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를 준비하면서 - 배영식 선생의 기타인생 70년을 돌아보다

by 1000식 posted Nov 0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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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식 선생의 기타인생 70년을 조명해보고자 생각했던 것은 수 년 전부터였다.

하지만 선생과 나는 특별한 인연이 없는 상태.

대학 시절 내가 만들었던 동아리의 창립 연주회를 준비할 때 내가 연주하기로 한 독주곡에 대해 가르침을 청하고자 잠시 뵌 것, 부산.경남지역 대학 동아리의 연맹을 결성하고 연맹합주단장을 맡게 되면서 몇 차례 뵌 것이 전부였다.

지인 중에 선생의 제자로서 오랜 동안 가까이 지낸 분이 계셨는데 그 분과 함께 준비하고자 하였으나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수 년이 흘러버렸다.




선생의 제자로서 울산에 거주하는 심주영 선생님의 연주회 때에 팜플렛의 해설을 맡게 된 것이 인연이 되어 심주영 선생님과 몇 차례 만났고,

역시 선생의 제자로 70년대 중반 부산 시민회관에서 소르의 L'Encouragement를 연주했던 권양자 누님을 만난 것이 인연이 되어 몇 차례 선생을 찾아 뵈었다.

여기서 셋은 의기투합하여 선생의 기타인생 70년을 돌아보는 행사를 준비하기로 하였다.




선생은 많은 나이임에도 기억력이 비상할 정도로 또렸했다.

내가 창립했던 동아리의 창립 연주회에 참석했던 일이며, 동아리 연맹의 존재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계셨다.

아드님인 배학수 선생님과 행사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갔으며 10월 쯤으로 일정을 정하였다.

9월에 배학수 선생님과 만나 자료를 검토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배학수 선생님은 이미 팜플렛, 포스터, 사진, 신문기사,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고 있어 많은 노력을 줄일 수 있었다.

선생의 삶의 족적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일은 무척 힘이 들었다.

선생과의 몇 차례 대담을 통해 대체적인 가닥이 잡혔으나 여전히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이었다.

2007년에 출판된 주경업 선생의 책 "부산의 꾼.쟁이를 찾아서"중에 선생을 소개한 글이 20페이지 가량 있어 그나마 많은 도움이 되었다.




선생의 스승인 오구라 순 선생은 우리 나라에 별로 알려진 사실이 없어 우선 여기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인터넷 검색을 통한 자료확보에 매달린 결과 오구라 순 선생의 삶에 대하여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

선생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의 초창기 기타의 역사에도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었음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연주는 물론, 제자를 길러내는 일, 이론서를 일본어로 번역하는 일, 그리고 여러 이론서를 저술하는 일, 작곡은 물론 지휘까지 했던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

선생의 이러한 풍모는 일본의 초창기에 활동했던 다른 분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었다.

아키히토 일본 천황이 황태자이던 시절에 기타를 가르쳤고 음악출판사로 유명한 "音樂之友社"의 기타 부문의 감수(Advisor)까지 맡았던 인물이었다.

이런 스승을 만난 것은 선생의 행운이었다.

하지만 선생은 자신의 스승이 이렇게 유명하신 분이었던 것을 당시에는 몰랐다고 한다.

인터넷을 통해 아직 우리나라에 소개된 적이 없는 선생의 여러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고 야마시타가 오구라 순 선생의 작품을 연주한 음반자료도 입수하였다.

배영식 선생도 처음 보는 각종 자료들도 입수하게 되어 차제에 오구라 순 선생을 새롭게 조명하고 소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진 자료와 각종 팜플렛, 신문기사 등을 년도별로 정리하면서 선생의 삶을 입체적으로 그려가는 일은 무척 어려운 작업이었다.

기념사진 중에는 년도와 일자가 적힌 것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대부분.

선생의 모습과 정황을 토대로 년도별로 분류하는 지루한 작업이 계속되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선생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들의 조각들도 끼워 맞추었다.

이런 그림 맞추기 퍼즐이 끝없이 계속되었다.




선생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였음에도 협회로부터 배제된 데 대한 여러 정황들과 증거들도 입수되었다.

기타계의 여러 원로분들이 이런 사실들을 알면서도 입을 굳게 닫고 있는 이유들도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를 역사 속에 묻어야 하느냐에 대한 갈등이 이어졌다.

우리나라 기타계에 초창기에 활동하셨던 많은 분들이 이미 돌아가셨거나 연로한 상태에서 더 이상 미루게 되면 복원될 수 없는 역사 속으로 묻혀버리게 된다.

나는 원로분들이 입을 열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는 그 분들의 몫이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러한 가치판단의 갈등 속에 번민하였음을 밝힌다.

협회에서도 창립 50주년을 맞아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나라 초창기 기타의 역사를 조망하는 데 나의 작업이 초석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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