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을 거닌 이탈리안 기타리스트, 루카와 가이아

by 기타레타 듀오 posted Aug 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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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루카와 가이아 두 이탈리안 기타리스트와

그의 아내 마르타와 함께 창덕궁을 오랜만에 산책했다.

창덕궁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서울의 고궁인데다가

이분들의 숙소가 마침 인사동인지라 바로 의기투합하여 합의보고 출발.^^

모두 저보다는 훨씬 젊은 분들이라 그런지

사실 시차 적응과 낯선 곳에 대한 약간의 긴장감등 으로

심신이 피곤할 터인데 흔쾌히 응했다.



창덕궁에서 이어지는 비원까지 두개의 매표소를 통과해

그 넓은 궁을 돌아보는 데는 대략 2시간 이상이 소요되었다.

장구한 조선 왕조의 기품과 우여곡절이 서려있는 창덕궁...

태종 때 건축되었다가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다시 건축된 창덕궁은

동쪽에 위치한 경복궁과는 분위기와 느낌이 많이 다르다.

건축학적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할 이야기가 많겠지만

그런쪽에 지식이 없는 내겐 전체적인 건축물이 자아내는 느낌에 더 충실하게되는 듯 하다.

산속의 풍채와 거목들이 병풍을 두르듯 휘감아 내려가고 잇는 궁의 곳곳에는

작은 못과 정자들이 운치를 더하며 배치되어있어

당대의 풍류와 아련한 왕조의 한이 소리를 죽이며 메아리치는 듯하다.

수백년전에 이곳에서 연회를 하며 정사를 돌보고 풍류를 즐겼다고 하니

가이아는 그럴 것같다며 정자에 앉아 조선의 여인처럼(?) 흉내를 내보이기도 했다.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빠른 교통수단인 날틀,

비행기를 타고도 11시간 이상이 걸려야 겨우 도착하는 극동에 위치한 나라, 한국...

내가 파리에서 경험한 바로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아는 사람은 인구의 채 몇퍼센트가 되지않을 정도로

인지도가 많이 떨어지는 나라 중의 하나다.

겨우 북한 정도나 이상한 나라 쯤으로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낯선 이방인들에게 우리문화의 전통과 역사가 응축되어잇는 이 궁은 어떤 그림으로 다가올까?

사실 나는 걸어나오면서 나의 경험을 반추하며 그들의 생각이 궁금해졌지만 사실 알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아마도 조형물의 특이함이나 자연경관에 매료되지 않았을까하는 추측을 해본다.



사실 낯선 사람에겐 서로 다른 문화코드가 눈에 들어오게 마련이다.

일단 궁 내부 건물들이  자신들의 나라인 이탈리아와는 다르게

그리고 그들이 현재 활동하는 파리의 건축물과도 다르게 목조건물이라는 점...

곳곳에 혼령처럼 서있는 유교 문화나 불교 문화의 흔적들....

당시 궁 내부에서 남녀가 처소를 따로 마련하여 낮시간을 보내는 등....

유교의 흔적은 건물 내부에도 웅크리고 앉아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이러한 문화와 역사를 조금씩 설명은 해보았지만 어떤 모양으로 그려졌을지는 알기 어려웠다,



루카와 가이아 마르타는 한자의 칼리그라프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미 유럽 전역에 퍼져있는 중국인들의 영향 탓인지...

이곳에서 만난 한자어는 그들을 보다 더 우리 문화에 친숙하게 하는데 일조를 한 듯하다....

옥류천을 마지막 코스로 창덕궁을 마무리하자 벌써 시계는 7시를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조금씩 밀려오는 허기를 달래며 만두국과 모듬전 그리고 곡주로 저녁식사를 마무리하니

조선왕조 개국 당시 막강했던 이 방원이 부럽지 않았다^^



이쁜 카페에 초대할려든 나의 계획과는 달리 너무 시간이 경과하여

우리 일행은 삼청동 카페길로 돌아 인사동 숙소로 돌아갈 참인데

어둑어둑해진 길가를 따라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보니...

아뿔싸! 산으로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아니 호랑이에게라도 홀렸나!!!

삼청 터널을 갈참인 듯하여 놀라 뒤를 돌아보니

이미 많이 걸어올라와 돌이키기엔 어려울 듯하여

내친 김에 조금 더 걷다 택시로 돌아가기로 맘 먹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9시 반, 숙소에서 차 한잔을 권하는 세사람의 권유를 과감히 물리치고 돌아서 나오니

낮동안엔 비교적 정결했던 인사동 거리가 밤이되자

곳곳의 쓰레기 더미와 오물이, 불쾌한 기억을 부추기며 나뒹굴고 있었다.

외국인의 명소로 자리잡은 인사동이 밤이되자 추한 옷을 갈아입고 어둠에 몸을 숨긴 듯하다.

아!...궁에서 즐겼던 낮동안의 풍류는 어디로 사라진걸까....

시내로 돌아오니 한바탕의 꿈을 꾼 듯,

수백년전 조선왕조가 갖추었을 듯한 기품은 간곳이 없었다....

루카와 가이아...한국에서의 연주여행을 유쾌하게 마치고

따스한 기억을 안고 귀국하길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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