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한 20년 전 즈음이던가여..
부산 놀러 갔다가 용두산공원 올라가는 계단 중턱에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남루한 거리의 악사가 짙은 선글래스 끼고
소쿠리 하나 달랑 앞에 두고 글케 말이져~
앰프가 연결된, 퇴색된 아주 오래된 것 같은 클래식기타로
'애수의 소야곡'이나 '짝사랑' '울어라 기타줄아' 같은 옛 가요를
띵띵띵 띵 띠리 띵 띵, 띵띵 띵 띠리리리 리링 띠리리링, 띠리리링~ 그렇게
아주 구슬프게 연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기타소리에 감동 먹은 나머지 발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물끄러미 삼매경에 빠져 있다가 짠돈 천 원짜리를 소쿠리에 넣고
공원길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다시 또 듣고 또 천 원짜리 한 장 더 넣고^^
아주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에도 멀리까지 그 아련한 기타소리가
뇌리를 떠나지 않을 만큼.. 아. 지금도 그 소리가 들리는 듯 하네여..
그 후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명연주들을 LP판이나 카셑테잎으로도 많이 듣고
컴으로도 기타연주를 수없이 많이 들어봤지만 아무래도 제겐 그 공원길의
'거리의 악사'가 들려준 우리 옛 가요가 가장 감명 깊었던 연주였던 것 같습니다.
*
'고요히 창을 열고 별빛을 보면 / 그 누가 불어주나 휘파람 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