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완 연주회.. 연주회 후기 아니고 그 곳에서 사람만난 후기 - 부산, 2007년 11월 18일

by 으니 posted Nov 2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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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무대 구석에 검은 점처럼 보이는 것이 무엇일까요)


무대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연주자의 등 뒤로 보이는 커다란 옹기에 담겨진 꽃나무였다. 그리고 연주가 한참 진행되었을 대 눈을 감았다 뜨니 무대 왼쪽 가장 깊은 곳에 한 다발의 붉은 장미가 이 쪽을 향하여 놓인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푸근하고 질박하며 웅크리고 들어가 앉아도 너무 편안해 보일만한 그 배부른 옹기를, 그 옹기에 담겨 향기를 발하고 있는 나무를 그리워하는 듯 혹은 수줍어하는 듯. 이건 서승완 선생님답다, 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저 작은 꽃다발을 알아차리기는 힘들 것이지만, 그는 얼른 눈에 띄는 커다란 것 외에 떨어져 나온 작은 것들을 볼 줄 알고 사랑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바다의 색은 늘 같지 않다. 햇살이 강한 날은 짙푸른 색, 매우 맑은 날은 부서질 듯 깨끗한 색, 그리고 흐린 날은 하늘과 거의 구분지어지지 않는 그런 녹회색을 보여준다. 선생님의 눈을 처음 봤을 때, 나는 바다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검고 둥그런 동자가 반짝반짝 빛나는 눈에 아이 같은 빛을 띄우고서 인사를 건내주었다. 검은색이 깊고, 출렁여서 나는 부끄럼도 잠시 잊고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내가 선생님을 알게 된지 7년이 지났다. 그 마지막 1년간은 선생님은 낯선 동네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가까이 보니, 그의 눈빛도 어떨 때는 장난기로 가득했고 어떤 날은 다소 뭔가에 지쳐 보이기도 했고, 어떤 날은 설렘이 가득하고 또 언젠가는 그리움으로 가득하기도 하였다. 어린아이 같은 웃음을 지닌 그이지만, 왜 없겠는가. 한껏 달리지 않았겠는가, 양껏 얻지 않았겠는가, 한편 잃지도 않았겠는가, 그리고 깨닫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여러가지 색의 바다가 늘 푸른색을 잃지 않듯이 그의 눈도 이 모든 것을 담아내고도 참 맑다. 연주회는 좋았다. 내겐 몇 달간의 시달림 끝에 내게 준 휴식이었고, 충분히 괜찮은 휴식이었다. 숨죽이고 빛나는 그 자신의 하모닉스 같은, 꼭 그런 사람, 그 맑은 눈에 늘 기쁨이 서리기를.



- 부산의 가장 최신홀이라 할 수 있음직한 해운대 문화회관 메인홀 1층을 보기 좋게 채워준 사람들. 아 뭔가 꽉 들어찬 사람들을 보고 뭉클함을 느꼈다. 이렇게나 음악을 많이 사랑하는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이렇게 서승완선생님이 이곳에서 열심이셨구나 하는 생각. 이 사람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뒤풀이, 2차, 3차까지를 함께 하였다. 참 좋은 사람들이다.

- 부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 이은경 선생의 해금과 기타를 위한 곡도 편안하고 좋았다(곡명:추억, 이 날 무대에서 초연) 특히 곡 내내 같은 음을 내는 적이 없이 서로 비껴가듯 연주하다가 마지막에 마침내 서로를 알아보고 마주한듯한 느낌을 주던 같은 음을 연주한 마지막 프레이즈가 곡을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시켜 주었다.

- 모든 예술은 모두 종합예술이다. 음악은 음악 자체가 아니라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 듣는 사람, 그 공간, 공간 속의 빛, 모든 물건들이 제자리에 위치해있거나 흐트러져 위치하고 있는 그 자체가 다 함께 어우러져있는 것이라는 점을 잘 느낄 수 있도록 해준 멋진 연주회였다.

- 사회자도 있고(탤런트 박찬환), 이야기가 있고, 그 속에 사람이 있는 따뜻한 음악회였고, 그 가운데 선생님의 10개월된 제자 초등학교 2학년 임수연의 연주에서는 비록 쉬운 곡일지라도 완전히 소화한 감수성을 엿볼 수 있어서 참으로 즐거웠다.

- 나이차 한참 나고 뭘 해도 어린 동생에서 이젠 내 제일 좋은 친구가 된 보노와 함께한 1박2일의 부산도 참 좋았다.

- 우린 다음날 느지막히 일어나서 대구탕 한그릇씩 싹싹 비웠어요, 그 맛난 대구탕 집에서. 오모씨님 어떡해;; 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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