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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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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30.102) 조회 수 2819 댓글 2
안녕하세요.아르시누스최진원입니다.
지난해 Carlo Domeniconi 연주회리뷰를 써주신 서정실 선생님과 클래식기타 발행인 정광교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올해 11월24일 서울 연주회를 시작으로 26일 전주. 28일 대구.30일 바다가 있는 부산에서 마지막 연주회를 가집니다. 부디 많이 오셔서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
추석날 가족과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Carlo Domeniconi Plays Carlo Domeniconi

  
2003년 12월 6일 토요일 오후 8시
금호 리사이틀 홀

프로그램

Robin Hood Suite Op.64 /1993
Prelude & Fugue Nr.5 (B-minor) Op.97 /1999
Sunayama Henge Op.71a /1994
Sonata Nr.3 Op.105 /2002
Krysea Phorminx Op.56 /1992
Gita Op.26 /1988 (new version 2002)
Koyunbaba (Suite Pastorale) Op.19 /1986

  

카를로 도메니코니에 대해서 아는 것은 거의 없었다. 그가 기타 연주자이고, 국내에서 대유행한 코윤바바의 작곡가이며, 상당한 기인으로 소문이 나 있다는 점 정도? 그 이상의 사전지식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연주회를 보게 되었다. 프로그램에 올라 있는 곡들도 코윤바바 이외에는 전혀 처음 들어보는 제목들......  하지만, 그런 무지함은 신선함과 통하는 것이었고, 정말로 얼마 만에 그런 설레는 기대감과 미지의 연주자에 대한 두근거림으로 연주회장을 찾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연주 시간 20분 전 까지는 아무도 입장시키지 말아달라는 연주자의 부탁에 의해 7시 40분에야 들어간 객석에서 본 무대 위에는 작은 단이 마련되어 있었고, 준비된 의자 위에는 기타가 이미 자리하고 있었다. 무대의 조건에 미리 적응이 되어있으라는 주인의 배려였을까? 단 앞에 놓여있는 보면대와 함께 기타 독주회에서 흔히 보는 장면은 아닌, 나름대로 색다른 이 장면 역시 신선함을 더해주는 세팅이었다.

시간이 되어 등장한 연주자는 헐렁한 조끼차림의 동네아저씨같은 편안한 차림새에 포스터 사진에서 본 (사실 그 사진보다는 좀 정리된) 산발의 흰머리, 무척 친근한 인상이면서도, 무언가 범상치 않은 느낌을 풍기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렇게 등장한 연주자의 첫 곡은 Robin Hood Suite.  영국의 로빈훗 이야기를 기타음악으로 옮긴 것인데, 로빈 훗이나 매리언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에 대한 묘사와 여러 사건을 표현하는 간단한 음악이었다.  테크닉으로는 중급 이상만 갖추었다면 다룰 수 있을 것 같은 곡이었지만, 이런 단순한 곡에서 보여준 연주자의 표현력은 실로 놀라왔다.  그리 크지 않은 전구의 잡음이 거슬릴 정도의 섬세한 여린 소리부터 시작되는 그의 넓은 셈여림 폭도 그러하거니와, 미세한 비브라토의 조절, 절묘한 아티큘레이션, 그리고 섬세한 루바토의 표현은 이미 음표와 기타를 넘어선 이야기의 세계로 듣는 이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이어진 세 곡은 도메니코니가 얼마나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언어에 통달하였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들이었다.  두 번째 곡인 전주곡과 푸가 5번은 그가 작곡한 여섯 개의 전주곡과 푸가 중 한 곡인데, 본인의 해설에 따르면 쇼스타코비치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한다.

세 번째 곡 "Sunayama Henge"는 일본 민요에 의한 상당히 자유로운 변주곡이었다.  동양인의 귀에는 그냥 좀 화려하고, 유럽인의 이국적 취향에 기댄 그저 그런 음악으로 들릴 수 있는 그런 곡이었지만, 일본색을 띠면서도 작곡가의 음악적 언어와 조화되어 전혀 새로운 음악으로 태어나는 모습은 한국적인 그 무엇을 찾는 한국의 기타인들에게 어떤 아이디어를 주는 듯 했다.

1부 마지막으로 연주된 소나타 3번은 2002년에 작곡 된 최근작으로, 잉게보르크 바흐만이라는 독일의 표현주의 시인의 시에 감명을 받아 쓴 작품으로, 소나타 형식이라기 보다는 다섯 악장으로 된 모음곡에 가까운 곡이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시에는 극한적인 대조가 많이 등장한다는데, 이를 음악적인 극단의 추함과 아름다움의 대립으로 표현한 그의 작곡/연주 솜씨에는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표현주의 시를 표현주의적인 무조성 음악으로 표현한 걸작이라고 하겠다.  

박수와 환호 속에 연주자는 퇴장하였고, 이어진 휴식시간 중에 보면대가 치워지는 것으로 2부는 또 무언가 다른 음악들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했다.  과연, 이어서 들려온 2부의 첫 두 곡은 도메니코니가 기타와 음악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지극히 개인적으로 표현한 음악들로 느껴졌다.

2부의 첫곡 "황금 리라"의 원천은 천상과 지상의 사이를 음악으로 화해시키려는 아폴론의 모습을 그린 2천년도 더 된 그리이스 시인의 시에 붙인 음악이라고 한다.  마치 올림포스에서 리라를 연주하는 아폴론의 모습을 소리로 그려내고 이야기로 들려주듯, 이 곡의 연주는 시종일관 풍부한 색채감의 터치와 다양한 화성, 그리고 화려한 테크닉들로 가득 차 있었다.  손에 얽매이지 않고, 귀에 들려오는 소리와 효과를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모드의 오른손 터치가 인상적인 연주였다.

두 번째 곡인 "Gita"는 인도어로 "성스러운 노래"라는 뜻으로, 하늘에서 내려온 소리를 통해 천상과 지상이 서로의 따뜻함을 주고받는 모습을 그린 곡이라고 한다.  아주 작은 소리의, 쓰다듬는 듯한 터치로 시작해서 귀를 찢을 듯 한 강한 라스게아도까지 이어지는 길고 긴 크레센도는 경이로웠으며, 중간 부분에서 사용한 여러 가지 다양한 양손의 테크닉 또한 신기하고 신선한 것들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곡을 듣는 동안 정말로 천상과 지상이 음악을 통해 이어지는 느낌을 받았다면 이는 필자만의 착각일까?

2부의 첫 두 곡은 "음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도메니코니가 발견한 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필자는 이 두 곡이, 하늘에서 내려와 인간을 위로하고 보살피는 소리, 인간들의 역사와 삶과 소망을 하늘로 전하는 소리, 바로 이런 것들이 음악이라는 작곡가, 연주가의 자기 고백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곡으로 너무나도 잘 알려진 코윤바바가 연주되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날의 코윤바바는 지금까지 들었던 그 어떤 코윤바바와도 달랐다.  이날 작곡가의 손으로부터 직접 들은 이 곡은, 연주라기 보다는 이야기에 가까왔다고나 할까?  이미 기타라는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듣는 이의 귀에 아름다움과 추함을 마음껏 선사하고 가는 그런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멋진 연주였다.

지난번 죤 윌리암스의 연주회에서 테크닉을 뛰어넘은 기타를 보았다면, 이번 도메니코니 연주회에서는 기타를 뛰어넘은 음악을 들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의 기타에서 나는 소리는, 사실 전통적인 스패니쉬 기타의 음색과도 거리가 있고, 그가 기타로 만드는 음악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기타 음악과도 상당한 거리가 있다. 하지만, 그가 사용하는 특이한 음색, 넓은 셈여림의 폭, 그리고 다양한 특수 효과들은 이미 테크닉이라던가, 기타가 내고 있는 소리라는 것을 뛰어넘어서 듣는 이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게 하여주는 그런 것이었다.

그의 여러 음악에는 상당히 전위적이고 과격한 조성, 혹은 전혀 비조성적인 부분도 있었고, 보통 기타에서 사용되지 않는 아주 특이한 특수주법의 사용도 있었지만, 이것들은 각 곡들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에 녹아 들어가 전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음향이, 그런 음색이, 그런 화음이 나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런 내용을 표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도메니코니는 기타로 기타 이상의 것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최고의 대가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기타를 든 화가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

연주가 끝난 후 로비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기타를 메고 나타난 도메니코니에게 열렬한 환호와 박수를 보냈지만, 그의 반응은 조금은 시큰둥한 "Come on, I'm just a guitar player(이런, 전 그냥 기타 연주자일 뿐입니다)" 였다.  하지만, 그날 만난 도메니코니는 "그냥 기타 연주자" 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것을 필자를 비롯한 듣는 이들에게 전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로비의 문을 열고 나서는 바깥바람은 무척 매서웠지만, 그날 연주의 열기는 필자의 귀갓길을 내내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c)2003, 서정실 sixstring@sixstring.pe.kr, http://sixstring.pe.kr
Comment '2'
  • 으니 2004.09.25 17:34 (*.91.198.165)
    전국 4회 공연이라니 정말 대단한 기획입니다!!!
    도메니코니 선생님 얼마나 다시 오시길 기다렸는지 몰라요!!
  • 오부원 2004.09.26 11:17 (*.64.215.133)
    작년 내한 공연을 못봐서 한이 되어서 이미 한달전에 대구공연 예매를 마치고
    단체로 추가 예매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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