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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한국어
(*.247.130.51) 조회 수 3802 댓글 7
나와 당신이 같은 장소에 있다고 하여 똑같다고 생각하지 마시오.
당신 등과 내 등이 맞대고 있는 것은 좁은 공간 때문이니까.
내 앞엔 또 다른 사람의 등이 보이고 당신 앞엔 또 다른 사람의 등이나 가슴이 있을 뿐이오.
밀지 마시오.
밀어도 밀릴 곳 없는 이 공간에선 그저 가만히 힘을 빼고 있는게 상책이오.
당신의 부드러운 엉덩이가 내 엉덩이에 닿는다고 해서 이상한 생각은 갖지 마시오.
나는 나의 공간을 지키고 있을 뿐이오.
이곳이 아니면 언제 나와 당신이 이처럼 가까이 서서 서로의 몸을 부대끼고 있겠소.
몸을 흔들지 마시오.
나와 당신의 본능을 감추고 있는 옷이 긴장을 풀지 모르오.
숨 쉬고 있다는데 감사하시오.
종점에 가까우면 나와 당신이 지키려고 했던 이 공간이 얼마나 부질없었나 깨우칠 것이오.
문이 열렸소.
나는 내리오.
당신은 더 가야 하지만 언젠가 내릴 것이오.

                                                        

이석민 시집 '나는 나이고 당신은 당신일 때' 中    
Comment '7'
  • 지나다 2007.05.14 11:48 (*.210.234.202)
    시기적절한 타이밍에 시기적절한 의미의 시네요.
  • 산소 2007.05.14 12:33 (*.159.199.17)
    저도 시를 좋아하지만.....오랜만에 좋은 시를 읽고 갑니다 ^^
  • jazzman 2007.05.14 13:47 (*.241.147.40)
    좋군요. 거의 해탈의 경지에 이른 듯한 시입니다.
    (성추행범으로 오인받지 않으려면 힘빼고 가만 있어야겠죠. ^^;;;;)
  • 그모씨 2007.05.14 14:54 (*.83.176.133)
    희안한 시네요...

    가만 생각해보면 세상에서 젤로좋았던 감촉은
    고딩때 통학버스에서 내 등짝에 닿았던 중앙여고 여학생의 탄력있고 온기있던 살결...
    그때가 그립구나....
  • 저녁하늘 2007.05.14 18:30 (*.7.196.70)
    훗^^ 정말 희한한 시네요^^ 여러번 읽어 보게 만드는...
    제가 초딩1학년 때 집이 갑자기 이사가는 바람에 콩나물시루 만원버스를 타고 통학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때 정말 딱 죽고 싶었어요.
    저는 초딩1학년짜리 작은 몸둥이였거든요. 어린이대상 성추행범도 참 많았고...

    제가 가끔 극장같은 폐쇄공간에서 30분이상 못 버티는 증상이 생겨 버린 것도 다 그 만원버스때문이었을 거예요^^
    -----------
    숲에 가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치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그들은 왜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며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정의성 <숲>
    -------------------------

    20대에 좋아하던 시였는데...
    30대인 지금은 이석민의 시에 더 공감하게 되네요...
    좋은 시 감사합니다.
  • 그모씨 2007.05.14 20:28 (*.83.176.133)
    혹시 내 등뒤에서 따끈하고 말랑한 감촉을 선사했던 여학생이 저녁하늘님????
    좀 작은 체구였던것 같은 기억이...
    그때가 그립구나....
  • 저녁하늘 2007.05.14 21:43 (*.7.196.70)
    느꼈소?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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