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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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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
(*.253.74.34) 조회 수 4244 댓글 5
기타를 새로 구입하기 위해 거의 1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정보를 수집하고, 악기 구경도 하면서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주에 악기를 주문했습니다 ^^.

악기 구입에 대해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꽤 되는 것으로 알고 있기에 한번 이 자리에서 제가 생각했던 것을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한 가지 분명히 할 것은 ... 이 글의 내용이 악기 구입에 대한 정답이 절대로 아니며, 그저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이런 생각들이 제작자, 연주가, 판매자 입장이 아니라 기량이 떨어지는 애호가 입장에서 생각한 것들이니 아마 공감하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우선 이 글의 내용이 정보성을 가질만한 대상을 명확하게 하겠습니다. 적어도 10 년 이상 기타를 친 아마츄어 매니아들 중 기량이 마음을 안 따라 주는 분들, 카르카시를 1/3이나 1/2 쯤 쳐 본 분들, 수많은 대곡들을 열심히 연습하다 포기한 경험이 많은 분들, 처음 보는 짧은 소품이라면 한 일주일 정도 연습으로 그럴듯하게 연주할 수준은 되지만 결국은 중급 혹은 중상급 수준의 애호가일 수밖에 없는 분들. 나이가 벌써 30-40 대를 넘었으니 기타 연주 기량이 확~ 올라갈 가능성은 거의 없고 앞으로도 그냥 취미로만 기타를 칠 분들, 직장 생활하면서 약간의 경제적 여유가 생겨 300-400 만원 내외의 지출을 감당할 정도는 되는 분들. 이 글은 바로 그런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기타를 전공하는 분이나, 나이 등으로 볼 때 앞으로 기량이 계속 상승하리라 예상되는 분들, 아니면 아마츄어라도 기타를 엄청 잘 치는 분들, 혹은 아직 학생 신분이라 몇 백 만원의 예산은 그림의 떡인 분들 ... 뭐, 이런 분들은 별로 이 글에서 얻을 내용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기타 제작자들은 이 글을 읽는다면 ... 중급 수준 아마츄어 소비자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테니 제작에 참고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300-400 정도의 예산으로 기타를 사 봅시다. 이 정도 돈이면 명기를 구입할 만큼 큰 돈은 아니지만, 결코 적지 않은 예산입니다. 한 달 내내 뼈빠지게 일해 100 만원 벌기도 힘든 분들이 많은 세상입니다. 300-400이면 아주 큰 돈입니다. 간혹 보면 300-400 우습게 아는 판매자가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사람들에게 악기 사면 안 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300-400이 얼마나 큰 돈인지 깊이 공감하고 이해하는 제작자/판매자의 악기를 사야 합니다.

좋은 악기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위에 '이 글의 대상'으로 언급한 중급 애호가의 경우 아무리 좋은 악기를 연주한다 하더라도 절대로 그 악기가 낼 수 있는 소리를 100% 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30 만원짜리 악기라 하더라도 전문 연주자가 연주하면 소리가 달라진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중급 애호가들에게 필요한 악기는 ... 소리가 쉽게 잘 나서 엉성한 터치로도 소리가 (예를 들어) 70 % 정도는 나오는 악기라야 합니다. 아무리 몇 천 만원 짜리 악기라도 ... 그 악기가 전문가의 손에서만 소리가 잘 나고, 중급 애호가가 다룰 수 없는 악기라면 ... 그런 악기는 절대로 우리 중급 애호가에게 좋은 악기가 아닙니다.

제가 악기 구입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면서 배운 것은 ... 숙련된 제작자가 만드는 악기는 연주자의 성향이나 터치 등을 반영하게 되고, 그로 인해 놀랄만한 차이가 생겨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숙련된 제작자가 우리 중급자 개개인을 위해 특별히 맞춤 제작을 할 경우, 우리처럼 기량이 떨어지는 사람들도 70 % 정도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가 나온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반면 우리같은 중급자들이 전문가를 위해 제작된 악기를 연주한다면, 아마도 그 악기가 낼 수 있는 소리의 절반도 내기 힘들지 모릅니다.

이제 중요한 선택을 해봅시다. 300-400으로 다음의 네 가지 악기 중 무엇을 사시겠습니까?

     (1) 외제 연주용 악기 중고
     (2) 외제 연습용 악기 새것
     (3) 국산 500 호나 600 호 중 2-3 년 정도 된 중고
     (4) 국산 300-400 호 커스텀 악기

이 문제는 정답이 없고, 사람들에 따라 판단이 다를 것입니다. 실제로 제가 여러 매니아 친구들을 만나 이 문제를 얘기해 보면 사람들 따라 참 다양한 답이 나오더군요. 재미있는 사실은 내공(?)이 깊은 친구들일수록 "(1) 외제 연주용 악기 중고"를 권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4) 국산 300-400 호 커스텀 악기"로 택했습니다. 이유는 "커스텀"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다룰 수 있는, 제가 다루기 쉬운, 저의 터치와 연주 스타일에 맞는, 저만을 위한 악기를 주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 악기가 낼 수 있는 소리의 70 %는 낼 수 있겠지요.

제가 주문한 기타는 현장 633, 너트 50.5, 상현주 줄 간격 8.25, 중간 정도의 장력입니다. (일단 음량, 음색, 밸런스 등이 표준 사이즈 기타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서) 기타의 사양을 잘 아는 분들이라면 이상의 사양이 연주하기 매우 편한 기타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사양은 오로지 자신만의 커스텀 악기를 주문했을 때 가능해집니다. 전문 연주자를 위해 만들어진 표준 사이즈, 강한 장력의 기타가 아무리 명기면 뭐합니까? 내가 소리를 내기 힘들다면 말입니다.

현장 633의 악기를 주문하는데 있어서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은 ... 정말로 음량, 음색, 밸런스 등이 괜찮냐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정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악기를 많이 제작해 본 제작자가 그런 악기의 성능에 대해 자신감을 갖는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어차피 어떤 명기라도 우리 중급자들은 그 악기의 100 % 소리를 내는 것이 불가능하니까요.

제가 이번에 위의 사양으로 악기를 주문하면서 놀란 것이 있습니다. 저는 엄태창 기타를 주문했는데요 ... 엄태창 선생님이 지난 몇 달 동안 주문 받으신 콘서트 악기 14 대 중 7 대가 633 mm 악기라는 것이었습니다. (엄 선생님께서 직접 바인딩한 주문서 책자를 보여주셨습니다 ^^.) 이것은 두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갖습니다.

     (1) 엄태창 선생님의 경우 633 악기 제작이 매우 일상적인 일이기 때문에 633 악기 제작에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2) 633 커스텀 악기를 주문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참고로 독일의 기타 전공 교수도 633 악기를 주문했더군요.)

그런데, 동시에 다음과 같은 궁금증이 듭니다. 기타매니아를 비롯해서 기타 동호인들 모임에 가면 중고 악기 거래가 많은데, 그 중 가장 많이 거래되는 악기 중 하나가 다양한 호수의 엄태창 기타입니다.

그런데, 633 커스텀 악기가 이렇게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막상 633 커스텀 악기들은 중고 시장에 거의 안 나옵니다. 제가 기타 매니아에서 검색을 해 보았더니 엄태창 633은 중고 시장에 딱 한 번 나왔었고, 640/643이 아주아주 가끔 나오고, 나머지는 (콘서트 급 에서도) 모두 스탠다드형입니다.

633 커스텀 악기가 많이 만들어지는데, 막상 중고 시장에는 없다는 점 ...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저는 이것을 ... 커스텀 악기의 경우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서 중고 시장에 안 나오는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악기를 주문했습니다. 제가 만족할 수 있고, 제가 쉽게 다룰 수 있는 그런 악기를요~. 그러면 왜 하필 엄태창 기타였을까요? 이 문제는 다음 글에 계속 쓰겠습니다.

- JS
Comment '5'
  • 디씨맨 2007.02.12 17:54 (*.72.78.75)
    개념글 인정.
  • ^^ 2007.02.12 19:11 (*.146.65.237)
    대단히 좋은정보네요.
    납득할만한 이야기들 입니다.
    참고로 저도 작은기타를 사고 싶어하는 사람들중 한 사람입니다.
  • (^ㅡ^) 2007.02.12 23:57 (*.150.121.45)
    문장력 좋습니다...다음 편 기대됩니다...^^
  • 엄태창 기타는 2007.02.13 10:15 (*.59.216.149)
    제각 듣기론 운지 잡는게 힘들 다고 하던데 장력이 쎄다고 합니다...
  • 트뤼포 2007.02.13 12:00 (*.251.237.62)
    저도 지난주에 엄태창기타 방문해서 250호 633 시더 주문했어요. 5월달에 받을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글쓰신분 말씀에 많이 공감합니다. 브라만을 갖고 싶기도 하였지만 가격이 너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그 밑에급인 안토니오나 샤콘느는 왠지 서자 취급받는 악기인듯한 느낌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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