기타리스트, 루카와 가이아
(*.123.125.39) 조회 수 7097 댓글 16
어제, 루카와 가이아 두 이탈리안 기타리스트와
그의 아내 마르타와 함께 창덕궁을 오랜만에 산책했다.
창덕궁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서울의 고궁인데다가
이분들의 숙소가 마침 인사동인지라 바로 의기투합하여 합의보고 출발.^^
모두 저보다는 훨씬 젊은 분들이라 그런지
사실 시차 적응과 낯선 곳에 대한 약간의 긴장감등 으로
심신이 피곤할 터인데 흔쾌히 응했다.
창덕궁에서 이어지는 비원까지 두개의 매표소를 통과해
그 넓은 궁을 돌아보는 데는 대략 2시간 이상이 소요되었다.
장구한 조선 왕조의 기품과 우여곡절이 서려있는 창덕궁...
태종 때 건축되었다가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다시 건축된 창덕궁은
동쪽에 위치한 경복궁과는 분위기와 느낌이 많이 다르다.
건축학적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할 이야기가 많겠지만
그런쪽에 지식이 없는 내겐 전체적인 건축물이 자아내는 느낌에 더 충실하게되는 듯 하다.
산속의 풍채와 거목들이 병풍을 두르듯 휘감아 내려가고 잇는 궁의 곳곳에는
작은 못과 정자들이 운치를 더하며 배치되어있어
당대의 풍류와 아련한 왕조의 한이 소리를 죽이며 메아리치는 듯하다.
수백년전에 이곳에서 연회를 하며 정사를 돌보고 풍류를 즐겼다고 하니
가이아는 그럴 것같다며 정자에 앉아 조선의 여인처럼(?) 흉내를 내보이기도 했다.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빠른 교통수단인 날틀,
비행기를 타고도 11시간 이상이 걸려야 겨우 도착하는 극동에 위치한 나라, 한국...
내가 파리에서 경험한 바로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아는 사람은 인구의 채 몇퍼센트가 되지않을 정도로
인지도가 많이 떨어지는 나라 중의 하나다.
겨우 북한 정도나 이상한 나라 쯤으로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낯선 이방인들에게 우리문화의 전통과 역사가 응축되어잇는 이 궁은 어떤 그림으로 다가올까?
사실 나는 걸어나오면서 나의 경험을 반추하며 그들의 생각이 궁금해졌지만 사실 알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아마도 조형물의 특이함이나 자연경관에 매료되지 않았을까하는 추측을 해본다.
사실 낯선 사람에겐 서로 다른 문화코드가 눈에 들어오게 마련이다.
일단 궁 내부 건물들이 자신들의 나라인 이탈리아와는 다르게
그리고 그들이 현재 활동하는 파리의 건축물과도 다르게 목조건물이라는 점...
곳곳에 혼령처럼 서있는 유교 문화나 불교 문화의 흔적들....
당시 궁 내부에서 남녀가 처소를 따로 마련하여 낮시간을 보내는 등....
유교의 흔적은 건물 내부에도 웅크리고 앉아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이러한 문화와 역사를 조금씩 설명은 해보았지만 어떤 모양으로 그려졌을지는 알기 어려웠다,
루카와 가이아 마르타는 한자의 칼리그라프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미 유럽 전역에 퍼져있는 중국인들의 영향 탓인지...
이곳에서 만난 한자어는 그들을 보다 더 우리 문화에 친숙하게 하는데 일조를 한 듯하다....
옥류천을 마지막 코스로 창덕궁을 마무리하자 벌써 시계는 7시를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조금씩 밀려오는 허기를 달래며 만두국과 모듬전 그리고 곡주로 저녁식사를 마무리하니
조선왕조 개국 당시 막강했던 이 방원이 부럽지 않았다^^
이쁜 카페에 초대할려든 나의 계획과는 달리 너무 시간이 경과하여
우리 일행은 삼청동 카페길로 돌아 인사동 숙소로 돌아갈 참인데
어둑어둑해진 길가를 따라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보니...
아뿔싸! 산으로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아니 호랑이에게라도 홀렸나!!!
삼청 터널을 갈참인 듯하여 놀라 뒤를 돌아보니
이미 많이 걸어올라와 돌이키기엔 어려울 듯하여
내친 김에 조금 더 걷다 택시로 돌아가기로 맘 먹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9시 반, 숙소에서 차 한잔을 권하는 세사람의 권유를 과감히 물리치고 돌아서 나오니
낮동안엔 비교적 정결했던 인사동 거리가 밤이되자
곳곳의 쓰레기 더미와 오물이, 불쾌한 기억을 부추기며 나뒹굴고 있었다.
외국인의 명소로 자리잡은 인사동이 밤이되자 추한 옷을 갈아입고 어둠에 몸을 숨긴 듯하다.
아!...궁에서 즐겼던 낮동안의 풍류는 어디로 사라진걸까....
시내로 돌아오니 한바탕의 꿈을 꾼 듯,
수백년전 조선왕조가 갖추었을 듯한 기품은 간곳이 없었다....
루카와 가이아...한국에서의 연주여행을 유쾌하게 마치고
따스한 기억을 안고 귀국하길 빌어 본다.
Comment '16'
-
"곳곳의 쓰레기 더미와 오물이, 불쾌한 기억을 부추기며 나뒹굴고 있었다." ->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외국인들에게 보여주는 한국이미지는 실망수준이 될 것 같아요. -
서울사는분들도 저기 가기 힘든데
좋으셨겠어요... -
홍교수님 안내하시는라 참 수고가 많았을 것 같네요...
글타고 아무나 대신할 수 있는 노릇도 아니고...
근데요... 젤 어른(?)이시라는 울 홍교수님이... 제 눈에는 젤 젊어보이고 예쁘게 보이네용?
에궁~ 글쿠... 누가 교수라고 하겠어요? (그것도 철학과라면?)
그냥... 기타 잘 하는 연예인이라고 하면 딱일 것 같은뎅!!!!!!!!!!!!!!!!!!!!!!!!
음... 근데요... 세계에서 유명하다는 유적지들은...
대부분 좀 지저분한 구석이 있드라구요... 깨끗해서 나쁠 건 없겠지만...
뭐... 너무 부그러워만 할 것도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와는 반대로...
월드컵 후에 스탠드를 깨끗하게 청소를 한다고 자랑할 것도 없을지도...
정말로 자랑할 일이라면?
처음부터 청소할 일을 남기지 말아야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런 일은 불가능하겠죠?
(그냥 해본 소리입니다...)
글 중엔... [이방원이 부럽지않았다] 라는 글을 읽고는...
누가 젤 부러웠음!!!!
-
더운 여름이라 이해는 가지만 샌달에 반바지 차림은 좀...
-
"세계에서 유명하다는 유적지들은...
대부분 좀 지저분한 구석이 있드라구요... "--->세계에서 유명한 곳이 엄청 많은데...이해가 가지 않네요.
어디정도 여행을 하셨기에 "대부분" 이런 말씀을 하시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군요!!!흠~ -
K님 죄송...
세계에서 유명하다는 [유적지]들 ---> 제가 가 본 유명하다는 [도시]로 정정합니다....
그리고... 유명한단 도시들이라고 해봐야 제가 가봤어야 얼마나 가봤겠어요?
아는체 해서 미안쿠요... 심기를 어지럽혔다면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
50여개국?
허걱 책으로 내도 될 정도네요.......
부자는 안 부러워도 여행 많이하신분은 정말 부럽습니다. -
댓글 내리자 마자 댓글이 올라와 다시 올림니다.ㅎㅎ 심기가 어지러워진(?) 이유는 지난주 왕피천계곡 트랙킹 갔다가 많은 쓰레기를 보고 너무 실망했습니다. 거의 중국의 산에 가도 그렇게 더럽지 않은데 최근 한국인들이 그렇게 문화수준이 떨어지는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자랑인것 같지만 지난 20여년동안 여러나라를 다녀 보았는데 국민들 문화수준하고 쓰래기 처리하고 연관성이 있는것같아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쓰래기문화를 빠리 터득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
이분들은 한국음식을 아주 좋아하더군요^^
돌아가면 파리에 있는 한국음식점을 꼭 가보고싶다며 추천을 해달라고하면서....
만두국 부침 요리, 김치류...차도 모과차.술도 곡주... 등
한국에 많은 관심을 보였어요...
음식점 앞에 발레 파킹하는 장소에 걸려있는 자동차 키를 보고는
저렇게 놔두다간 이탈리아에서는 다 차도둑 맞는다고하며 많이 걱정하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타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언어에 대한 관심으로 가장 잘드러난다고 생각하는데,
이분들은 한국어에도 관심을 갖고 저를 따라 발음해가며,
또 종이에 소리나는대로 기록하여 외우기도하는 열성을 보였어요
다른 사람들에 관심 많은 민족중에 한국인이 빠지면 좀 섭섭해할텐데
이탈리아인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아이모레스님 가을에 한국에 오시면 연락주셔요. 만두 사드리께요^^ -
사진 참 잘나왔네요....
모두가 다 잘 나오긴 참 힘든데.... -
편안하게 글을 잘 쓰셨네요...쓰신 글을 끝까지 읽고나니 저도 맘이 잔잔하니 평온해지는듯해요~
웬지 날씨좀 선선해지면 창덕궁 산책이 하고 싶어집니다... -
저도 가보고 싶어집니다.
가을에 사진기 들고 함 가봐야겠습니다. -
가실 때 연락주셔요..저도 따라가려구요^^지난번 헤이리 연주회때 수고해주신 사진 감사합니다^^
-
가실때 저도 따라 가고싶네요....
가을에 가면 더 멋있을라나요? ^^* -
따라나설 분들이 많네요~
가을햇살에 따사롭고 서늘한 창덕궁....다시 꼬옥 가보게 모두에게 연락주셔요~~~지초이님!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조목 조목 상황을 잘 설명하시고 읽는이로 하여금 편안하게 그 상황이 재현되게 만드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