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바흐님이 올리신 글을 보니까 피아노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이 생각나네요.
제가 오륙년 전부터 피아노를 배운답시고 피아노 구입해서 독학으로 열심히 연습했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아파틉니다. 그 동안 피아노 소리가 이웃들에게 소음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죠.
그런데 이 년 전 쯤 아랫층에 피아노 교습소를 하는 한 여자가 이사를 왔습니다. 이사를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 살난 우리 아들이 거실에서 심하게 뛰었는지 윗층으로 올라와서 애 간수 잘하라고 충고를 하고 가더군요. 어린 놈을 간수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법이라 그 후에도 뛰고 아랫층에서는 올라오고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갈등 와중에 시간이 갈수록 밑에 층에서 피아노 치는 횟수가 늘고 초등학생도 과외하고, 베이스가 진동하면서 합주도 하고 아침 저녁 쉴새없이 피아노를 두들겨대기 시작했습니다. 올라오는 음량도 약간 과장되지만 옆 방에서 치는 것 같이 컸습니다. 저도 내려갔죠. 저녁 시간에는 좀 자제를 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 여자 하는 말 "우리 집은 1층이라서 밖에서는 잘 안들리는데 왜 그러세요? 당신 애나 잘 간수하시지요"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 집 피아노를 어디다 두었는지 확인을 하게 되었는데, 화장실 있는 벽에 붙여 놨더라구요. 어이가 없어서 그냥 저희 집으로 올라왔습니다.
거의 이 년 가까이 그 여자는 아직도 아침 저녁 안 가리고 피아노를 치고 있답니다. 그리고 가끔씩 인터폰으로 조용히 하라고 합니다. 애 떠드는 소리 들린다고. 그리고 나중에 경비보시는 분께 들은 얘기인데, 이 여자는 자기 애가 뛴다고 아랫층에서 뭐라고 해서 지금 사는 1층으로 이사를 왔다고 하네요. 그래도 우리 아들놈은 가끔씩 그 여자를 보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합니다. 참
시간이 갈수록 무뎌지기는 합니다만 피아노는 이웃에게 분명히 소음입니다. 러닝머신보다 더 큰 소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웃긴 건 윗층에 사는 사람은 밤 열시에 러닝머신을 열심히 돌립니다. 인터폰으로 연락해서 밤에는 자제해주세요 라고 하니 그 사람 하는 말 " 저는 회사 일 때문에 밤 밖에 운동할 수가 없는데... 밑에 깔판 깔아서 소리나지 않을 겁니다" 라고 합니다.
부디 매니아분들께서는 방음이 아주 잘 되는 집이 아니라면 피아노를 집에서 연주하지 마시길 그리고 이웃분들이 감각이 둔하다고 판단하시더라도 배관 가까이 있는 곳에는 두지 않기를 바랍니다.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밑에 층에 살면서 쇼팽의 명곡을 연주한다 해도 저에겐 소음일 뿐입니다.
남은 하루 평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