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장 "기타적인 기타음악"이 좋다.
기타의 레퍼토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방대하다.
하지만 그중에 기타적인 곡들은 몇곡이나 될까...?
다소 주관적인 관점이지만 나는 야마시타가 싫다...
그 이유는...?
그가 내가 생각하는 일류기타리스트가 아니어서...?
아님 혹자들이 평하는 것처럼 그가 테크닉만 중시하고 음악성은 떨어지는 기타리스트여서...?
내가 그를 싫어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바로 그가 추구하는 음악이 "비기타적" 이기 때문이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기타로 편곡했을때 과연 그 곡이 오케스트라로 듣는 것 만큼의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물론 각자의 취향이다.
감동을 받을 수도 있고, 감동을 받지 않을 수도 있고...
하지만 나는 야마시타의 '전람회의 그림'을 들으면 역겹다.
처음에 그의 연주를 들었을 때는 신기했다. 어떻게 교향곡을 기타 하나로 연주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그러나 그 신비감이 사라졌을 때부터 그의 음악이 역겨워지기 시작했다.
기돈 크레머의 바이올린, 요요마의 첼로, 다니엘 바렌보임의 피아노...그들이 연주하는 삐아쏠라를 들었을때
나는 그것들은 삐아쏠라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것들은 기돈 크레머 였고 요요마 였으며 또한 다니엘 바렌보임일 뿐이었다.
모든 음악들은 각자에 어울리는 악기로 연주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람회의 그림은 오케스트라로, 삐아쏠라의 땅고는 땅고밴드로 말이다.
나는 "비기타적"인 기타곡들이 싫었다.
기타를 위해 작곡되어진 곡들일지라도 모두 기타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한 작곡가에 의해 만들어진 곡일지라도 모두 다 기타적인 것은 아니다.
기타에 어울리지 않는 화성과 기타 곡 속에서 다른 악기를 표현해 내기 위한 주법을 굳이 써가면서까지
기타곡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간결하고 아주 기초적이더라도 기타적인 곡과 기타적인 연주...
나는 그런 것들이 좋았다.
그러나 그 시기의 나의 음악세계를 "비기타적"인 곡들이 지배하게 되면서 점점 기타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와중에 나를 기타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다음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