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작은 음악회에 초대받은 이선용입니다.
갑자기 이렇게 되버렸네요. 아직 얼떨떨합니다.
이런 멋진 모임에 초대받을만한 실력이 아니라는 것은 제가 가장 잘 압니다.
그러나 기죽지도 당황하지도 않습니다.
'뻔뻔은 저의 힘'이거든요^*^
기타를 처음 손에 잡은지 거의 4년이 되어갑니다.
일산에서 기타교실을 운영하시는 김진수선생님께 처음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헤아려보니 참 많네요.
직접 배운 선생님들은 십여분이 훨씬 넘고, 책이나 콘서트,동영상등을 통하여 배운 선생님들은 셀 수 없습니다.
뭘 그렇게 많은 선생님들께 배웠느냐고요?
클래식기타만 배운 것이 아니거든요.
합주단에서 배우고, 통기타를 배우고, 노래를 배우고, 플라멩코기타를 배우고, 아람누리에서 하는 월드뮤직이나
대중음악 강의를 듣고, 소위 핑거스타일을 배우고, 지판화성학을 배우고,일렉을 배우려 하고 또 작곡을 배우고
있고... 헤헤 좀 많지요?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3년 넘게 배웠습니다.
이렇게 잡다하게(?)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제가 기타를 전공할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기타치는 과학자가 제 꿈이거든요.
해야될 것에 신경쓰지 않고 그저 마음가는대로 배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진짜 확실하게 자신있는 것은 하나도 없고, 모두 수박 겉핧기식으로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뭐, 신경쓰지 않습니다. 기타를 잡고 있으면 즐겁거든요.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이 항상 즐겁기만 하진 않습니다.
블루씨군의 동영상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거나 좌절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러나 동갑내기인 변보경양의 동영상을 보면 저는 항상 감탄합니다.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부러워 하고, 때로는 좌절하지만 그보다 더 많이는 감동합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질투한 적은 없습니다. '질투는 나의 힘'이 아니거든요*^^*
제 성격이 좀 희미합니다. 별 욕심이 없어요.
그러나 사람들앞에서 기타치는 것은 좋아합니다. 특히 몸이 불편하신 분들앞에서의 연주는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기회가 있으면, 몸 상태가 나쁘지만 않다면 기타를 마다하진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여기저기서 꽤 많은 연주를 했지요.
올봄에도 벌써 서너개의 돌발공연이 있었지만, 정규스케쥴은 두 개입니다.
아람누리 도서관에서 매달 세째주 수요일 저녁에 한 번씩 하는 <낭독으로의 초대>라는 문화행사가 있습니다.
이 행사에서 클래식 연주 두세곡을 합니다. 약 10분정도지요. 관중은 백여명 남짓이지만 분위기는 썩 좋아요.
또한 일산 백병원 인근의 <카페테로>라는 금연카페에서 매달 첫째, 셋째 화요일 저녁에 약 30분을 연주합니다.
3,4월은 매주 했었는데...어휴 힘들더라구요.^^*
예전에는 저도 가끔 기타매니아에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요즘은 전혀 안썼습니다. 제가 좀 바빠요...^^;;
그러나 가끔은 들어와서 좋은 연주를 듣고 가곤 했지요.
최동수 선생님의 성함은 진즉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훌륭하신 분이라고 생각하며 꼭 한 번 뵙고 싶었지요.
지난번 산타모니카의 음악회에 저도 가려고 했었는데 그날따라 몸이 안좋아서 못간것이 아직도 억울해요.
또 새라새극장에서 먼 발치로 뵌 적도 있습니다.
인사를 드리려고 했지만 많은 분들과 함께 계셔서 그만...죄송합니다. 꾸벅^^
이틀전에 <카페테로>의 연주회를 위하여 연습을 하다가 문득 최동수 선생님을 모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문자를 드렸습니다. 한번도 직접 인사드린 적이 없는 분께, 그것도 어린 꼬마가 한참 어른에게...
예의가 아니었겠지만 모시고 싶다는 열망은 그보다 강했습니다.
큰 용기를 내서 보내기 버튼을 누르고 다시 연습을 하는데, 마음이 흔들립니다.
기분 나빠 하시면 어쩌지? 화라도 내시면...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시간은 가고, 답장은 안오고...우울했습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약속된 연주는 해야지요.
30분전에 도착해서 손을 푸는데 아이고! 최동수선생님께서 오신거예요.
죄송하고 또 감격했습니다.
무시해도 그만인 어린 소년의 문자 한 통에 직접 오시다니!
다시 한 번 선생님의 그 넉넉한 인품에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
그런데 호사다마라더니...
그날따라 손님들이 아주 시끄러운 겁니다. 10여번 한 중에 최악이었지요.
평소에는 전체적으로 나쁘지는 않았었는데... 흑흑
연주가 끝난뒤에 선생님께서 저를 부르십니다.
작은 격려 그리고 따끔한 질책!
그러나 아프지는 않았습니다.
애정에서 비롯된 질책임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예상하고 있었지만 직접 뵌 최동수 선생님은 매우 멋진 분이셨습니다.
좋은 의미로서의 강한 개성과 훌륭한 인격을 두루 갖춘 신사라고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욕먹을 각오를 하고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자면,
저는 또한 이렇게 느꼈습니다.
소년같다!
그래서 간혹 귀여운 면도 가지고 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