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세계 최고 ...

by JS posted Oct 1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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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최고의 기타리스트" 논의에 대한 답글일 수도 있습니다. 제목에 분명히 "내가 생각하는"이라고 붙였습니다. 그냥 제 생각이 이렇다는 것이지 ... 이것이 옳다는 말이 아닙니다.

세계 최고의 기타리스트, 피아니스트, 물리학자, 수학자, 언어학자, 육상 선수, 권투 선수, 기업인 등등등 -- 아주 매력적인 주제임에 틀림없습니다. 동시에 매우 가치있는 논의 거리이기도 하고요. 특히나 자기 분야에서 "세계 제일"을 꿈꾸는 야심찬 젊은이들에게는 무엇이 "세계 최고"인지에 대해 명확한 "관"을 정립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세계 최고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그 사람이 없었다면 ... 그 사람이 그 일을 안 했더라면 ... 그 분야가 지금과는 현저히 다른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라는 말이 성립하면 ... 그 사람은 "세계 최고"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하면 "세계 최고"가 좀 많아집니다. 하지만 아주 많지만도 않습니다. 매우 바람직한 결과이죠. 소르가 없었다면, 쥴리아니가 없었다면, 타레가가 없었다면, 토레스가 없었다면, 세고비아가 없었다면 ... 어쩐지 기타 음악계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일 것 같습니다. 그들의 영향이 그토록 컸다는 소리이지요. 그런 점에서 그들은 세계 최고의 작곡가, 연주가, 제작가였습니다.

저 ... 야마시다 별로 안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가 없었다면 ... 이 세상 그 누구도 기타로 연주하는 신세계 교향곡이나 전람회의 그림을 들어보지 못했을 겁니다.

테크닉이 조금 더 뛰어나다고 세계 최고가 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수 십 명이 했음직한 샤콘느를 한 번 더 편곡해서 연주했다고 세계 최고가 되는 것도 아니고, 눈이 부신 기량으로 국제 콩쿨을 휩쓸고 멋진 연주 들려 줬다고 세계 최고가 되는 것도 아니라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나는 예페스의 샤콘느가 좋아, 나는 배아무개 씨의 샤콘느가 좋아"하는 등식은 성립하겠지만 ... 특정 개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어냈다고 해서 그것이 그 연주자를 "세계 최고"로 만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학문의 세계에서는 의외로 "이 사람이 없었다면 이 분야가 지금과는 확~ 달랐을 것이다"라고 말하기가 쉽지만 ... 음악 연주에서 그런 판단을 내리기가 결코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 제가 말씀드린 기준을 가지고 생각한다면 ... 비록 러셀이 바루에코가 윌리암스가 세계 최고인지를 얼른 판별하기는 쉽지 않을지라도 ... 적어도 자신이 혹은 한국 사람이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어느 정도 분명해 집니다.

세계 최고의 연주가는 물론 뛰어난 음악성과 테크닉을 갖춰야 하겠지만 ... 궁극적으로는 기타 음악계를 변화시킬만한 ... 혹은 기타 음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만한 ... 창의성, 통찰력, 도전 정신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 점에서 야마시다를 높이 평가합니다. 제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는 ... 야마시다는 뛰어난 테크닉에도 불구하고 음악성은 매우 떨어지는 것 같지만 ... 그의 창의성, 통찰력, 도전 정신은 그를 "이 사람이 없었더라면 기타 음악이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경지에 올려 놓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최고의 연주자를 꿈꾸신다면 ... 세계 최고의 테크니션이 되겠다는 생각보다 ... 어떻게 하면 기타 음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 JS

PS> 옛날에는 연주회 티켓이 S석, A석, B석이었는데, 요새는 R석, S석, A석이더군요. 실제로 변한 것은 없고 이름만 기분 좋게 바꿔 준 것이죠. 1류, 2류, 3류도 "대가-초절정고수-고수" 하는 식으로 바꿔 말할 수 있을테니 ... 야마시다를 3 류라 하건 고수라 하건 ... 부르는 사람 맘이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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