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에는 "특정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정형화된 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드라마 속에서 "임신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정형화된 틀"은 "헛구역질"입니다. 비슷하게 ... 어린 아이의 "음악적 천재성"을 전달하기 위해 "정형화된 틀"은 "절대 음감" 같습니다.
작년에 아내와 함께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를 보았습니다. 피아노 선생님이 그 천재 소년을 만났을 때 ... 피아노 선생님이 어떤 건반을 누르면 ... 그 소년은 소리만 듣고 정확하게 무슨 건반인지 알아맞춥니다. 이 소년이 "절대 음감"을 가지고 있음을 ... 그래서 이 소년에게 "음악적 천재성"이 있음을 표현하려는 영화 제작자의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제가 그 장면을 보면서 별 생각 없이 한 마디 던졌습니다. "저 아이는 천재구나~." 그런데 저의 아내가 갑자기 반론을 제기합니다. "저런 건 천재 아니야. 나도 저 정도는 했었어." (참고: 저의 아내는 '예술 중학교 --> 예술 고등학교 --> 음대 피아노과'를 나온 피아노 전공자입니다. 솔직히 마누라 자랑하는 꼴이 좀 팔불출 같기는 하지만 ... 제 아내의 피아노 실력은 흔히 보는 피아노 전공자들보다 훨씬 탁월합니다. 제 아내는 특히 소름이 끼칠만큼 정확한 음감, 박자감, 리듬감, 화성감을 두루 갖추었고, 악보를 초견에 연주하는 실력이 일품입니다. 그냥~ 기본기가 장난이 아닌 아줌마입니다.) 이런 아줌마가 말합니다. "저런 건 천재 아니야. 저 정도 하는 아이들 많아~."
저는 놀랐습니다. 저 정도 음감을 가진 아이들이 많다니~. 그리고 나랑 같이 사는 이 아줌마도 어렸을 때 저런 능력을 보였었다니~. 저는 너무나 놀라운 사실에 당황하며 물어봤습니다. "저런게 천재가 아니면 ... 그럼 천재는 뭔데?" 그러자 제 아내가 대답합니다. "천재는 좋아서 하는 게 천재야~."
문득~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 듭니다. 십 여 년 전 Glenn Gould의 다큐멘터리 필름을 보는데 ... 굴드의 부친을 인터뷰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때 굴드 부친께서 ... "글렌은 어린 시절 피아노 치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우리가 오히려 피아노 치는 것을 말려야만 했다. 글렌이 무언가 잘못했을 때, 글렌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무서운 벌은 피아노를 못 치게 하는 것이었다." ... 뭐, 이런 내용의 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천재는 고액 과외를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기타의 천재는 고액 레슨 안 받아도 위대한 기타리스트가 되고, 그림의 천재는 고액 레슨 안 받아도 위대한 화가가 되고, 공부의 천재는 강남 8 학군에서 고액 학원 안 다녀도 위대한 학자가 됩니다.
그런데 천재는 절대 음감 (혹은 놀라운 재능)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 ... 그것을 너무나 좋아해서 그것이 없으면 살 수 없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 요즘 저의 가장 큰 고민은 아이를 어떻게 천재로 키울 것인가입니다. 아이를 천재로만 만들어 놓으면 ... 과외비 걱정이 사라집니다~ ^^.
- J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