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같으면 저같은 비 전공자가 돈 받고 레슨할일이 없지 싶은데 여긴 대구거든요.
대구도 여러 선생님들 계십니다만은 가정방문레슨까지는 안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여차저차해서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 한명 기타 생초보한테 레슨하고 있는데 이걸 해야되나 말아야되나 고민중입니다.
저 93년도 대학 들어와서 동아리활동하면서 나름대로는 후배들도 많이 가르쳐보고 그랬는데 돈 받고 정식으로 해보는건 첨이거든요.
너같은 넘이 무슨 레슨이야면서 욕하시는분들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사정이 좀 있습니다.
요즘 초등학생들 무슨 스케줄이 이렇게 빡빡한지... 첨에 의뢰 받았을때는 제가 아는 선생님한테 보낼려고 했는데 초등학생이 시간이 없어서 정해진 시간에 꼭 집으로 찾아와서 레슨을 해줘야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보통 선생님들이 받는 레슨비하고 부모가 생각한 레슨비하고 차이도 좀 나고해서 비전공자인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3월부터 8월까지 거의 5개월간 했었는데 아직 C장조도 못 들어갔습니다..쿨럭
반음 스케일도 떠듬떠듬... 모데라토, 미나리왈츠 거의 소음수준...
연습 전혀 안 해오는거 같고 오죽하면 부모가 저한테 전화해서 이번주는 강제로 연습 좀 시켰으니까 잘 못 하더라도 칭찬 좀 해주세요라고 했었습니다.
요즘 애들 다 이런지 몰라도 선생에 대한 예의 같은건 거의 실종... 레슨가서 제가 인사하면 그냥 베시시 웃기만하고 2주쯤 지나니까 말도 그냥 놓더군요..."이렇게 해라"하면 "응" 이런식으로...
결정적으로 기타에 대해 별로 흥미를 못 느끼는거 같더군요. 그냥 부모가 시키니까 하는식으로..
저야 뭐 일주일에 1시간이고 시간도 별로 안 뺏기고 없는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니까 연습을 해오든 안 해오든 꼬박꼬박 시간 지켜서 레슨 해주면 그만이지만 그렇게만 하기에는 양심에도 찔리고 해서 여기에 글 쓰게 되었습니다.
제가 십여년전에 기타 처음 배울때는 거의 한달동안 각종 스케일 배울때 참 지겹고 하기 싫었지만 막상 연습곡 들어가서부터는 기타가 참 재미있었다고 기억하는데...
이런게 전공자하고 비전공자의 차이가 아닌지 모르겠네요.
초등학생 레슨 많이 해보신분들 경험담 좀 들려주세요.
제가 앞으로 기타로 먹고사는게 아니지만 (지금 대학원생) 맡고 있는 학생만큼은 책임감 있게 어느정도까지 해주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