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있는 곳에서 멀지않은 곳에서 마담 샤뉘의 마스터 클래스가 진행된다는 소식에
서둘러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섰으나..그래봐야 이미 절반 가까이 진행된 뒤였다.
조용하고 아늑한 강의실에서 진행된 그녀의 수업은 4일간의 연주로 피곤하고 지쳐보였으나,
또 다른 의미의 에너지를 싣고 낭랑한 목소리 톤으로 잔잔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대성당, 숲속의 꿈 등 낭만으로 가득한 기타곡을 무수히 남긴,
전설적인 남미의 작곡가 망고레의 왈츠 두 곡과 바하의 푸가가 연주되었다.
그녀는 두 종류의 곡을 18세기 바로크 음악과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의 음악으로 대별하여 이야기를 진행했다.
그녀가 전해준 이야기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전자의 음악을 건축물에 비교하며 건물의 구조를 분석하듯
악곡 형식과 곡의 주제 및 테마를 정확히 분석할 것을 요청했다.
(같은 주제가 반복될 때는 연주 방식을 바꾸지 말고 유사하게 연상될 수 있도록 진행할 것을 요청)
낭만주의 시대와는 다르게 인간의 감정을
구조와 형식이라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을 통해 담아내려고 했던
그 시대의 음악적 분위기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연적으로 그냥 아무런 이유없이 악보위에 그려진 음표는 없다"고
그래서 연주에 앞서 철저히 계산하고 사유해야한다고
그녀 특유의 제스처와 함께 강조했다.
왈츠라는 형식을 빌어 낭만적인 음악을 잘 드러내 보이고있는 망고레의 작품은
연주자가 춤을 추듯 연주할 수 있고 감상자로 하여금 왈츠를 추고싶게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왈츠 연주는 춤동작과 똑같이 첫박이 강박이지만
엑센트는 두번째 박자에 두되 미묘한 시간적 간격을 두어 원을 그리듯 연주하며
세번째 박자는 다시 원의 처음으로 원을 그리며 돌아오듯 연주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이러한 왈츠연주를 튀어오르는 공에 비유했다.
땅에서 튕겨진 공이 공중으로 높이 솟아오르다 다시 가볍게 땅으로 떨어지는 모습과 유사하다고.
(물론 오스트리아 비인을 오리진으로 하는 유러피안 왈츠를
한국인이 표현하는 것은 그리 쉬운일이 아닐것이라는 점을 그녀는 잘 이해하고 있는 듯 보였다)
지난번 쇼팽 왈츠를 연습하며 미묘하게 내게 혼란을 일으켰던 부분이
그녀의 설명으로 말끔히 해소된 셈이다!
아! 그리고 그녀는 낭만적 음악인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에게서 정서적 표현이 제대로 발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몹시 안타까워했다.
이러한 감성 표현 향상을 위해 어떤 다른 훈련을 해야하느냐는 학부모의 질문에 그녀는,
한국의 아이들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하며
작곡자가 표시한 여러 표현 방법들과 관련된 용어를 충실히 따르고
그것에 따라 음악과 대화를 하다보면 자신의 감성 표현도 충분히 무르익을 수 있다고...
음악은 악보를 통해 이미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고.....
다만 다른 종류의 악기 연주나 오케스트라 음악을 많이 듣는 것은
음악적 표현능력 향상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면서 그녀는 시종일관 기타의 음색표현을 매우 중요하게 강조했다.
손톱 끝은 뾰족하지않고 가능한한 일직선에 가깝게 다듬어야야
살과 함께 손톱이 줄에 미끄러지듯 닿으면서 부드럽게 탄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음색은 어느 시대의 어떤 곡을 연주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야 하며
그래서 고음악을 연주할 때는 류트 소리에 가깝게 내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비브라토는 소리를 크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드럽게 연주하며 레가토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이야기 또한 덧붙였다.
그녀는 끝으로 청중의 질문에도 친절히 답하며, 음악은 인간에게 가장 보편적인 것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전 인류에게 공통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또 하나의 소통 수단이라는 것.
그래서 중국인이든 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종족과 문화를 가리지 않고
그들에게 공히 그 음악적 표현이 잘 전달될 수 있다면 그것은 가장 훌융한 음악이라는 이야기이다.
예술 영역 가운데 음악만큼 직접적으로 인간의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없으리라는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 한 매우 매력적이고 섬세한 마스터 클래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