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소시아스 연주회 감상 후기

by 기타레타 듀오 posted Nov 0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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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계획에는 없었는데
어제 참관했던 마스터클래스에서의 서늘한 감동과
끝날 무렵 그가 들려준,
가슴을 움켜쥐게 하는  코윤바바의 연주는
오늘 저녁 나를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닌
부천 경기예고아트홀까지 이끌었다.
번화한 부천 신도시의 입구 쪽에 자리한 경기예고 아트홀은
건축 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모던하면서도 깔끔했다.
입구를 들어설 무렵 연주기획자와 연주자가
서둘러서 건물 안을 통과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교통 혼잡으로 늦게 도착해
리허설 할 시간이 없어 바삐 서두르는 듯했다.
홀 바깥에 비치된 비디오 화면으로 보니
마르코는 잠깐이나마 손을 풀려는 듯
연습에 열중하는 소리가 홀 바깥으로 흘러나와
복도에 살며시 울려 퍼졌다....

대학시절 내게 기타에 인연을 맺게 해준 곡이기도 한,
바하의 샤콘느로 시작된 그의 연주는
초겨울 저녁의 냉기를 담아
조금은 썰렁한 듯한 홀을 덥히기 시작했다.
찬 손을 아직 녹이지 못한 연주자의 두 손은
시간이 지나면서 현위에서 편안하게 유희했다.
전에 느꼈던 샤콘느의 비장함이
이번엔 승화된 평안으로 느껴지면서 숨을 죽이자,
도메니코니의 두곡, 토카타인 블루와 코윤바바가 이어졌다.
코윤바바는 전에 다른 연주자의 연주로 몇 번 들은 적이 있었지만
사실 난 이 곡이 이런 느낌을 주는 곡인지는 몰랐다.
아름다운 서정성과 함께 긴박한 강약, 처절함과 비장함,
그리고  그 뒤에 오는 절제된 슬픔,
애상을 담은 비애는 다시 아련한 기억으로 되돌아오면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기타연주로 표현된 이 내러티브와 느낌을
인간의 사고를 지배하는 문자의 영역으로 환원시키는 것은 가능할까?
인간의 이성적 능력을 바탕으로
소통가능성의 신화를 일구어낸 언어의 세계로는
영원히 다가가지도 흉내 내지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기타라는 악기를 매개로 음악적 표현을 통해
인간을 서로 공감케 하는 이러한 사건의 보편적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물론 삶의 정서적 공통성에 기반 하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잠자고 있는 그런 공통성에 불을 지피고 일깨우는 것은
바로 작곡자가 아닌 연주자라는 생각이 든다.
음표가 스스로 일어나 노래하진 못할 테니 말이다.
(물론 이것은 작곡자의 역할이 무의미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미션 뒤에 이어진 뿌홀, 마자, 로드리고의 곡에서는
본격적으로 연주자의 안정된 호흡과 함께  
과거 속의 신화가 현재하면서 가슴 속을 파고들었다.
극한의 감정은 통한다더니 아름다움과 슬픔이,
때론 경쾌함과 평정함이 교차하면서 오감을 쉴 사이 없이 자극했다.
연주자의 온몸에서 묻어나는 소리의 향기는
많지 않은 청중의 호흡을 벅차게 만들었다.
게다가 자리를 미처 채우지 못한 객석을 마주하고도  
수천 명의 관중 앞에서 연주하듯
숨 고르며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은
샤넬 넘버 파이브 보다도 더 톡식했고
그래서 더 진한 매력으로 살갗을 진동시켰다.  
아마도 사이렌 요정의 치명적인 유혹의 노래를 듣기위해
몸을 밧줄로 묶을 수 밖에 없었던 오디세우스의 고통이 이보다 더할까?

마르코의 미소 띤 얼굴을 다시보기 위해
나는 연주회 다녀온 이래 처음으로
연주자와 사진을 찍는 이변(?)을 낳았다.
밤은 깊어가지만 그가 전해준 치미는 감동의 선율은
잠을 못 이루게 한다. 그래도 행복하다...
그리고 느낄 수 있어 더 더욱 생에 감사한다....
그가 한국에서 좋은 추억을 안고 귀국하길 빌어본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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