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저는 대학교때...고전기타반에 들지 못해서 역도부에 들었습니다.
다른 모든 서클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도부에도 선배들로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규칙이 있었는데요. 그것은 1년동안은 몸이 드러나는 옷(소위 '쫄티'같은 것)을 입으면 안되고 거울에 몸을 비추어봐도 안되었습니다.
기초가 안된 몸은 드러내거나 거울로 자기 몸을 봐도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자기 발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였습니다.(이 '규칙'이 합리적이진 못해도 나름대로 꽤 효과가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 기타학원에 다니면서 제가 혼자 정한 규칙이 있는데요...1년동안은 학원에서 배우는 과정외에 내맘대로 치고 싶은 곡을 혼자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실 ...매일 똑같은 스케일을 하면서 선생님께서 '소리가 전보다 나아졌다'라고 하는 말씀을 해주시는 것 외에는 지겨울 수도 있습니다. 또한 아주 단순한 곡을 연주 하면서도 탄현의 질과 악보의 구석구석에 대해 지적을 받고 고쳐나간다는 것도 재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만...
선생님이 들어보라고 시연을 해주실 때 보면 신기하게도 그 차이가 보이고 기타소리가 그렇게 매력적일 수가 없습니다.
똑같은 곡을 똑같은 시간에 연주해도...제가 친 한박자는 0.9의 길이를 내고 나머지 0.1은 손가락의 움직임 등으로 보내는데 비해 선생님이 시연하는 한박자는 1의 길이를 내는 것으로 들립니다.
마치 영화속의 프레임을 보듯...제 연주는 만화영화의 컷을 보는 것 같고, 선생님의 연주는 실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저는 버징이 날 정도로 세게 탄현을 해도 소리가 작고 선생님은 손가락의 움직임이 작은데도 크게 울리는 소리가 납니다. 과장이 아니고 정말로 음표가 살아서 학원내를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들립니다. 저는 그게 너무 부럽고 저도 그렇게 연주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다니는 학원에는 저 말고도 성인(?) 남녀가 몇 분 계시는데요.
한분은 매일 오셔서 로망스와 알함브라의 회상을 연습하십니다. 매우 진지하게 똑같은 연습을 하시지만...매일 똑같습니다. 또 한분은 매일 제목미상의 곡을 연습하십니다. 선생님은 그 분들께 그런 지적을 하시지 않습니다.
어떤 중학생을 데리고 온 아주머니 한 분은 "한 석달 치면 이 곡 칠 수 있게 되는거죠?"하십니다. 그 아주머니는 아이가 그 곡을 치는 것을 듣고 싶은 것입니다.
제가 처음 학원에 갔을 때 선생님께서 제게 "언제든 지겹거나 지루하다고 생각될 때, 너무 깊이 들어간다고 생각될 땐 말씀하세요" 라고 하셨는데요.
저는 "전 지겹고 지루하고 너무 깊이 들어가는 것을 좋아합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진심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구요.
선생님은 학생이 원하는 만큼 주는 거울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쓸데없는 말이 길어졌네요...
저는 스케줄근무를 하는 직업을 갖고 있으며 한달에 반 이상을 외국에 나가 있습니다.
그래서 학원에 갈 수 있는 날도 많지 않고 기타매니아의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학원 가는 것도 마음편하고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항상 머리에 맴도는 그런 기타소리를 내고 싶고, 그런 기타연주를 하고 싶습니다.
저는 중학교때 포크기타를 사면서 친구들과 어울려 어깨넘어로 기타를 배웠습니다.
학원에는 중간에 몇개월 다닌 것이 전부입니다. 셀러브리티는 13년전에 회사에 입사하면서 첫 월급으로 산 오베이션 기타의 이름입니다.
그런데...아무리 연습해도 나중에는 제자리 걸음이더군요.
얼마전에 저는 음악감상게시판에 MORE THAN WORDS라는 곡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곡의 리듬감있는 반주는 할 줄 아는데 곡 맨 뒷부분의 아쉬움을 달래는 애드립과 연결되는 부분(하모닉스로 마무리하는...)은 할 줄 모릅니다. 아무리 듣고 연습하려 해도 안됩니다.
'라일라'를 연주하면 대강 따라가긴 하는데 착착 감기는 그 특유의 소리는 아무리 흉내내도 안됩니다.
저는 그게 혼자 익혀서 그런 것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클래식 기타는 이제 시작이지만...
나중에 그런 아쉬움을 갖고 싶지 않습니다.
요새 학원에서...연습곡이 너무 쉬운 것 같아서 제가 빨리 치려고 하면 선생님이 언제나 주의를 줍니다.
"빨리 칠 필요 하나도 없어요. 제대로 탄현하고 제대로 악보를 연주하면 속도는 나중에 저절로 따라옵니다. 지금은 속도를 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정확히 연주하도록 해야합니다. 지금 속도에 욕심내면 정확히 연주할 수도 없고 속도도 결코 빨라지지 않습니다."
그 지적을 받는 것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선생님은 내가 조급함에 빠지지 않게 해주고, 나의 욕심에서 벗어나게 해주며, 내 스스로 파악하고 주의하지 못함으로써 소모될 불필요한 에너지와 시간을 아껴 빠른 정진의 길로 인도해 주는 존재입니다.
좋은 연주와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한 욕심에 느려도 차곡차곡 해보고 싶습니다.
다른 모든 서클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도부에도 선배들로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규칙이 있었는데요. 그것은 1년동안은 몸이 드러나는 옷(소위 '쫄티'같은 것)을 입으면 안되고 거울에 몸을 비추어봐도 안되었습니다.
기초가 안된 몸은 드러내거나 거울로 자기 몸을 봐도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자기 발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였습니다.(이 '규칙'이 합리적이진 못해도 나름대로 꽤 효과가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 기타학원에 다니면서 제가 혼자 정한 규칙이 있는데요...1년동안은 학원에서 배우는 과정외에 내맘대로 치고 싶은 곡을 혼자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실 ...매일 똑같은 스케일을 하면서 선생님께서 '소리가 전보다 나아졌다'라고 하는 말씀을 해주시는 것 외에는 지겨울 수도 있습니다. 또한 아주 단순한 곡을 연주 하면서도 탄현의 질과 악보의 구석구석에 대해 지적을 받고 고쳐나간다는 것도 재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만...
선생님이 들어보라고 시연을 해주실 때 보면 신기하게도 그 차이가 보이고 기타소리가 그렇게 매력적일 수가 없습니다.
똑같은 곡을 똑같은 시간에 연주해도...제가 친 한박자는 0.9의 길이를 내고 나머지 0.1은 손가락의 움직임 등으로 보내는데 비해 선생님이 시연하는 한박자는 1의 길이를 내는 것으로 들립니다.
마치 영화속의 프레임을 보듯...제 연주는 만화영화의 컷을 보는 것 같고, 선생님의 연주는 실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저는 버징이 날 정도로 세게 탄현을 해도 소리가 작고 선생님은 손가락의 움직임이 작은데도 크게 울리는 소리가 납니다. 과장이 아니고 정말로 음표가 살아서 학원내를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들립니다. 저는 그게 너무 부럽고 저도 그렇게 연주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다니는 학원에는 저 말고도 성인(?) 남녀가 몇 분 계시는데요.
한분은 매일 오셔서 로망스와 알함브라의 회상을 연습하십니다. 매우 진지하게 똑같은 연습을 하시지만...매일 똑같습니다. 또 한분은 매일 제목미상의 곡을 연습하십니다. 선생님은 그 분들께 그런 지적을 하시지 않습니다.
어떤 중학생을 데리고 온 아주머니 한 분은 "한 석달 치면 이 곡 칠 수 있게 되는거죠?"하십니다. 그 아주머니는 아이가 그 곡을 치는 것을 듣고 싶은 것입니다.
제가 처음 학원에 갔을 때 선생님께서 제게 "언제든 지겹거나 지루하다고 생각될 때, 너무 깊이 들어간다고 생각될 땐 말씀하세요" 라고 하셨는데요.
저는 "전 지겹고 지루하고 너무 깊이 들어가는 것을 좋아합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진심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구요.
선생님은 학생이 원하는 만큼 주는 거울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쓸데없는 말이 길어졌네요...
저는 스케줄근무를 하는 직업을 갖고 있으며 한달에 반 이상을 외국에 나가 있습니다.
그래서 학원에 갈 수 있는 날도 많지 않고 기타매니아의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학원 가는 것도 마음편하고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항상 머리에 맴도는 그런 기타소리를 내고 싶고, 그런 기타연주를 하고 싶습니다.
저는 중학교때 포크기타를 사면서 친구들과 어울려 어깨넘어로 기타를 배웠습니다.
학원에는 중간에 몇개월 다닌 것이 전부입니다. 셀러브리티는 13년전에 회사에 입사하면서 첫 월급으로 산 오베이션 기타의 이름입니다.
그런데...아무리 연습해도 나중에는 제자리 걸음이더군요.
얼마전에 저는 음악감상게시판에 MORE THAN WORDS라는 곡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곡의 리듬감있는 반주는 할 줄 아는데 곡 맨 뒷부분의 아쉬움을 달래는 애드립과 연결되는 부분(하모닉스로 마무리하는...)은 할 줄 모릅니다. 아무리 듣고 연습하려 해도 안됩니다.
'라일라'를 연주하면 대강 따라가긴 하는데 착착 감기는 그 특유의 소리는 아무리 흉내내도 안됩니다.
저는 그게 혼자 익혀서 그런 것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클래식 기타는 이제 시작이지만...
나중에 그런 아쉬움을 갖고 싶지 않습니다.
요새 학원에서...연습곡이 너무 쉬운 것 같아서 제가 빨리 치려고 하면 선생님이 언제나 주의를 줍니다.
"빨리 칠 필요 하나도 없어요. 제대로 탄현하고 제대로 악보를 연주하면 속도는 나중에 저절로 따라옵니다. 지금은 속도를 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정확히 연주하도록 해야합니다. 지금 속도에 욕심내면 정확히 연주할 수도 없고 속도도 결코 빨라지지 않습니다."
그 지적을 받는 것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선생님은 내가 조급함에 빠지지 않게 해주고, 나의 욕심에서 벗어나게 해주며, 내 스스로 파악하고 주의하지 못함으로써 소모될 불필요한 에너지와 시간을 아껴 빠른 정진의 길로 인도해 주는 존재입니다.
좋은 연주와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한 욕심에 느려도 차곡차곡 해보고 싶습니다.
Commen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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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제가 최고의 기타매니아 인가요? *^^*
감사합니다. 어제 산 보그담배를 한 갑 전달해 드리고 싶군요.
그저께 잡지를 읽다가 숯으로 필터를 감싼 부드럽고 영양가높은 담배라는 광고를 보고 어제 나오면서 인천면세점에서 샀는데...
담배가 너무 얇아서 재미가 없네요. 두개를 같이 물고 피워야 좀 맛이 나는 듯해요 ...
집에 들어갈 때 경비분들 몇 갑 나눠주고...격려해주신 동방님께도 좀 보내드리고 싶은데 방법이 있을까요? *^^* -
와~ 진정한 기타연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제 연습과는 방향이 달라 부럽기도 하네요...
전 계속 곡위주로 연습하거든요. 탄현이 안되고, 소리가 제대로 안나는건 마찬가지인데 그냥 운지만 익히고, 암보가 되면 그냥 넘어가시더라구요...
에효.. 어찌하나....ㅠ.ㅠ -
정말 어려운 거 하나는 느리게 치기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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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저는 담배를 피지 않아서요 ^^
나눠주신 마음 감사히 받으께요~
고마워요~~ㅎ
셀러브리티님이 올리시는 글이 많은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되는거 같습니다.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되서 꼬박꼬박 읽고 있어요.
저는 거의 눈팅만 하는데 솔직하고 순수한 심정의 글귀에 감명받았습니다.
파팅파팅!! 하루하루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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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달아 행복해집니다 ^^
셀러브리티님은 최고의 기타매니아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