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인 인도스케치

by 셀러브리티 posted Oct 1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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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카메라를 잘 가지고 다니지 않게 되었습니다. 제가 워낙 사진을 찍어도 인물이 잘 안나오는 탓도 있겠지만, 노트북에 저장된 사진들을 다시 보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된 것도 이유인 것 같습니다.
머릿속에 기억된 형상은 사진처럼 정지해 있지 않고 가끔 각색되거나 확대되기도 합니다만, 그 주관적인 부분만큼 그 기억과 느낌들은 온전히 제 것이 되기도 하나봅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인도이야기]

제가 인도에 처음 와 본 것은 4년 전 6월이었습니다. 한 낮에는 섭씨 50도까지 올라가는 그 더위에 인도인들은 그해 6월 한달동안 2천명 이상이 더위로 사망했습니다. (10월 중순인 오늘은 33도네요)
말이 50도지, 실제 외기온도가 50도일 때 거리에 나가면 걸어다니는 것도 상당히 힘이 듭니다.

인도의 공항안에서는 소독약냄새가 많이 납니다. 이 냄새는 크로로...뭐라고 하는 약품이라던데 정확한 이름은 잊었습니다. 인도나 동남아의 더운 나라에서는 공항이나 호텔 등에서 항상 이 냄새를 맡을 수 있습니다.
비록 낡았지만 에어콘시설로 아주 시원한 공항이 있는데 뉴델리에 사는 인도인들은 왜 그렇게 거리에서 쪄죽었을까요?

인도의 공항 내부는 우리나라의 그것처럼 아무나 그냥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항공기를 이용하기 위해 티켓을 가진 자나  공항에서 일하는 자 말고는 공항 시설로 들어올 수가 없어서 방문객을 마중하는 것도 공항 밖에서 마중합니다. 물론 돈을 내면 공항 내부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만...시원한 곳을 찾아 돈을 내고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면 굳이 공항까지 올 필요도 없겠지요. 물도 없고 시원한 시설도 이용할 수 없던 이곳 사람들은 그해 그렇게 죽었습니다. 2천5백명이 죽었으면 엄청난 사회동요가 일어나야 마땅할 터인데도 여전히 조용히 지나간 곳이 인도라는 나라입니다....

공항 바깥에선 자전거 짐차(두발 자전거 뒤에 짐실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놓은 것)가 돌아다닙니다. 그 자전거 짐차를 운전하는 아이는 5살도 안되어 보입니다. 그 뒤를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손을 잡고 우르르 몰려다닙니다.  집에 있어도 먹을 것이 없으니까 일을 하러 나왔겠지요. 그나마 그 고철같은 자전거를 가지고 있는 아이는 그래도 나은 편입니다. 다른 아이들은 그 옆에서 같이 돌아다니다가 허기만 면해도 다행일 겁니다.

자동차로 호텔까지 가는 동안 길거리엔 차선도 없고 백미러도 없습니다. 모두 아슬아슬하게 달려가는 도로 한복판을 사람들은 그냥 건너다닙니다. 이 곳의 자동차는 외제 말고는 99%가 [타타]라는 인도의 대기업(우리나라 현대보다 규모가 크다고 합니다.)이 만든 차입니다만...삼륜차나 버스 뒤에 매달려 가는 흰옷입은 인도인들은 바싹 마른 팔힘으로 그렇게 목적지까지 '매달려'서 갑니다. 우리나라의 6.25 전쟁 기록필름에서 보는 것 같은 그런 모습입니다. 간신히 발만 걸치고 매달려 가는 트럭속에서도 우릴 보더니 흰 이를 드러내고 웃는 모습이란...
우리나라의 봉고같은 조그만 승합차 같은 버스 안에는 팔다리를 전혀 움직일 틈이 없이 한 스무명은 타고 가는 것 같습니다.

자동차가 정차할 때마다 거리의 소년 소녀(모두 기껏해야 5살이나 되었을까...)들이 차창에 얼굴을 비비면서 꽃을 사달라고 합니다. 길 건너편에서는 엄마가 담배인지 뭔지 모를 것을 피고 있더군요. 그 아이가 돈을 받고 엄마한테 달려가는 것은 다른 아이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그러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어린 엄마는 갓난아이같은...채 한살이 될까말까한 아이를(아무 것도 안 입혔습니다.) 그 더위에 들쳐메고(업은 것이 아니고 한쪽 어깨에 들쳐 메었습니다.) 꽃 한송이도 없이 돈을 달라고 합니다.
그 더위에...건장한 남자도 견디기 힘든 날씨에 뼈만 남은 어깨에 들쳐메진 그 아가는 숨을 쉬는 건지 아닌지도 의심스러운 모습입니다. 뭘 먹고 있기는 한건지...

길가의 공원(?)같은 잔디밭에는 머리에 뿔나고 어깨에 혹이 난 소들이 풀 뜯어 먹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소야말로 여기선 개팔자인 것 같습니다. 그 소들 옆에서 남자들 무리가 누워 자고 있습니다.
제가 묵고 있는 국회의사당 근처의 호텔 방(17층)에서 보면 그 잔디밭이 보입니다. 어제도 보니 그 남자들은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먹고 누워 있습니다. 물도 안 마시는 것 같습니다. (마실 물은 물론 귀합니다.)
그저 하루종일 누워 있을 뿐입니다...이것이 인도의 명상인 것인지...

50도까지 올라가는 더위에서 먹을 것 없이 일거리도 찾지 못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죽음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더라도 죽기밖엔 할 것이 없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폭동이나 범죄가 드문 것이 처음엔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이런 삶을 살면서 어떻게 세상을 원망하지 않을 수가 있는건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번엔 이런 삶이니 (윤회하여) 내세엔 귀족계급으로 태어난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것이라고도 하고...
죽음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고도 하고...
종교적 이유라고도 하고...

하지만 제가 본 것들은... 제 생각으론 처참함입니다.
그런데 이걸 인도의 매력으로 표현하는 분들도 꽤 많이 보았습니다. 전 그런 얘기를 듣는 것조차 화가 납니다만...인도 여행이 여행애호가의 최종 귀착지라고 말하는 '일부'의 분들과, 값싼 배낭여행의 철학적(?) 경험을 위해 온다는 '일부'의 학생들이 인도의 모습을 그렇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심오하고 철학적으로 말입니다.

델리 중앙역 부근의 코너플레이스에 가면 한국 배낭여행자들이 모이는 숙소 겸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입맛 없을 때 저도 가끔 그 레스토랑에 갑니다만...그런 대화를 듣기 싫어서 그 자리에서 오래 못 버팁니다.


델리는 뉴델리와 올드델리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인도의 2대 도시인 델리와 뭄바이(봄베이)간의 고속도로(약 1450 km)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습니다만, 델리와 뭄바이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뉴델리의 집들은 우리나라의 호화주택보다 훨씬 넓고 시설도 매우 훌륭합니다. 그 호화주택의 '높은' 사람들은 같은 인도의 '낮은' 사람들과 그저 '다르다'라는 말로는 표현되지 않는 다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곳의 소위 '낮은'  사람들이 '높은'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는 모습은....
사우나를 하면... 자쿠지(월풀욕조)에 앉아 있는데 와서 물병을 따줍니다. 거기까진 그런대로 이해했습니다.
물을 마시고 물병을 손에 들고 있으면 그걸 달라고 해서 자기가 들고 서있습니다. 그렇게 옆에 서있으니 목욕하는 것이 편치 않아 나와서 로숀을 바르고 있으면 어느새 옆에 와서 새 바디타올을 들고 서 있습니다.
옷을 안입은 제 옆에 서서 저를 보는게 부담스러워서 그냥 수건을 달라고 했더니 ...수건을 건네 주고도 가지 않고 기다리고 서 있습니다. 제가 사용한 수건을  받아내서 바로 옆에 있는 수건함에 넣으려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슬리퍼를 가지고 와서 제 발 앞에 가지런히 놓아줍니다...

저는 불편한 이런 서비스를 이곳의 '높은' 사람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낮은' 사람들은 자존심 안 상하고 그런 일들을 마음속으로부터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서비스 받고 있으면 기분 좋은게 아니고 슬퍼집니다.

올드델리의 거리에 가면 5살짜리 애들이 시장에서 짐 나르고 있습니다. 인형을 파는 것도 5살짜리 애들입니다.
교육의 기회는 커녕 제대로 먹을 기회도 없는 애들이겠지요. 그 눈망울, 표정 하나하나가 가슴이 찢어집니다.
뭄바이의 구도심에 가면 빨래터에서 평생 손빨래만 하면서 사는 가족들이 집단을 이루고 빨래만 하면서 살기도 합니다. 그들은 거기서 평생 빨래만 하면서 산다고 하더라구요. 안내인이 그 얘길 하면서 그들이 사는 집이라고 보여준 곳은....
흙벽돌로 벽만 올린 채 지붕도 없이 흙먼지 풀풀 날리는 집은 그래도 양반입니다...대부분은 천막하나에 몸만 뉘이고 사는 식이었습니다.

명승지에 가도 그 귀퉁이에는 천막집 촌이 있습니다. 거기서 나온 사람들이 외국인에게 돈 달라고 하지요. 물론 정부에서도 외국인에 대해서는 특별요금입니다.(보통 10배 이상입니다.) 입장료든 사용료든 외국인 요금이 따로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외국인에겐 무료로 해주는 곳도 있는데 여긴 정 반대네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사람간에 철저한 계층구분이 있고, 그 차이는 천국과 지옥의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 '지옥'속의 사람들은 지옥이라고 생각 안하나봅니다. 제가 이해 못하는 부분이겠지요.
저는 이해는 못하지만 그걸 매력으로 보거나 심오한 뜻으로 얘기하는 사람들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화가 나기까지 합니다.

지옥속의 사람들은 못먹고 못 배우고 차별받으면서 살면서도 우리 나라 사람들보다 행복지수가 높다고 하네요.
스스로는 불행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인도스케치가 너무 정신없이 쓴 거 같네요..
인도의 느낌이 아직도 제겐 그런가봅니다.
인도의 명상은 이 지옥같은 현실의 괴로움,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강력한 사회구조적 모순을 잊고자 하는 자기최면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결코 현실에선 이겨낼 수 없는 ...마약과 같은 최면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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