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두가지 길이 있었어요 ^^;" - 마에스뜨로 아우셀

by 오모씨 posted Jun 0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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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영화로
"세상의 모든 아침"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그 영화는 프랑스 초기바로크를 연 마렝마레와 그의 스승이신 은둔자 꼴롬베 선생님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레드바이올린', '아마데우스' 등 많은 영화들은 화려한 무대위의 영광, 열광하는 대중의 감동을 렌즈에 담아 연주자를 돋보이게 하는 것을 빠트리지 않는데,
'세상의 모든 아침'이라는 영화는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며 움막속에서 은둔하며 연주하는 대가(꼴롬베선생)와, 그것을 문 밖에서 훔쳐들으며 배우다가 나중에 궁정악사가 된 젊은 마렝마레 이야기로 예술가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껏 많은 연주자들을 보아왔지만,
그들은 모두 화려한 무대위가 어울리는 연주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좀 전에 만나고 들어온 이 분은 다른분이다고
감히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그는 서있는 모습만으로, 미소만으로, 수줍은 말투만으로, 부드러운 시선만으로도 음악을 먹고 음악을 숨쉬고 살아온 분이란 것을 감각이 거북이 등딱지 처럼 둔한 사람도 대번에 알아 버리게 할 짙은 인간내가 나는 예술가 였습니다.

 

수 시간 전 마에스뜨로(감히 그에게는 이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로베르또 아우셀과 조금 전 저녁식사를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답니다.^^
부러우시죠?^^
제가 워낙 사진찍기를 많이 하다보니 내일 리허설 사진 찍는 일정 상의하러 갔다가 함께 식사를 하고 맛난 음식을 먹을 기회가 있었답니다.

아우셀님은 강남의 모 호텔에 묵고 계셨답니다.
혁님과 올라가니 한참 연습중이셨어요.^^
그냥 혼자 경험하고 말기에는 너무 감동적인 시추에이션이 많았던지라
잊어 버리기 전에 기록해 봅니다.
제가 언어가 짧고, 야심한지라 몇가지 기억나는 얘기만 적어봅니다.

 

아우셀님의 숙소의 침대에는 하드케이스에 담긴 붉은 기타가 뉘어져 있었고,
거울 앞에 의자와 발판이 놓여있고, 화장대나 진열대로 보이는 곳엔
낡은 메트로놈이 놓여있었습니다.

일행이 "대가께서도 메트로놈을 쓰시나요?^^;;;"물었더니
"아내한테 빌려온건데, 느린곡을 연습하기 위해 메트로놈을 써요~^^;;"고하셨습니다.  
보통 우린 빠른곡 연습할라고 많이 쓰쟈나요^^
느린곡의 템포를 유지하는게 더 어려운가봐요^^

 

그가 기타를 꺼내 연주를 하자 활홀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음색이 챙챙하여 유심히 보니 손톱에 비닐테이프롤 붙이고 연습하시는 것입니다.

혁님 왈, 아우셀께서 낮에 내일 연주에 앞서 연습하다보면 손톱이 닳으니
스카치테이프와, 혹 손톱이 깨질지 모르니 순간접착제를 사달라고 하셨답니다.
프로 연주자의 철두철미함이란!! 감동치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참있다가 비닐테이프를 떼어내시고 연주를 하니 너무나 아름다운 음색이 룸을 채웠습니다. ㅠ.ㅠ

연주에 대해서는 너무 감동..ㅠ.ㅠ 말로서 표현하자면 넘 길어지니 생략합니다. ㅡㅡ;

 

식사를 하러 고기집에 갔었는데, 음식을 많이 드시지 않으셨습니다.
괜히 말라보이는게 아니더군요...ㅋㅋ 제가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지라 저만 배 채웠습니다. ㅡㅡ;

식사중 나온 질문이
"기타를 공부하는 사람이 전공을 기타를 택하지 않고 다른 전공을 해야 한다면 뭐가 좋겠습니까?"하며 이번에 하버드 철학과를 들어간 첼리스트 장한나를 예를들어 질문을 하였습니다.

마에스뜨로께서는 "비지니스를 전공하면 되지요^^"라고 하셔서 하하하고 다들 웃었습니다.^^
일종의 자본과 너무 밀접한 관계에 있는 현 음악시장을 풍자하신 것이겠죠? ^^

이어서
"R.., F.... 등 당신보다 콩쿨경력이 낮은 사람도 EMI나 데카와 같은 메이저 음반사에서 음반이 나왔는데, 당신은 왜 메이저 음반사에서 음반을 내지 않았는가"를 질문했습니다.

이에 아우셀님이 말씀하시길
"지금까지 10여개의 음반을 만들었는데 모두 마이너 레이블이었어요. 이유는 메이저음반사일수록 '요구하는 것'이 많아 내가 원하는 음악만을 음반에 담을 수는 없어요. 몇몇 유명음반사에서 제의가 있었지만, 그러한 부분 때문에 계약을 하지 않았죠.
페르난데스의 경우도 데카에 계약된 후 2년에 10여장의 앨범을 내었는데, 아마 그가 좋아하는 레파토리로만 연주한건 아닐꺼에요. 많이 힘들었을꺼에요~

제게도 분명히 두가지 길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의 길을 선택했어요^^"  라고 하셨습니다.

이 두가지 길이란 "메이저 음반사에 음반을 내어 대중적이 되고, 돈을 버는 파퓰러뮤지션이 되는 길과, 자신을 위한 음악을 하는 길"을 말하는 것이겠죠?^^
(기타매니아 음반에서 기타소리를 완벽하게 잡아내는 날 아우셀님께 원하는 어떤 곡이든 다 담아드리겠다고 말하고싶어 입이 근질거렸으나 참았습니다 ㅡㅡ;;;;;)

감동적이었고, 너무나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씨이...ㅠ.ㅠ 주르륵

 

공연에 다른 음악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악사들과 애호가들께 기타음악의 훌륭함을 알려드려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스트링 콰르텟과 함께하는 레퍼토리 등 타 악기들과 많은 공연을 하신다 하였습니다.
혁님이 내년에 스트링콰르텟과 함께하는 무대를 꾸밀까 고민중이던데요, 아우셀과 함께할 훌륭한 스트링콰르텟을 어디서 구한다죠..ㅠ.ㅠ

 

내일 공연을 바빠서 못오시는 분들은 꼭 마스터클라스에라도 와보세요!!
아마 그분의 눈빛, 목소리, 미소만으로도 예술까의 모습이 어떠한 것인지 알 수 있을겁니다!

너무나 귀한 손님이 저기 호텔에서 한국에서의 공연을 준비하시면서 주무시고 계실꺼에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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