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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05 23:57
서울대 동문 공연 후기...^^
(*.117.210.165) 조회 수 3713 댓글 5
아주 즐거운 휴일이었다.^^
재능 있는 미래의 연주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오늘 공연은 진즉 나를 고민에 빠트렸었다.
오랜 친구의 공연을 가느냐... 아니면 새롭게 무대에 서게 되는 젊은 연주자들의 무대의 한쪽을 채워 힘을 실어주느냐...
어제 밤 새 고민을 하다가, 배모씨님은 내가 가지 않아도 이해할 친구라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고 문자를 보냈다.
"내일 못 가니 연주 잘해~ 부담 덜어줄께~ㅋㅋ" (내가 공연때 마다 하도 갈궈서 내가 오면 부담스럽다는 농담을 간간히 했던 그인지라 천연덕스럽게 못가는 이유를 대충 달아봤을 뿐이다.)
매우 섭섭해 하는 그였지만, 먼 곳에서 좋은 공연을 하길 바라는 친구의 마음을 알리라. (모를 가능성도 있다.)
3시 공연.
1시쯤 집을 나서 동호대교를 지나 장충동 족발 원조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세상에서 거기 족발이 제일 맛있다.
물냉면도 죽인다.
나중에 지방에서 매냐님들 오시면 거기서 함께 족발을 뜯고싶다.
1시 40분 경 금호아트홀에 도착했다.
공연 한시간 반 전인데도 불구하고 제법 많은 사람들이 와있어 상당히 놀랐다.
티켓 창구에는 정광교님(디자인기타 대표), 서울기타콰르텟의 넨네님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다가가서 "아니 형!! 같은날 같은 시간으로 잡음 어떠케! 우쒸~"하고 상투적인 시위를 함 했다.ㅋ
대관이라는 것이 원하는대로 되지 않는 것이기에 주최하는 측에서도 참으로 힘들었으리라.
그래도 앞으로 공연 할 떄 기타인들끼리 어느정도 시간 조정을 좀 했음 좋겠다는 취지로 말을 건넸지만,
참 미안하다. 기타 공연,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하는 것만도 머리 아픈 일인데. 수고의 말 보다 이상한 소리를 해대었으니...^^: 광교형 홧팅!
저쪽에는 수진님과 수진님 어머니가 앉아계신다.
어릴 떄 부터 재능이 남달랐던 수진이.
벌써 고등학생인가?
배움을 넓게 가져 재능을 더욱 살렸음 좋겠다.
어머니께 인사드리고,
박종호님이 너털걸음으로 와서 인사를 한다.(광교형아에게)
오늘 새벽에 스페인에서 도착했다고 한다.
보름 일정으로 이성준(큰)님과 스페인 콩쿨인가? 갔다 왔다고 한다.
그건 글타치고, 오늘 새벽에 도착한 이성준님이 오늘 무대에 오르게 되어있느넥 아닌가.
시차 적응이 안되어 정신이 혼미할떄인데...
프로그램을 보니 몽환적인 곡은 뒤쪽에서 최인님과 송다혜양이 연주를 하는구나. 바꾸지..ㅋ
공연 시간이 임박하자 많은 이들이 몰려온다.
일일이 인사는 못 드렸지만,
기타계의 원로님들, 허병훈선생님 내외분, 아리시누스 최진원님, 엄태흥선생님...등 안면이 있는 분들과
다수의 대학생들로 보이는 관객들...
시간이 되어 공연 시작을 알린다.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김성훈님과 일행과 함께 앞열에서 자리를 잡았다.
금호아트홀은 기타 공연을 하기에 참으로 최적의 곳이 아닌가 싶다.
대규모의 홀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엘지아트홀이었다.
소리가 날라다니는게 보이는 멋진 홀...
금호아트홀은 음색이 따스하다.
기타의 울림이 멀리 관객석까지 증폭되어 들린다.
다만 사람이 꽉 차면 그 많은 귀가 소리를 다 먹어보리는 바람에 뒤쪽까지 기타 소리가 시원스럽게 들리지는 않는... 아무리 좋은 홀이래두 기타 전문 연주 홀만 할까... 그런 곳이 생기면 참 좋을텐데..
첫 연주는 아주 흥미롭게도 이성준군과 이성준군의 무대였다..^^
기타계에서 이들을 부를 때 재미있게 큰성준이, 작은성준이...라고 애칭을 하는데, 덩치도, 나이도, 음량도 큰 성준이가 컷고, 반대로 작은 성준이는 큰성준에 비해 나이도, 덩치도 작았지만, 음악만은 결코 작다 할 수 없었다.
그들이 연주한 곡은 엔드류 요크와 끌레앙의 음악. 오늘 새벽 한국에 떨어진 큰성준과 작은 성준은 보름간의 공백이 있기는 했냐는 듯 찰떡 궁합으로 음악을 맞춰 나간다.
이들의 듀오는 단연코 오늘 공연 중에서 가장 빛난 연주가 아니었나 싶다.
개인적으로 학생인 나이에 연주 활동을 하는 친구들을 참 좋아한다.
성준군들도 그렇고, 종호, 최인도 그렇고, 예전에는 배모씨도 그러했었다.
예술가는 학생이고 졸업생이고를 떠나 예술가일 뿐이다.
미흡함이 있어도 학생이 예술가가 되어 가는 법은 없고
어린 예술가가 업그레이드 되어가는 것만 있을 뿐이다.
일찌기 자신의 연주를 당당하게 남 앞에 내 놓는 이들은 서툴든 놀라운 연주를 하던간에 예술가들이다.
다만 어린 예술가들에게 꼭 해주고 싶음 말이 있다면, 무대라는 것을 진지하게 알아달라는 것이다.
연주를 하는 사람이 그날의 컨디션, 연습과정에서의 일 등 때문에 연주를 망쳐버릴 수 있는 개인적인 것이지만,
어렵게 시간과 돈을 들여 즐거운 연주를 감상하러 온 이들을 실망시키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해야 한다.
무대는 정직하여 성실히 준비한이들을 배신하지 않는다. 제 아무리 대가라 하더라도 성실하게 준비하지 않은 공연을 망치는 것을 얼마나 많이 보아왔는가.
그런 의미로 볼 때 두 성준님들의 연주는 아주 성실하게 준비가된 멋진 화음이었다.
끌레앙과 요크의 듀오를 연주하기에 그들의 기량은 월등했으므로 편히 곡에 몰입하여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두대의 기타가 어울어지는 즐거움이란 저런것이 아니었을까.
그들이 나날이 업그레이드되어 나중에 또 듀오를 할 기회가 있다면, 오늘의 즐거웠던 기억을 되새기며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큰 성준과 작은 성준)
다음 연주는 콰르텟이었다.
두 성준과, 최인, 송나예양이 함께 어울어진 무대.
개성 각각의 남자들 사이에 예쁜 드레스를 입은 나예양이 앉아있으니 얼마나 보기도 좋던지..^^
이들 콰르텟의 가장 큰 특징은 '음색"이었다.
작은성준은 거칠고 윤기는 없으나 알맹이 있고 당당한 톤,
나예양은 차갑고 단단한 유리공주같은 소리,
인군은 퍼석퍼석하지만 로멘틱한 레가토가 자연스러운 소리,
큰성준의 다채로운 개타 소리를 뽑아내는 밸런스 있는 감성적 소리.
그들이 연주한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깍기인형 조곡.
각 악장이 가지고 있는 회화적 요소들과 위에 말한 그들의 음색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귀를 쫑긋하고 잼나게 즐겼다...^^
작은 얼음덩어리 보다 거대한 얼음덩어리를 깍아 조각을 만드는것이 큼직한 얼음조각을 만들기에 더 유리 할 것이다.
다이나믹레인지를 극대화시켜 곡을 다듬었으면, 듣는이들에게 더 감동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유독 많은 한국 연주자들이 소리가 커서 파열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스포르잔도를 스포르잔도답게, 포르테시모를 포르테시모답게 연주하는이의 피아니시모는 더 섬세하게 들리기 마련이지만, 시종일관 메조포르테 밑을 오가는 연주는 안개와 같아 몽환적이다가 졸음으로 관중을 몰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의 연주는 충분히 다이나믹했으며, 곡이 가지고 있는 아기자기함을 잘 풀어나갔다.
차후 폭넓음 다이나믹을 요구하는 곡을 연주하게 된다면, 나는 위에 말한 것을 기대하게 될 것 같다...^^

(멋진 콰르텟)!
휴식 시간을 가지고 들어와 보니 관중이 엄청나게 많음에 놀랐다.
연주를 더할수록 자리는 채워져서 빈 자리가 몇 석 보이지 않았다.
서울대 동문들에게 관객 몰이 성공의 비법을 반드시 물어봐야 할 것 같다.

후반부는 맨 뒤에서 듣기로 했다.
이어서 송나예양과 최인군의 무대.
그들은 라벨의 파반느와 빠아졸라의 Lo Que Vendra 를 연주했다.

개인적으로 송나예양의 연주를 들어볼 기회를 많이 놓쳤는데, 이번에 맘껏 즐길 수 있어 참으로 좋았다.
나예양은 곡을 연주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테크닉을 가지고 있고, 독특한 하드하고 크리스탈같은 소리를 가진 연주자이다.
늙은 여배우가 온 몸으로 배역을 연기하듯, 곡에 몰입하여 온 몸으로 노래에 젖어드는 습관을 가진다면, 좋은 재능이 더욱 빛을 발하리라 생각했다.
배우에게 배역이 주어졌을 때 자신의 이름이 지워지듯, 연주자는 곡을 만났을 때 그 곡이 원하는 캐릭터(이미지)로 몰입을 해야한다. 그러면 대가인데... ㅡㅡ; 나예양은 그것만 되면 정말 최고일 것 같아요^^
최인님은 감성이 참으로 좋은 연주자로 알려져 있죠.
이날 곡 선정에도 최인님이 취향이 드러나 보이네요.^^
깊이 곡에 몰입을 하는 연주자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단점이 숲 보다는 나무에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숲과 나무 모두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이는 대가일 것입니다.
좋은 감성의 연주가 큰 것을 보고 극적인 연출을 해 나가는 능력을 향상시킨다면, 아무리 난해한 곡도 청중은 즐겁게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멋진 듀오였습니다.^^
듀오를 듣고, 마지막 콰르텟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생각난게 강냉이를 밥솥에 삶고 있었다는...
나때문에 이 신축건물이 불나면 안될것 같아 불이나케 집으로 왔습니다.
로비에서 칼멘 조곡 시작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아주 화끈하게 시작하데요..^^
아직 재학생들의 연주인지라 충분히 즐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갔었는데..
뜻밖의 어린 예술가들의 성실한 무대에 감동한 일요일 오후였습니다...^^
더욱 매진하시어 좋은 공연 많이 해 주세요 여러분!!
Commen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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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다행이 전기밥솥이어서 .... 보온이 되고 있더라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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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좋은 충고 감사해요... 더 업그레이드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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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생각으론 음량이 넘 작은 점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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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모씨님 봤습니다. 실물로는 처음...^^ 어떤 미인분이랑 함께 계시던데요~
그나저나 쓰신 연주회 후기가 연주회를 다시 한번 느껴보는 느낌이 듭니다. 멋진 글이예요. (^_^)=b
연주회후에 개인적으로 이성준(큰)님의 팬인지라 음반들고 사인받으러 한참 기다리다가 결국 사진까지
함께 찍었드랬지요. 좋은 연주에 덤으로 사인과 사진까지...다음번 이성준님의 연주회가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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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모씨님의 후기는 항상 푸짐해서 연주회다녀온거처럼 좋네여......
집에 와보니 강냉이 팝콘으로 변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