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의 개발, 재료와 제작기술

by 최동수 posted May 28, 200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 - Up Down Comment Print

이 글은 앞서 '국내산 기타와 수입기타'에 따른 후속 글이나
내용이 너무 길어서 별도로 올리오니 가,나,다의 순설로 읽으시기 바랍니다.



나. 기타의 개발, 재료와 제작기술

나-1. 기타 개발의 정점

세상 모든 사람이 다 그렇듯이 기타제작가도 끝없이 목표 지향적으로 연구하는 건 사실이다.
어린아이가 장차 세계적인 예술가, 문학가나 과학자가 되겠노라 말한다면 그건 희망사항이지 목표라고 하긴 이르다.
목표란 달성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므로 단계적이어야 현실성이 있다.

세기의 명기를 꿈꾸는 제작가들도 단계적으로 악기개발의 목표를 세웠을 것이다.
외국 제작가의 경우 세계적으로 손꼽을만한 연주가가 자신의 악기를 선택하는 순간 악기개발의 정점에 도달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어굴하게도 한국의 경우에는 그런 연주가를 만날 기회가 아주 드물다.
현실적으로 우리 제작가는 국내의 명연주가가 자신이 만든 악기를 선택하는 시점이 악기개발의 일차적인 정점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외국제작가는 일단 이 단계에서 자기류를 정립하고 그 때부터는 연구개발에 따르는 리스크(더 얇게, 약하게 또는 가볍게 등)에서 벗어나려 할 것이다.

한국의 경우 이 자기류의 시발점의 단계가 한 번 더 있는 셈이 된다.
검증이 안 된 실험적인 악기를 계속해서 제작하여 내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제작가가 가장 꺼리는 것은 필경 출고된 악기가 수리하러 되돌아오는 일일 것이다.

제작가는 일단 자기류가 정립되면 그때부터는 품질유지 및 안정적인 경영차원에서 개발보다는 세미한 개량에 관심을 더 기울이게 됨은 당연한 과정이다.
BMW는 BMW를, SONATA는 SONATA를 균질하게 생산해야 되는 것과 같다.
근본적인 차이는 여기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국내에 세계정상의 연주가가 많아지게 되면 이 상황도 조만간 달라지겠지.
웃기는 얘기인지는 몰라도, 국내산기타의 수준에 관한 한 우리 연주가나 애호가도 그 책임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나-2. 기타 재료

수제품의 경우 이즈음은 외국이나 국내나 사용 재료의 수준이 거의 동등하다.
국내 수제작가는 거의 다 수입재료만 사용하고 있다.
수제 기타는 외국제작가와 같은 재료로 제작하는 게 상식적인 정석이기도 하다.
이것은 외국에서 명기급 가야금을 만들려면 우리나라 오동나무를 써야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필자는 수제품을 ‘국산’ 대신 ‘국내산’이란 명칭을 즐겨 쓴다.
이는 수입재료를 국내기술로 제작(설계, 가공, 조립) 하였다는 의미이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몇 단계를 더 걸치는 유통과정으로 인하여 수입재료는 그 가격이 외국에서보다 훨씬 높아진다(2배 가까이)는 것이다.

외국 제작가는 기타목재공장에서 직접 선별한 다량의 재료를 도매가격으로 구입하여 10여년을 건조(Seasoning) 시키거나,
선대에 구입한 재료를 자신이 사용하고 당대에 구입한 재료는 후대에 물려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스트라디바리우스 1세가 수집한 재료로 3세가 제작하고, 2세가 수집한 재료는 4세가 사용하는 식이다.
외국에서는 기타재료의 직접조달이 가능하므로 딜러를 통해 조달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의 경우 제작자가 기타목재공장이나 재료상도 아닌 유명 제작가를 찾아가 그네들이 10수년 건조한 재료를 몇 장씩 받아오거나, 딜러를 통하는 방법에 의존한다.
아니면 미국의 Luthier's Mercantile 및 Stewart MacDonald 같은 소매상(아마추어 대상)에 메일오더하기도 한다.
그 덕분에 국내에는 헤르만하우저, 헨제, 아르칸헬 헤르난데즈, 사토, 마쯔무라 고노 등이 수집한 재료를 사용하는 제작가가 여럿 있다.
이유는 바로 제작사의 영세성 때문이다.
당장 제작에 필요하므로 유명제작가가 정선하여 10수년 이상을 건조시킨 재료를 사용하는 게 지름길이라 생각되는 까닭이다.

필자는 발렌시아의 기타목재공장을 찾아가 1입방미터(선적최소규격)의 정선된 재료를 배로 실어온 적이 있다.
받은 재료 중에서 또 고르고 골라 10%정도만 갖고 나머지는 제작가에게 그냥 내어준 기억이 있다.
이방법이 제일 저렴한 방법 같지만 1입방미터에 왕복여비가 투입되는 것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설혹 우리나라에 기타에 적합한 수종이 더러 있다하더라도 그런 소규모의 재료를 취급하려는 목재공장은 아직 없다.

지난 달 마이애미 기타페스티벌에서 만난 최상급 하까란다(아직 건조가 덜되어 축축한)의 측, 후판만 1벌에 $1,200정도였다.
이런 재료는 사다 놓고 10년 이상 건조보관 시켜야 제작에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재료를 한국에 들여와 10수년이 경과되면 얼마를 매겨야 할지?



나-3. 제작 기술

세계적인 명기의 설계도, 각부의 칫수나 제작기법은 거의 다 공개되어 있다.
제작 솜씨만 말하자면 우리의 손재주가 외국 사람보다 더 정교하지 뒤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된다.

호주의 유명한 제작가 Greg Smallman은 명기로 알려진 수십 개의 작품과 똑 같은 기타를 제작하여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각개 악기의 성능이 대동소이하고 크게 다르지 않더라는 것이다.
어느 날 혁신적으로 고안한 자기류의 기타 한 대를 만들었더니, 엄청나고도 명료한 소리가 나더라는 것이다.
존 윌리엄스가 바로 이 기타를 자기의 전용 악기로 삼게 되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세계적인 대가들은 한번 어느 악기를 선택하고 나면 지속적으로 그 제작가와 교류한다는 것이다.
공방을 방문할 때마다 악기의 음향, 음색, 등의 성능향상에 도움되는 조언을 하는 일이야말로 제작가에게 절실한 것이다.
그들은 만나기 어려울 때는 편지로라도 상호간에 잡은 끈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줄리안 브림은 처음 영국에 들어온 스페인 제작가에게 후원의 헛간을 공방으로 내어주었다는 기록도 읽은 적이 있다.
그게 베르나베인지 로마니요스이었는지는 책을 보기 전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런 좋은 기회를 미처 만나지 못한 우리 제작가들이 안쓰럽기만 하다.

우리 제작가들도 대부분 처음에는 세계적인 명기의 모델을 여러 번 제작 해본다.
스스로 무언가 터득할 때까지 토레스, 하우저, 라미레즈, 플레타, 부쉐는 기본이다.
카샤 디자인, 베라게즈, 로마니요스며 험프리 등 많은 연구 모델도 시험제작한다.
외국에 유학하여 제작과정과 역사를 이수하는 분도 있다.
또 외국의 기타 마스터 클래스에 참가하거나, 대가들을 국내에 초빙하여 워크 숍을 열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자기류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재료와 사양이 같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똑같은 김치 맛을 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치즈 먹는 사람과 김치 담그는 우리네와는 태어나면서부터 특히 음악적인 정서면에서 뭔가 다를 수밖에 없다.
지역, 환경, 인종과 역사는 물론 의식주의 차이를 물려받는 세계 각국 사람들이다.
아무리 글로벌한 시대라고 하더라도 각기 다른 문화권이 음악적인 정서만 완전 일치를 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전통성이랄까 맛과 같은 감각의 차이라고 해야 할지 좌우간에 기타가 우리 고유의 악기가 아님은 틀림없다.

마찬가지로 어느 외국인이 우리네 가야금을 만든다고 하면 우리가 얼마나 인정해 줄까?
차이가 있다면 바로 이런 것들이겠지.

싱가포르는 국책으로 모든 주생활 식품을 수입하기로 하고 농사를 금지하였는데도 풍요롭고 문화수준이 높은 나라다.
유럽의 군소국가는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대신 자동차는 수입한다.
독일만 해도 대부분의 Textile(직물)을 수입하는 나라다.

안 할 말로 우리나라에서도 수제품 기타만은 제작 대신 수입하기로 정책을 세웠다면 필자가 이런 글은 쓸 필요조차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렇게만 되었더라면 필자도 ‘어째서 우리나라에는 같은 기타 갖고 잘 치는 사람이 드문거냐?’ 하고 매니아에 한마디 올렸을 것이다. 하하.

수제기타의 비교는 마치 한국미인과 외국미인을 비교하는 듯 하여서, 사실 이걸 왜 비교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다만, 이런 배경 없이 국내산기타의 가격을 운운하거나 품질을 비판하며 마녀 사냥하듯 하는 양상이 보기 딱하기에 서투른 펜을 들게 되었다.



다. 기타의 가격

기타의 가격은 다음에.....


            

Articles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