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비가 내렸습니다.
어제는 비가 오는 광화문 거리에 나가
교보문고에 들러 장대건 기타리스트의 첫 앨범
'Song's of the Guitar' CD를 세 장 구입했습니다.
마침 이어령 선생님과
도서출판 '삶과 꿈' 발행인인 신갑순 선생님을
만날 약속이 있어서 선물로 드리려고
두 장을 더 샀습니다.
중앙일보 고문실에서
두 시간이 넘게 인터뷰를 하고
호암 아트 홀에서 열린
메세나 대상 시상식에 참석하여
수상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강동석과 서울 스프링 실내악 앙상블의
축하 공연을 감상했습니다.
강동석 바이얼린 연주자의 실제 모습을
어제 무대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작은 체구에 동안인 그는
정말 소년 같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연주에 몰입하는 그의 몸짓은
무대를 열정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자그만하고 여리게만 보이는 그 몸에서
어떻게 그렇게 충만한 연주가 나오는지...... .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남편은 회사에 출근하고
이제 나만의 조용한 시간입니다.
어제 사온 CD를 틀어 봅니다.
Songs of the Guitar
기타의 멜로디는
에밀리오 푸졸의 '로만자'를 시작으로
엔니오 모리코네의 '시네마 천국'에 이르는군요.
기대하고 들었던 아리엘 라미레스의 '알폰시나와 바다'는
다시 들어도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곡입니다.
거역할 수 없는 운명 속으로 빠져들 것 같고
파도가 밀려오는 것만 같은 긴박감이 느껴지는 도입부와
19 번째 마디의 오묘한 단조의 흐름이
이 곡의 백미입니다.
프란치스코 타레가의 '라그리마(눈물)'을 들을 때는
둘째 딸 줄리아가 연주하던 모습이 눈에 어른거렸습니다.
엄마에게 들여준다며
제 앞에서 연주했었거든요.
카바티나를 들을 때면
언제나 가슴이 찡해지고
눈에는 눈물이 맺히곤 합니다.
언젠가 배장흠 기타리스트가 연주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연주가 참 좋았어요.
오늘 같이 비가 내리는 가을날
따뜻한 차 한잔을 앞에 놓고
멀리 떠난 친구가 보고 싶어질 때,
스탠리 마이어스가 작곡하고
존 윌리엄스가 편곡한 '카바티나'를 들어보세요.
어디선가 친구의 발자욱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지 않나요?
'아멜리아의 유서'를 들을 때의
하모닉스...... .
물방울이 톡톡 튀어가는 것 같더니
일곱 빛깔 무지개 저 ~ 너머로
새가 되어 날아가네요.
헤롤드 알렌의 Over the Rainbow는
기타 연주의 새로운 감동을 안겨 주었습니다.
토루 타케미츠의 편곡이 돋보이는 곡입니다.
푸졸의 ‘구이하라’ 덕분에
밝고 경쾌한 연주로 앨범이 활기를 찾았고
엔리오 모리코네의 시네마 천국( Love Theme )은
평안하고 아늑한 보금자리에서
장대건 기타리스트가 전하는 사랑의 메세지 같았어요.
영화 '시네마 천국'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시지요?
우리의 삶이 결국 사랑하고 사랑하다 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앨범의 뒷면에 소개되지 않은 24 번째 곡이 숨어 있어요.
헨리 클레이 워크의 ‘할아버지의 시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