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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4 00:12
연주회 스케치 - 조이 오브 기타 앙상블
(*.228.153.4) 조회 수 5414 댓글 7
대구를 다녀왔다.
비가 오락가락해서 약간 쌀쌀했지만 차창 밖 풍경은 봄기운이 완연했다.
대구 어린이 공원 내에 있는 꾀꼬리 극장.
안동과는 달리 연주회장 밖은 꽃대궐이었다.
목련은 꽃봉오리가 터지기 직전이었고 개나리와 벚꽃은 이미 만개한 상태.
연주회장으로 들어서니 이성우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무대로 단원들이 입장하는데 예상과는 달리 중늙은이(?)들이 다수 눈에 띠고 수더분한 중년의 아줌마들도 눈에 들어온다.
모두 13명.
이성우 선생님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설마 회갑연은 아닐테지? ㅋㅋㅋ
이어서 이 합주단의 지휘를 맡은 이성우 선생님이 입장했다.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합주단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있었는데 평균연령은 40세 정도란다.
아줌마 5명, 학생 1명, 나머지는 아저씨들.
교황 서거에 대한 짧은 멘트와 곡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은 후 연주에 들어갔다.
첫 곡은 바흐의 코랄 <눈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도다>와 짧은 코랄(Chorale) 3곡.
테크닉적으로 그다지 어려운 곡은 아니지만 잘 조련된 절제된 앙상블이 대번에 느껴졌다.
통상 코랄은 대체로 느릿하여 연주효과가 적기 때문에 연주회장에서는 잘 연주되지 않는 곡이다.
연주하는 악기가 파이프 오르간도 아니고...
이 첫 곡을 듣는 순간 이 합주단과 이성우 선생님의 색깔이 바로 느껴졌다.
학창시절에 바흐의 <주님의 보좌 앞으로 나아갑니다(또는 우리가 심한 괴로움에 빠질 때에)>라는 코랄 - 푸가의 기법이 미완성이기 때문에 이 곡으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 을 기타로 편곡하여 무대에 올려 본 나로서는 이성우 선생님의 의도가 바로 읽혀졌다.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면, 내가 동아리 합주단을 이끌면서 코랄 악보를 나눠 주었을 때 주변의 반대가 많았었다.
코랄은 연주효과가 빵점이라는 것이 그 이유.
하지만 합주 연습이 시작되면서 이 같은 불만은 눈 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단원들이 너무도 아름다운 폴리포니의 세계에 "눈뜨"게 되면서 음악을 즐기게 되었던 것이다.
이성우 선생님의 의도했던 게 아마도 이런 게 아니었을까 한다.
두 번째 곡은 Biberian이란 사람이 소르의 소나타, 판타지아 등에서 뽑아 3개의 악장으로 재구성한 곡.
이성우 선생님은 처음부터 지휘봉 없이 의자에 앉아서 지휘를 했는데 마치 합창을 지휘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단원의 수가 적기 때문에 지휘자가 일어서게 되면 시각적으로 불안정한 인상을 주게되므로 적절한 선택으로 여겨졌고, 지휘봉이 없이 지휘한 것 역시 설득력이 있다고 느껴졌다.
2악장은 무척 아름다운 악장이었는데 아마도 '판타지아'에서 가져와서 편곡한 것이 아닌가 한다.
지휘하는 중간 중간에 가볍게 흥얼거리는 소리도 들렸는데 연주를 즐기는 듯한 인상을 주었고 이런 분위기는 단원들에게도 전해져서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듯했다.
3악장은 잘 알려진 미뉴엣 C장조.
세 번째 곡은 끌레이냥이 작곡한 <동서남북>이라는 곡.
악장 배치는 우리와는 달리 북남동서의 순.
프랑스의 작곡가인 끌레이냥의 입장에서 보면 스칸디나비아(1악장)는 북쪽, 스페인(2악장)은 남쪽, 비엔나(3악장)은 동쪽, 미국(4악장)은 서쪽에 해당한다.
1악장은 3/4박자의 스칸디나비아지방의 멜로디를 사용한 것 같은데 선율이 무척이나 아름다왔다.
역시 끌레이냥다운 솜씨.
아르페지오에 저음선율을 실어 노래하는 부분도 무척 아름다웠지만 두 개의 선율이 서로 교차되는 부분과 저음부의 반음진행이 어우러진 부분은 이 곡의 백미.
2악장은 스페인의 하바네라.
첫 부분은 비제의 유명한 하바네라를 부분적으로 패러디(하강하는 반음진행 부분)하는 듯 하다가 끌레이냥의 악상을 이어갔는데 대단히 재치있는 표현으로 여겨졌다. 손톱으로 옆판을 두드리는 등 리듬적인 요소를 표현하기도.
3악장은 비엔나풍의 왈츠.
다소간 귀족적인 분위기에다 작곡자의 세련된 위트가 느껴져 즐거웠다.
4악장은 미국풍의 레그타임(Rag-Time).
초기의 재즈에 해당하는 래그타임은 20세기 초반에 미국에서 유행했던 음악.
톡톡 튀는 리듬이 즐거움을 더했는데 곡이 흘러가다가 줄이 끊어지는 듯한 음향과 함께 예기치 않게 끝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장내에 잠시 웃음이 이어졌다.
끌레이냥의 재치가 느껴지는 마무리.
이성우 선생님과 올리버가 연주했던 <써커스 뮤직>에서와 같은 해프닝.(동전이 어쩌구 하는 부분)
10분간 휴식을 마치고 2부 순서가 이어졌다.
어여쁜 두 여자분의 중주.
첫 곡은 잘 알려진 김명표님의 <민요 3장> 중 3악장 Allegretto.
남성적인 힘이 느껴지지 않아 다소간 아쉬웠지만 시종 진지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두 번째 곡은 타케미츠의 <불량 소년(Bad Boy)>
제목과는 달리 3/4박자의 무척 아름다운 곡이었다.
아르페지오에 실어 아름다운 선율을 노래했는데 여성적인 섬세함이 느껴졌다.
아마츄어임이 분명한 두 아줌마는 기타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두 선율이 폴리포니하게 진행하는 부분은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아름다왔다.
기타로 노래를 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예전에 이성우 선생님의 렛슨광경을 본 적이 있는데 노래를 무척 강조했던 것같다.
이어서 합주곡 3곡이 이어졌는데
첫 번째 곡은 셀수 마사두(Celso Machado 포어의 발음은 왜 이리도 헷갈리는지...)의 <브라질 무곡 Dancas Populares Brasileiras>.
이성우 선생님의 소개에 의하면 이 곡의 작곡자는 콩나물을 그릴 줄도 읽을 줄도 모른단다.
브라질 원주민 출신으로 현재 캐나다에 거주하며 민속악기를 잔뜩 들고 나와서 질펀하게 노는, 이성우 선생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음악이 체화된 사람"이라고 한다.
이 사람의 곡은 "거리의 음악"이며 다소간 "거칠지만 심각하지는 않은 음악"이란다.
1악장 Cantiga는 마치 타악기를 연주하는 듯한 원시적인 리듬감이 느껴졌는데 짧은 곡이었지만 지극히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곡이었다.
문득 빌라-로보스의 <브라질풍의 바흐>에 나오는 <칸티가>가 느껴졌다.
전통적인 것은 현대적인 것이다?
2악장 Ponteio는 밝은 느낌을 주는 리듬이 강조된 음악이다.
재즈(특히 아트 블래키의 음반)를 듣다보면 다른 뮤지션들이 쉬고 퍼커션이 혼자 재미나게 노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곡 역시 줄을 퉁기지 않고 기타 통을 신나게 두드리며 재미있게 노는 장면이 나온다. 무척 신나는 음악이다. 합주단의 호흡도 잘 맞았던 것같다.
3악장 Ciranda는 톡톡 튀는 리듬이 재미있었고, 4악장 Catira는 무척 서정적인 곡이었다.
전체적으로 한 편의 음화(音畵)를 연상케하는 음악이었다.
두 번째 곡은 대가 Scott Joplin의 <Rag-Time Dance>.
래그-타임은 드뷔시, 쇼스타코비치, 스트라빈스키에게도 영향을 끼쳤던 초기의 재즈.
영화 <스팅>의 유명한 <엔터테이너>를 연상케하는 경쾌한 리듬에 즐거움이 느껴졌다.
부분 부분 드뷔시의 <어린이 차지 Children's Corner>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곡을 마치자 이성우 선생님은 단원들께 손가락을 동그랗게 모아보이며(03 모양 아시죠?) 만족감을 표시.
마지막 곡은 Brouwer의 <룸바가 있는 쿠바의 풍경>.
이 곡은 오늘 연주회의 '꽃'에 해당하는 곡.
이 곡을 연습하는 데 단원들이 애를 먹었다고.
특수효과가 동원된 다소 난해한 곡이었는데 줄에다 마분지를 끼워 독특한 음향을 연출했다.
청중들은 눈이 휘둥그래져서 어떻게 기타에서 저런 소리가 나는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얼마 전에 있었던 LAGQ의 연주회가 생각나시는지.
이 곡의 악보에는 마분지 또는 성냥개비를 끼우라고 되어 있다는데 매냐 칭구들도 한 번 시도해 보시길.
연주가 끝나자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께 여기저기에서 괴성이 터져 나욌다.
앙콜 곡으로 비틀즈의 <옵라디 옵라다>를 연주했는데 신나는 리듬에 관객들이 함께 박수를 치며 연주회의 막이 내렸다.
이상이 연주회의 스케치다.
나는 수많은 연주회를 보아왔지만 리더의 색깔이 느껴지는 연주회는 그리 많지 않다.
이번 연주회를 보면서 이성우 선생님이 이 합주단을 지휘하는 게 아니라 연출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연극 연출가로 활동했던 전력 때문이었을까?
아줌마, 아저씨로 구성된 아마츄어 합주단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아마츄어로 구성된 악단이 자신의 색깔을 가진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전공생들로 구성된 테크닉이 받쳐주는 합주라고 하더라도 제 잘났다고 튀어나와 버리면 음악이 안되는 법이다.
조이 오브 기타 앙상블은 이성우 선생님의 지도를 단원들이 믿고 충실히 따라주었기 때문에 이성우 선생님은 자신의 색깔로 색칠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분수를 지키고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이끌어내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자신의 실력은 돌아보지 않고 소화할 수도 없는 곡을 들고 나와서 버벅대는 꼴은 더 이상 보고싶지가 않다.
프로 악단은 아니지만 이 악단의 능력에 맞는 곡 선정과 단원들의 진지함이 빚어낸 대단히 유쾌한 연주회였다.
벌써 두 번째 연주회가 기다려진다.
비가 오락가락해서 약간 쌀쌀했지만 차창 밖 풍경은 봄기운이 완연했다.
대구 어린이 공원 내에 있는 꾀꼬리 극장.
안동과는 달리 연주회장 밖은 꽃대궐이었다.
목련은 꽃봉오리가 터지기 직전이었고 개나리와 벚꽃은 이미 만개한 상태.
연주회장으로 들어서니 이성우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무대로 단원들이 입장하는데 예상과는 달리 중늙은이(?)들이 다수 눈에 띠고 수더분한 중년의 아줌마들도 눈에 들어온다.
모두 13명.
이성우 선생님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설마 회갑연은 아닐테지? ㅋㅋㅋ
이어서 이 합주단의 지휘를 맡은 이성우 선생님이 입장했다.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합주단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있었는데 평균연령은 40세 정도란다.
아줌마 5명, 학생 1명, 나머지는 아저씨들.
교황 서거에 대한 짧은 멘트와 곡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은 후 연주에 들어갔다.
첫 곡은 바흐의 코랄 <눈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도다>와 짧은 코랄(Chorale) 3곡.
테크닉적으로 그다지 어려운 곡은 아니지만 잘 조련된 절제된 앙상블이 대번에 느껴졌다.
통상 코랄은 대체로 느릿하여 연주효과가 적기 때문에 연주회장에서는 잘 연주되지 않는 곡이다.
연주하는 악기가 파이프 오르간도 아니고...
이 첫 곡을 듣는 순간 이 합주단과 이성우 선생님의 색깔이 바로 느껴졌다.
학창시절에 바흐의 <주님의 보좌 앞으로 나아갑니다(또는 우리가 심한 괴로움에 빠질 때에)>라는 코랄 - 푸가의 기법이 미완성이기 때문에 이 곡으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 을 기타로 편곡하여 무대에 올려 본 나로서는 이성우 선생님의 의도가 바로 읽혀졌다.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면, 내가 동아리 합주단을 이끌면서 코랄 악보를 나눠 주었을 때 주변의 반대가 많았었다.
코랄은 연주효과가 빵점이라는 것이 그 이유.
하지만 합주 연습이 시작되면서 이 같은 불만은 눈 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단원들이 너무도 아름다운 폴리포니의 세계에 "눈뜨"게 되면서 음악을 즐기게 되었던 것이다.
이성우 선생님의 의도했던 게 아마도 이런 게 아니었을까 한다.
두 번째 곡은 Biberian이란 사람이 소르의 소나타, 판타지아 등에서 뽑아 3개의 악장으로 재구성한 곡.
이성우 선생님은 처음부터 지휘봉 없이 의자에 앉아서 지휘를 했는데 마치 합창을 지휘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단원의 수가 적기 때문에 지휘자가 일어서게 되면 시각적으로 불안정한 인상을 주게되므로 적절한 선택으로 여겨졌고, 지휘봉이 없이 지휘한 것 역시 설득력이 있다고 느껴졌다.
2악장은 무척 아름다운 악장이었는데 아마도 '판타지아'에서 가져와서 편곡한 것이 아닌가 한다.
지휘하는 중간 중간에 가볍게 흥얼거리는 소리도 들렸는데 연주를 즐기는 듯한 인상을 주었고 이런 분위기는 단원들에게도 전해져서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듯했다.
3악장은 잘 알려진 미뉴엣 C장조.
세 번째 곡은 끌레이냥이 작곡한 <동서남북>이라는 곡.
악장 배치는 우리와는 달리 북남동서의 순.
프랑스의 작곡가인 끌레이냥의 입장에서 보면 스칸디나비아(1악장)는 북쪽, 스페인(2악장)은 남쪽, 비엔나(3악장)은 동쪽, 미국(4악장)은 서쪽에 해당한다.
1악장은 3/4박자의 스칸디나비아지방의 멜로디를 사용한 것 같은데 선율이 무척이나 아름다왔다.
역시 끌레이냥다운 솜씨.
아르페지오에 저음선율을 실어 노래하는 부분도 무척 아름다웠지만 두 개의 선율이 서로 교차되는 부분과 저음부의 반음진행이 어우러진 부분은 이 곡의 백미.
2악장은 스페인의 하바네라.
첫 부분은 비제의 유명한 하바네라를 부분적으로 패러디(하강하는 반음진행 부분)하는 듯 하다가 끌레이냥의 악상을 이어갔는데 대단히 재치있는 표현으로 여겨졌다. 손톱으로 옆판을 두드리는 등 리듬적인 요소를 표현하기도.
3악장은 비엔나풍의 왈츠.
다소간 귀족적인 분위기에다 작곡자의 세련된 위트가 느껴져 즐거웠다.
4악장은 미국풍의 레그타임(Rag-Time).
초기의 재즈에 해당하는 래그타임은 20세기 초반에 미국에서 유행했던 음악.
톡톡 튀는 리듬이 즐거움을 더했는데 곡이 흘러가다가 줄이 끊어지는 듯한 음향과 함께 예기치 않게 끝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장내에 잠시 웃음이 이어졌다.
끌레이냥의 재치가 느껴지는 마무리.
이성우 선생님과 올리버가 연주했던 <써커스 뮤직>에서와 같은 해프닝.(동전이 어쩌구 하는 부분)
10분간 휴식을 마치고 2부 순서가 이어졌다.
어여쁜 두 여자분의 중주.
첫 곡은 잘 알려진 김명표님의 <민요 3장> 중 3악장 Allegretto.
남성적인 힘이 느껴지지 않아 다소간 아쉬웠지만 시종 진지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두 번째 곡은 타케미츠의 <불량 소년(Bad Boy)>
제목과는 달리 3/4박자의 무척 아름다운 곡이었다.
아르페지오에 실어 아름다운 선율을 노래했는데 여성적인 섬세함이 느껴졌다.
아마츄어임이 분명한 두 아줌마는 기타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두 선율이 폴리포니하게 진행하는 부분은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아름다왔다.
기타로 노래를 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예전에 이성우 선생님의 렛슨광경을 본 적이 있는데 노래를 무척 강조했던 것같다.
이어서 합주곡 3곡이 이어졌는데
첫 번째 곡은 셀수 마사두(Celso Machado 포어의 발음은 왜 이리도 헷갈리는지...)의 <브라질 무곡 Dancas Populares Brasileiras>.
이성우 선생님의 소개에 의하면 이 곡의 작곡자는 콩나물을 그릴 줄도 읽을 줄도 모른단다.
브라질 원주민 출신으로 현재 캐나다에 거주하며 민속악기를 잔뜩 들고 나와서 질펀하게 노는, 이성우 선생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음악이 체화된 사람"이라고 한다.
이 사람의 곡은 "거리의 음악"이며 다소간 "거칠지만 심각하지는 않은 음악"이란다.
1악장 Cantiga는 마치 타악기를 연주하는 듯한 원시적인 리듬감이 느껴졌는데 짧은 곡이었지만 지극히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곡이었다.
문득 빌라-로보스의 <브라질풍의 바흐>에 나오는 <칸티가>가 느껴졌다.
전통적인 것은 현대적인 것이다?
2악장 Ponteio는 밝은 느낌을 주는 리듬이 강조된 음악이다.
재즈(특히 아트 블래키의 음반)를 듣다보면 다른 뮤지션들이 쉬고 퍼커션이 혼자 재미나게 노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곡 역시 줄을 퉁기지 않고 기타 통을 신나게 두드리며 재미있게 노는 장면이 나온다. 무척 신나는 음악이다. 합주단의 호흡도 잘 맞았던 것같다.
3악장 Ciranda는 톡톡 튀는 리듬이 재미있었고, 4악장 Catira는 무척 서정적인 곡이었다.
전체적으로 한 편의 음화(音畵)를 연상케하는 음악이었다.
두 번째 곡은 대가 Scott Joplin의 <Rag-Time Dance>.
래그-타임은 드뷔시, 쇼스타코비치, 스트라빈스키에게도 영향을 끼쳤던 초기의 재즈.
영화 <스팅>의 유명한 <엔터테이너>를 연상케하는 경쾌한 리듬에 즐거움이 느껴졌다.
부분 부분 드뷔시의 <어린이 차지 Children's Corner>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곡을 마치자 이성우 선생님은 단원들께 손가락을 동그랗게 모아보이며(03 모양 아시죠?) 만족감을 표시.
마지막 곡은 Brouwer의 <룸바가 있는 쿠바의 풍경>.
이 곡은 오늘 연주회의 '꽃'에 해당하는 곡.
이 곡을 연습하는 데 단원들이 애를 먹었다고.
특수효과가 동원된 다소 난해한 곡이었는데 줄에다 마분지를 끼워 독특한 음향을 연출했다.
청중들은 눈이 휘둥그래져서 어떻게 기타에서 저런 소리가 나는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얼마 전에 있었던 LAGQ의 연주회가 생각나시는지.
이 곡의 악보에는 마분지 또는 성냥개비를 끼우라고 되어 있다는데 매냐 칭구들도 한 번 시도해 보시길.
연주가 끝나자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께 여기저기에서 괴성이 터져 나욌다.
앙콜 곡으로 비틀즈의 <옵라디 옵라다>를 연주했는데 신나는 리듬에 관객들이 함께 박수를 치며 연주회의 막이 내렸다.
이상이 연주회의 스케치다.
나는 수많은 연주회를 보아왔지만 리더의 색깔이 느껴지는 연주회는 그리 많지 않다.
이번 연주회를 보면서 이성우 선생님이 이 합주단을 지휘하는 게 아니라 연출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연극 연출가로 활동했던 전력 때문이었을까?
아줌마, 아저씨로 구성된 아마츄어 합주단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아마츄어로 구성된 악단이 자신의 색깔을 가진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전공생들로 구성된 테크닉이 받쳐주는 합주라고 하더라도 제 잘났다고 튀어나와 버리면 음악이 안되는 법이다.
조이 오브 기타 앙상블은 이성우 선생님의 지도를 단원들이 믿고 충실히 따라주었기 때문에 이성우 선생님은 자신의 색깔로 색칠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분수를 지키고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이끌어내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자신의 실력은 돌아보지 않고 소화할 수도 없는 곡을 들고 나와서 버벅대는 꼴은 더 이상 보고싶지가 않다.
프로 악단은 아니지만 이 악단의 능력에 맞는 곡 선정과 단원들의 진지함이 빚어낸 대단히 유쾌한 연주회였다.
벌써 두 번째 연주회가 기다려진다.
Comment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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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오신 1000식님께 감사드립니다...어느새 후기를...잘 도착하신것 같아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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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분들은 직장생활에 바쁘셨을 거고, 여자분들은 집안 일과 애들 챙기느라 바쁘셨을 텐데 음악을 향한 열정에 감탄했습니다.
제가 떠난 후 송선생님이 오셨다는 후문을 들었는데 후회가 되기도.
참새가 방앗간 앞을 그냥 지나치기가 힘든 법이거늘 술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을 땐 눈물이 핑.
빌어먹을 동행 땜에. ㅋㅋㅋ
전 지금 혼자 참치 캔 따서 한 잔 하고 있심다.
후회 막급. -
후기 잘보았습니다.
이성우선생님과 앙상블단원분들이 멋진일을 하셨꾼요..연출경험 많으신 선생님이시쟈나여... -
많은 분들이 오셔서 자리를 빛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미 합주단에서 이기철 단장님, 오부원님께도 감사를 드리고요.
이번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항상 겸손한 자세를 가지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조이오브기타합주단에서 단원을 모집합니다. 합주에 관심이 있는 분은 카페로 문의해주세요.
http://cafe.daum.net/joyofgui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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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식님..이성우입니다... 먼 걸음 감사드립니다.
창단 연주를 마치고 나니 한 시름 덜은것 같습니다.
다음에 서울 오시면 연락 주십시요...그날 못마신 술 대접하겠습니다.ㅎㅎㅎ
건강하시길... -
Could someone have Lee Sung Woo and/or Lee Ki Chul contact me at William.kim@aero.org ?
we're members of TaeGu classic guitar ensemble 1972, but lost contact since I left Korea
many years ago. - Kim il Young -
Hello, Mr. Kim ilYoung ! I was a member of "Moonlight" guitar ensemble. And I remember
that you played in the concert 1976(?) I am living in Madrid since few years ago.
Here you have contact of Je, JeongMin. tel.82-53-11-533-9027
If you have a plan to travel to Spain. you can contact with me. I like to know the people
JEON SANGWOO 34-676-41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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