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연주였다.
15세 소녀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기교적으로도 완벽했고 감정 표현도 훌륭했다. 나는 숲속을 걸으며 옛사랑을 생각하기도 하고 때론 슬픔에 젖어 눈물을 흘리다 화려한 무도장에서 열정적인 춤을 추기도 하고 때론 비장함에 깊은 한숨을 들이키기도 했다.
훌륭한 피겨 스케이터는 얼음판을 빨리 자유자대로 움직이면서도 아름다움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다. 보경 양은 이미 기교에서 세계적 수준이었으며 표현 또한 그 어떤 대가들 못지않게 훌륭했다.
2시간 10여분이다. 앉아있는 사람도 등골에 땀이 밸 정도였으나 그녀는 8개의 뜨거운 조명 아래서도 조금도 흔들림이 없이 곡의 느낌을 완벽하게 살려냈다. 놀라운 집중력이었다.
바삐 가느라 꽃을 준비하지 못해서 쉬는 시간 10분 동안 주변을 찾아 헤맸지만 예술의 전당 앞 어디에도 꽃집을 찾을 수 없어 꽃다발도 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연주는 그 어떤 꽃다발로도 그 찬란함과 화려함과 잔잔함을 대신할 수 없었다. 기타가 작은 오케스트라라는 말을 그녀가 분명히 증명해 냈다.
나는 그날 저녁의 화려한 무도와 열정과 슬픔과 장엄함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조심해야 한다. 그녀는 아무래도 신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