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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2002년 부산에서 있었던 로베르토 아우쎌 선생님의 독주회 후기입니다. 서정실 선생님께서 쓰신 글이고, 클래식 기타 잡지에 실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원래 글은 서정실 선생님의 홈페이지인 http://sixstring.pe.kr     에서 보실 수 있고(앗 그런데 지금 잠시 안되는 듯 합니다), 제가 서정실 선생님께 허락받고 그대로 올립니다. 인터넷으로 주문하신 판이 도착하기를 애타게 기다린다고 하셨는데, 이때는 GHA 음반이 국내 수입되지 않을때라서 저 멀리 "아마존"에서부터 배타고 오는 음반을 기다리셨겠군요^^ 현재 아우쎌 선생님의 연주는 GHA의 음반을 통해서 들어볼 수 있으며, 그 중 "사형수의 최후"를 곧 음원 그대로 잠시 메냐에 올릴 예정입니다.



* 로베르토 아우셀 기타 독주회 Roberto Aussel Guitar Recital *

2002년 3월 2일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대강당


연주곡목

Simone Molinaro (1565-1615)
     Fantasia prima
     Fantasia nona

Sylvius Leopold Weiss (1686-1750)
     Sonata (Dresden No.5)

Fernando Sor (1778-1839)
     Grand Solo, Op.14

Joaquin Rodrigo (1901-1999)
     Invocacion y Danza

Antonio Ruiz Pipo (1934-1997)
     Cancion y Danza No.1

Astor Piazzolla (1921-1992)
     Five Pieces for Guitar


서울에서 열리는 연주회도 "멀다"는 핑계로 거르곤 하는 수도권 위성도시민인 필자가 부산이라는 머나먼 도시에서 열리는 기타 독주회를 보러 일부러 찾아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필자는 장거리 운전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보통의 경우라면, 3월의 첫 토요일에, 사는 곳과 600킬로미터 떨어진 장소에서 벌어지는 로베르토 아우셀이라는 사람의 기타 독주회는, 필자에게는 그냥 알고 지나가고, 가 본 사람에게 나중에 이야기나 전해 듣는 그런 이벤트였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에 그랬더라면,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도 모르고 그냥 살았을 것이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마침 피에스타 기타 앙상블의 연주를 위해 부산에 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더라면 나는 그냥 집에서 혹은 다른 곳에서 대한민국의 한 끄트머리에서 어떤 음악이 펼쳐지는지 꿈에도 모른 채 의미 없는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 대신, 아우셀의 연주를 보고 들으며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커다란 행운이었다.


부산의 교통상황을 과소평가 했던 우리 일행은 연주 약 한 시간 전에 숙소인 한국콘도를 출발했다. 하지만, 길게 느껴졌던 그 한 시간이 너무나 부족한 시간이었음이 곧 밝혀졌고, 우리는 두 번째 프로그램이 중간쯤 진행되었을 때에서야 가쁜 숨을 몰아쉬며 연주회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이 날의 연주회의 주제가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 그리고 현대에 이르는 네 시대의 음악을 조명하는 것이었는데, 이미 한 시대는 흘러가 버린 후였다. 참고로, 첫 프로그램의 작곡가 Simone Molinaro (1565-1615)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당대를 풍미했던 류트니스트/작곡가로, 그의 작품은 레스피기의 "옛 춤과 노래"의 한 곡으로서 관현악 편곡되기도 했다. 르네상스의 Fantasia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대위법적으로 풀어내는 악곡인 만큼, 각 성부를 정확히 분리하여 균형 잡힌 연주를 들려주었을 텐데, 바로 그런 연주를 놓친 것이다.


필자가 연주장에 들어가던 순간에는 Sylvius Leopold Weiss(1686-1750)의 소나타 중 부우레가 연주되고 있었다. 아우셀은 악보를 앞에 놓고 연주하고 있었지만, 악보를 읽으며 연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자연스러운 연주였다. 그의 연주는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바로크의 무곡들이 실로 "춤곡" 이라는 것을 확실히 일깨워주는 아름다운 연주였다. 학구적인 냉정함이 배어 나오는 계산된 정확함으로 이루어진 그의 프레이징이 춤곡의 아름다운 율동감을 살려내는 것을 듣는 것은 정말이지 색다른 감동이었다.


다음 프로그램은 Fernando Sor(1778-1839)의 Fantasia, Op.7로 나와있었으나, 아우셀은 Grand Solo, Op.14를 연주하였다. (연주 전에 안내방송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갑작스러웠다.) 얼떨결에 갑자기 듣게 된 연주라서 그런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겠지만, 앞의 프로그램에 비해서 조금 답답하고 정돈이 덜 된 느낌의 연주였다. 하지만, 뚜렷한 강약과 완급의 대비, 그리고 다양한 음색을 이용하여 마치 기타보다 더 큰 그 무엇이 연주하는 것을 듣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폭넓은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중간 휴식 이후의 프로그램은 모두 20세기의 음악으로 꾸며져 있었다. 특히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아르헨티나 출신 기타리스트인 아우셀을 위해 신(新)탱고의 창시자인 Astor Piazzolla가 작곡한 "Five Pieces for Guitar"가 준비되어 있어 2부가 더욱 기대되었다.


2부의 첫 곡은 두 말이 필요 없는 20세기 기타 음악의 명곡, Joaquin Rodrigo(1901-1999)의 Invocacion y Danza. 또렷한 하모닉스로 시작된 연주는 "기원"의 신비로움을 정확히 표현해 주었으며, 이어지는 "춤"은 바이스의 모음곡과 마찬가지로 정확히 계산된 강세와 음색으로 이 곡의 모체가 된 Polo 리듬을 확실히 살려주었다. 마치 "이 곡은 이렇게, 이 부분에서는 이런 식으로 연주하는 것이 좋아" 라고 조목조목 설명 해 주는 듯 한 꽉 짜인 조직적인 연주라는 인상을 받았다.


다음 곡인 Antonio Ruiz Pipo(1934-1997)의 Cancion y Danza No.1 또한 멋진 연주였다. "노래"에서의 멜로디는 그의 다채로운 비브라토에 힘입어 정말로 노래하고 있었으며, "춤" 역시 그의 정확한 리듬감에 의해 확실히 살아나는 모습이었다. 특히 춤 부분의 연주에서는, 주제가 재현되는 부분에서 조금 너무 작고 자신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의 피아니시모로 시작하여 폭발하는 듯한 저음의 포르티시모까지 몰고 가는 길고도 정밀한 크레센도가 압권이었다. 간단한 곡이었기에 그의 음악 만드는 솜씨를 더욱 잘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기대 속에 기다렸던 마지막 프로그램은 시작부터 끝까지 이 곡을 위한 교과서 같은 느낌이었다. 연주가 감동적이지 않았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단지, 악보를 보면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나 어색하게 느껴졌던 부분들이 하나도 귀에 거슬리지 않도록 자상하게 "설명"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이야기이다. 그가 앞선 프로그램의 연주를 통해 보여주었던 여러 가지 표현의 도구들 - 다양한 음색, 폭넓은 강약, 색감 있는 비브라토, 정확한 강세 등등 - 은 이 곡에서 한층 더 빛을 발했으며, 그것들을 통하여 연주자는 이 곡의 아주 깊은 곳까지 관객에게 풀어서 이야기 해 주는 그런 명 연주를 들려주었다.


피아졸라의 연주를 마친 아우셀은 그리 수는 많지 않았지만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준 관객들에게 두 곡의 앙코르와 수 차례의 커튼콜로 답례하였다. 연주중의 아우셀과 연주후의 아우셀은 너무도 달라서, 매 곡의 연주를 마치고 인사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수줍은 소년이 생전 처음 관객 앞에서 연주 한 후 망설이며 정중히 인사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더욱 신선했으며 이날의 연주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는 기분은 필자만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날 연주후의 느낌은, 그 어떤 뜨거운 열정을 전해주는 북받치는 시 낭송을 들은 기분보다는, 탄탄한 줄거리와 충실한 인물묘사로 이루어진 훌륭한 소설을 읽은 후의 감흥에 더욱 가까운 것이었다. 말씀은 담담하고 조용하게 하지만, 요점을 정확히 찍어서 전달해 주는 좋은 선생님으로부터 알고 싶던 내용에 대한 강의를 들은 후의 충만함과도 비슷한 즐거움이었으니, 실로 오랜만에, 연주회장을 나서며 "이 연주를 들음으로써 내가 한 발 더 발전하였다"는 생각이 들게 해 준 연주회였다.


연주회장 출입 통제가 제대로 안되었던 아쉬움(덕분에 늦게나마 들어가서 바이스의 뒷부분을 들을 수 있었지만), 관객이 너무 적었다는 아쉬움, 연주 후 연주자와 함께 할 만한 시간이 없었다는 아쉬움 등등,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던 연주회였지만, 너무나 멋진 연주, 듣는 이의 머리와 가슴을 함께 충만하게 해 주는 연주를 들을 수 있었기에 모든 것을 용서 할 수 있는 밤이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아우셀의 판이 도착하기를 애타게 기다리며,)



2002/3/7 서 정실





- 고딩시절 체력장 점수가 남아돌았던
600석 전석 매진 질주본능 으니 올림!!!!



다음 글도 많이 보아주세요^^ 멋진 내용들이 담겨있습니다^^
1995년 일본 현대기타와 있었던 인터뷰 내용 보기 클릭 꾸욱~*
http://www.guitarmania.org/z40/view.php?id=gowoon38&no=7948


Comment '2'
  • 해피보이 2004.09.30 09:28 (*.106.95.217)
    아우셀은 단순히 소리의 크기로도 10단계를 자연스럽게 조절할 수 있는 괴물이라고 생각되옵니다. 제 인생 최고의 기타공연을 꼽으라면 로베르트 아우셀과 후쿠다 신이치.......
  • 2004.09.30 11:57 (*.168.105.40)
    글쵸 아우쎌 오른손은 할말없이만들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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