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과학 (empirical science)이란 "관찰 가능한 자료를 통해 인간과 세계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생물학, 화학, 심리학, 언어학 등 ... 이런 것들이 모두 경험과학입니다.
경험과학에서는 범주화 (categorization)를 많이 합니다. 예를 들어, 문법 이론에서는 "주어" "목적어" "술어" 등의 범주를 만들어 놓고, 문장의 구성 요소를 각각의 범주에 담습니다. 범주화의 기본은 행동적 특징 (behavioral properties)입니다.
흔히, "주어"의 정의를 "의미상 문장에서 행동의 주체가 되고 ..." 하는 식으로 말하지만, 이것은 현대언어학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정의입니다. 현대언어학 (=촘스키 언어학)에서는 "주어의 행동적 특징"을 보일 때, 그것을 "주어"라고 합니다. 철저하게 경험과학적인 접근입니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 대표적인 주어의 행동적 특징은 "(1) 부가의문문의 꼬리에서 반복된다" "(2) 술어와 일치 현상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부분의 주어는 이 두 가지 행동적 특징을 충족시키기 때문에 논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행동적 특징 중 한 가지만 충족시키는 경우가 생깁니다. 아래 문장을 보세요.
There are two boxes on the table, aren't there?
이 문장에서 부가의문문의 꼬리로 반복되는 것은 there이지만, 술어와 일치되는 것은 two boxes입니다. 그래서 언어학자들은 이 문장의 주어가 무엇인가에 대해 논쟁을 벌입니다. there가 주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there가 주어라는 여러 증거를 대고, there를 주어로 봤을 때 생기는 여러 이득에 대해 논의합니다. 마찬가지로 two boxes가 주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자기 주장에 대한 여러 증거를 대지요. 이것은 중고등학교 영어 시간에 "그냥 그런 거야"라고 배운 것과는 다른 영역의 문제입니다.
경험과학의 범주는 나름의 행동적 특징을 갖고 있지만, 어중간하게 이쪽 범주에도 속하고 저쪽 범주에도 속하는 놈들이 많습니다. 이런 경우, 학자들은 심각한 논쟁을 벌이게 되지요. 경우에 따라서는 범주 이론을 수정해야 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범주 이론이 크게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냥 세상이 그런 겁니다. 어중간한 놈들이 많지요.
사상 의학에서 말하는 태음/태양/소음/소양 ... "범주"입니다. 각가의 범주에 들어가려면 일련의 "행동적 특징"을 충족시켜야 하지요. 그런데, 어중간한 놈들도 제법 됩니다. 태음의 성격을 많이 보이지만, 어쩐지 소양의 성격도 조금 갖고 있다던지 ... 이런 식으로요. 그냥 세상이 그렇습니다.
저는 이제마 선생을 존경합니다. 옛날옛적에 행동적 특징에 기반한 범주 이론을 만들었다는 것이 참 신기하고 놀랍습니다.
여기저기서 귀동냥한 내용을 바탕으로 저는 태음인 같은데 ... 소양인 성격도 좀 있는 것 같고 ... 그냥 헷갈립니다. 원래 범주 이론이 그런 것은 알고 있지만 ... 그래도 체질을 좀 더 잘 파악하려면 아무래도 샤콘느1004 님을 뵈어야 할 것 같습니다.
- J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