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프다.

by zIo posted Aug 0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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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이상 여기를 둘러보니
어느 순간 아주 많이 옛분들의 닉네임이 보이지 않더군요.
아실만한 분들은 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게중에는 제 절친한 후배들도 꽤 있었더랬죠.
지금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거나, 글을 남기지 않습니다.
술자리에서 이유를 물어보니
글쓰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정당한 비판이 아닌, 비아냥에 불과한 것들에 대해 스트레스를 자초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요지.
그러다보니 예전의 친근했던 이름은 온데간데 없고
박모씨인지 오모씨인지 서모씨인지 누군지 모를 익명의 악플만이 넘쳐납니다.
게다가 익명의 악플에 당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같은 익명의 방식으로 공박하게 됩니다.

한 후배에게는 이런 얘기도 들었습니다.
"아직도 거기에 글 남기세요?"
비슷한 어감으로 어떤 분도 제게 말씀 하시더군요.
5년동안 한결 같이 글 남기시다니 대단하다고.

누군지도 모를 사람에게 비아냥 듣는게 무어 그리 화나는 일인가...라고 하실 넉넉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스트레스 받는 사람도 다수 존재하는 것도 사실.

미움 받을 각오를 하고 여기서 본질적인 의문을 가집니다.
왜 여기는 "실명제(또는 고정 닉네임제)"를 행하지 않을까?
그에 대한 반대 의견은 이렇습니다.

1. 로그인하고 들어오면 왠지 검열 받고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자유롭지 못하고 구속당한 느낌.
2. 많은 수의 기타인의 왕래를 방해할 수 있다.
3. 네이버에서 보듯이 실명(또는 고정 닉네임)제는 악플 방지에 별반 효용이 없다.

그에 대한 제 주관적 견해는 이렇습니다.

1. 로그인에 대해서는-글을 보는 것까지는 로그인 기능을 필수로 할 것 까지는 없구요,
글을 쓰는 것에 한해서 로그인을 하자는 생각입니다.
눈팅만 하실분들은 자유롭게 하시고, 말을 하실 분들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자는 의미입니다.
로그인이 귀찮고 번거럽다면 메일은 어떻게 확인하겠습니까.
그 정도의 귀찮음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2. 어차피 이미 이곳은 많은 수의 기타인들이 왕래하고 있습니다.
이미 전국에 다 소문이 퍼졌다는 말이죠...
로그인이 기타인의 왕래를 억제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제 후배가 만든 <통사모>라는 곳은 로그인제를 실시하지만
회원수가 가히 폭발적입니다.
로그인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얘기죠.
로그인 하기 귀찮을 정도의 관심이라면 없어도 그만이구요.

3. 여기를 네이버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네이버는 대한민국 전체 누리꾼을 상대로 하지만
여기는 <거기에 비하면> 일부일 수 밖에 없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왕래합니다.
제가 네이버에 가서 댓글 달아 봤자 어린왕자의 5000송이 장미꽃의 하나에 불과해서 이때는 실명, 또는 고정 닉네임이 거의 익명에 가깝게 인식되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주 접하는 아이디는 존재감있게 받아 들여집니다. 예를 들어 죄송하지만, 재즈맨님이나 오모씨님의 존재감은 누군지 모를 <ㅋㅋ>나 <ㅎㅎ>보다는 실체감있게 받아 들여집니다(물론 ㅎㅎ도 고정된 존재로 각인된다면 실체감있게 다가오겠지만). 이것이 고정된 이름이 갖는 힘이랄까요.

물론 고정된 닉을 가져도 그게 말싸움의 100%을 방지해 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만일, 혹자가 <뻐큐>라는 멘트를 날렸다면, 적어도 당사자는 그 언행에 대한 책임은 인식하게 될 것이고 완벽하지는 않더라고 이는 악플이나 도를 넘은 언행을 어느 정도 억제해 줄 것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최소한 지금보다야 나아지겠죠.

이쯤에서 묻고 싶습니다.
로그인 기능을 고집스럽게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대다수가 지금의 상태를 원하기 때문인지요.
그런데<대다수가 원한다>는 정확한 근거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언제 투표를 해본적도 없구요.
편리성을 이유로 그렇다면
메일은 어떻게 매일 확인합니까. 로그인하기 귀찮을텐데.

혹자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든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로 비판할지 모릅니다.

그 점에 대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구심점으로서의 기타매니아의 가치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역시나 관심이 가는 것은 보다 현실적/실질적/효용적인 가치들입니다.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역시 사람들과 사람들과의 관계이므로
그것들이 어떠한 이유로 비틀려있을때에는
누구이건 간에 의의를 제기해야 한다고 봅니다.
여기가 개인의 소유나 권한이 편중되어 있지 않은 공공의 장임을 인정한다면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르라는 말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다 음악을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지 않고 공유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음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유의 경험이 전무한 사람 역시 보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저작권이 잘 지켜지지 않는것에 대해 사람들의 인식을 탓하기전에
보다 근본적으로는 제도상의 문제점을 탓하는 것이 합리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익명의 악플이 이 과도하게 활기치는 것에 대해도 같은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의 분별력을 키우는 것은
온전히 제도적 장치가 어떠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자정능력은 그 이후에 기대할 문제죠.

자유...좋은 것이죠.
그러나 자유는 '편하고, 꼴리는대로 할 수 있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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