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간만에 글을 올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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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외국인 기타리스트 연주회 감상을 하게 되었다.
남미의 악성 바리오스 망고레 스페셜리스트라 불리우는 베르타 로하스의 독주회다.
행사 주최측에서 내게 곡 해설을 부탁했기도 하고, 바리오스
전문 연주자라고 워낙 명성이 높은지라 크게 두 가지 목적으로 콘서트에 갔다.
우선 하나는, 망고레와 같은 국적의 기타리스트에서 여타 기타리스트 들과 다른
일종의 파라과이 특유의 차별적 해석을 볼 수 있을지, 그러한 음악적 경향이
보편적 고전기타 레퍼토리로 이루어진 1부에서 어떠한 조화를 이룰지.
이것이 궁금했고, 두번째로
제작자가 특별한 애정을 보였다는 그의 악기-Robert Ruck 의 울림이 궁금했었다.
로하스의 연주를 모두 듣고 느낀 점은,
그녀는 기본적으로 현대적인 경질의 음색(예를 들면 페르난데스나 10여년 전의 샤론 이즈빈)
이 아닌, 풍부하고 서정적인 터치를 구사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연주회를 일관하는 느낌은 그녀는 원래가 낭만적인 노래를 부르는데 능숙하다고 느꼈다.
2부의 바리오스 파트에서 그녀의 연주는 보다 생동감과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바리오스 독집 앨범을 낸 John Williams, David Russell 과 자연스레 비교가 되었는데
Williams의 연주에서 아카데믹한 절도감이 강조되고, Russell의 경우는 그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아름다운 음색이 연주를 더욱 빛내준다는 느낌이다.
로하스의 경우, 자신만의 목소리와 해석이 분명히 드러났는데, 음악을 만든다는 관점에서
러셀보다도 오히려 한 수 위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다.
특히나 오늘 연주회의 압권은 '숲속의 꿈'을 들 수 있는데, 실로 혀를 차게 만드는
멋진 연주였다.
이러한 그녀의 개성이 파라구아이 태생의 어드밴티지인지는 확실히 말 할수 없을것 같다.
그녀가 타레가등의 낭만적 작품에서도 이러한 능력을 보여줄 지 궁금했다.
로하스는 소품의 영역에서 보다 빛을 발하는 연주자라고 생각된다.
1부의 보편적인 곡들에서 그다지 큰 감동을 보여주지 못 했으며 특히나 로드리고의 대곡
Italica famosa에서는 조금 심하게 말해 지리멸렬한 상태였다고 까지 말 할수 있을 정도였다.
(앙헬 로메로나 바루에코의 연주에 너무 익숙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녀는 자신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의 특화에 성공한 연주자라고 할 수 있겠다.
앵콜 연주때 눈부신 빛깔의 고운악기 브라만 스페셜을 들고 나왔다.
나 역시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7현 브라만을 가지고 있어 무대에서 어떤 효과가 날 지
궁금했다.
연주가 시작되고 당장에 떠오르는 생각은 '스프루스와 시더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시더탑의 로버트 럭은 음이 두텁고 고음이 금속성으로 퍼져나간다. 반면 화음의 연주시
음 하나하나의 분리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무대에서의 음향은 비유하자면 약간 마이크를
통한 듯한, 방에서 연주할때와는 주파수 특성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따라서 듣는 입장에선 머리속으로 가상의 이퀄라이저를 동원해서(?) 플랫한 특성으로 만들어
들어야 한다. 다르게 말하면 긴장하고 듣게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브라만이 연주되는 순간, 어이없을 정도로 자연스런 소리에 가상 이퀄라이저(?)
를 모두 꺼야 했다.
하이엔드급 오디오를 접해보신 분들은 다음의 용어에 익숙할 것이다.
'뒷 벽이 사라지고 음장은 한발짝 물러서 넓게 자리잡는다'
'스피커의 존재가 사라지고 그 근처의 공기 자체가 울리는 느낌'
바로 이러한 느낌이었다.
음량은 럭보다 작다. 쭉쭉 파고들지 않는다. 그러나 음의 분리도와 밸런스가 좋아 더 잘 들린다.
더구나 스프루스탑은 절대로 5년은 지나 봐야 제 소리를 알 수 있는 법이니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조율이 잘 안되었는지 화음이 몹시 거슬렸는데, 로하스가 이 악기에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랬으려니
생각했다.
6번선 개방현의 미세한 울프톤은 치명적인 부분이며(강한 어택, 짧은 서스테인-홀드)
만약 로하스가 이 악기를 소유한다면 보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브라만에서는 로하스 타법의 약점이 그대로 노출되는 경향이 있었다.
럭으로 들었던 숲속의 꿈은 100점 만점이었는데, 같은 트레몰로 곡인 최후의 트레몰로에서는
놀랍게도 그녀의 p,a,m,i의 트레몰로 패턴에서 i가 음량과 음색에서 훨씬 처지는것이
명백히 드러났다.
다시말해서, 스프루스탑은 보다 강한 내공의 연주력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악기선택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끝으로 우리나라 공연장의 고질적 병폐도 지적해야겠다.
연주자가 계속 천장을 바라보며 에어콘을 꺼 달라고 했음에도 세 곡이나 연주된 후
조치된 점은 옥의 티였으며 흥행면에서 어쩔 수 없었겠지만 연주회 감상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일부 청중들의 감상 태도 역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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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외국인 기타리스트 연주회 감상을 하게 되었다.
남미의 악성 바리오스 망고레 스페셜리스트라 불리우는 베르타 로하스의 독주회다.
행사 주최측에서 내게 곡 해설을 부탁했기도 하고, 바리오스
전문 연주자라고 워낙 명성이 높은지라 크게 두 가지 목적으로 콘서트에 갔다.
우선 하나는, 망고레와 같은 국적의 기타리스트에서 여타 기타리스트 들과 다른
일종의 파라과이 특유의 차별적 해석을 볼 수 있을지, 그러한 음악적 경향이
보편적 고전기타 레퍼토리로 이루어진 1부에서 어떠한 조화를 이룰지.
이것이 궁금했고, 두번째로
제작자가 특별한 애정을 보였다는 그의 악기-Robert Ruck 의 울림이 궁금했었다.
로하스의 연주를 모두 듣고 느낀 점은,
그녀는 기본적으로 현대적인 경질의 음색(예를 들면 페르난데스나 10여년 전의 샤론 이즈빈)
이 아닌, 풍부하고 서정적인 터치를 구사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연주회를 일관하는 느낌은 그녀는 원래가 낭만적인 노래를 부르는데 능숙하다고 느꼈다.
2부의 바리오스 파트에서 그녀의 연주는 보다 생동감과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바리오스 독집 앨범을 낸 John Williams, David Russell 과 자연스레 비교가 되었는데
Williams의 연주에서 아카데믹한 절도감이 강조되고, Russell의 경우는 그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아름다운 음색이 연주를 더욱 빛내준다는 느낌이다.
로하스의 경우, 자신만의 목소리와 해석이 분명히 드러났는데, 음악을 만든다는 관점에서
러셀보다도 오히려 한 수 위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다.
특히나 오늘 연주회의 압권은 '숲속의 꿈'을 들 수 있는데, 실로 혀를 차게 만드는
멋진 연주였다.
이러한 그녀의 개성이 파라구아이 태생의 어드밴티지인지는 확실히 말 할수 없을것 같다.
그녀가 타레가등의 낭만적 작품에서도 이러한 능력을 보여줄 지 궁금했다.
로하스는 소품의 영역에서 보다 빛을 발하는 연주자라고 생각된다.
1부의 보편적인 곡들에서 그다지 큰 감동을 보여주지 못 했으며 특히나 로드리고의 대곡
Italica famosa에서는 조금 심하게 말해 지리멸렬한 상태였다고 까지 말 할수 있을 정도였다.
(앙헬 로메로나 바루에코의 연주에 너무 익숙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녀는 자신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의 특화에 성공한 연주자라고 할 수 있겠다.
앵콜 연주때 눈부신 빛깔의 고운악기 브라만 스페셜을 들고 나왔다.
나 역시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7현 브라만을 가지고 있어 무대에서 어떤 효과가 날 지
궁금했다.
연주가 시작되고 당장에 떠오르는 생각은 '스프루스와 시더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시더탑의 로버트 럭은 음이 두텁고 고음이 금속성으로 퍼져나간다. 반면 화음의 연주시
음 하나하나의 분리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무대에서의 음향은 비유하자면 약간 마이크를
통한 듯한, 방에서 연주할때와는 주파수 특성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따라서 듣는 입장에선 머리속으로 가상의 이퀄라이저를 동원해서(?) 플랫한 특성으로 만들어
들어야 한다. 다르게 말하면 긴장하고 듣게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브라만이 연주되는 순간, 어이없을 정도로 자연스런 소리에 가상 이퀄라이저(?)
를 모두 꺼야 했다.
하이엔드급 오디오를 접해보신 분들은 다음의 용어에 익숙할 것이다.
'뒷 벽이 사라지고 음장은 한발짝 물러서 넓게 자리잡는다'
'스피커의 존재가 사라지고 그 근처의 공기 자체가 울리는 느낌'
바로 이러한 느낌이었다.
음량은 럭보다 작다. 쭉쭉 파고들지 않는다. 그러나 음의 분리도와 밸런스가 좋아 더 잘 들린다.
더구나 스프루스탑은 절대로 5년은 지나 봐야 제 소리를 알 수 있는 법이니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조율이 잘 안되었는지 화음이 몹시 거슬렸는데, 로하스가 이 악기에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랬으려니
생각했다.
6번선 개방현의 미세한 울프톤은 치명적인 부분이며(강한 어택, 짧은 서스테인-홀드)
만약 로하스가 이 악기를 소유한다면 보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브라만에서는 로하스 타법의 약점이 그대로 노출되는 경향이 있었다.
럭으로 들었던 숲속의 꿈은 100점 만점이었는데, 같은 트레몰로 곡인 최후의 트레몰로에서는
놀랍게도 그녀의 p,a,m,i의 트레몰로 패턴에서 i가 음량과 음색에서 훨씬 처지는것이
명백히 드러났다.
다시말해서, 스프루스탑은 보다 강한 내공의 연주력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악기선택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끝으로 우리나라 공연장의 고질적 병폐도 지적해야겠다.
연주자가 계속 천장을 바라보며 에어콘을 꺼 달라고 했음에도 세 곡이나 연주된 후
조치된 점은 옥의 티였으며 흥행면에서 어쩔 수 없었겠지만 연주회 감상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일부 청중들의 감상 태도 역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Comment '8'
-
전 1부 곡들도 좋았는데...^^
다만 로드리고는 오히려 바루에코식으로 연주해서 저도 좀 지루하게 연주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타레가 곡들은 그럭저럭 아름다웠지만 뚜렷한 개성은 없는 듯 했고...
첨 듣는 작곡가들의 두 곡은...
로하스한테 잘 어울리더군여^^
2부의 바리오스 곡들은...
로하스의 해석이 가장 제 마음에 들고...
아랑님이 말씀하신대로 "서정적"이라는 그녀의 기질이 바리오스의 음악적 기질과 코드를 공유하는 듯.
울티모 칸토 연주할 때는 그녀가 실수로 조율을 잘못하고 손에 익지 않은 기타라...
소리는 아름다웠지만 많이 아쉬웠죠.
스프루스와 시더의 차이는...
개인마다 취향이 다른 듯 해요.
전 얼마전까지는 당연 시더의 소리에 온전한 한표를 던졌을 터인데...
지금은 스프루스도 좋은 거 같습니다.
어제 연주회 갔던 제 후배는
자기는 여전히 인공적인 냄새나는 스프루스보다
시더가 더 좋다고 그러네여. ^^ -
솔직히 로드리고 곡은 좀 거시기 하던데...아마도 로드리고가 연주가들 기량 테스트 하려고 만든 음악일지도...
농담이구여....^..^;;;
전 1부 마지막곡이랑 망고레 곡들이 디게 좋았어요...어쩜 소리를 그렇게 예쁘게 내던지...
-
아..그 유명한 분이시구나..^^;
근데 저랑 보는 방향이 많이 다르시네요..
로드리고의 italiaca는 곡의 규모나 구성을 볼 때
절대 로하스적인 음악은 못나오겠죠..
하지만 망고레만 치는 그녀에서 벗어나 용기있게
새로운 실험(?)을 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던데.. 망고레 스페셜리스트라는 타이틀은..
언젠간 그녀를 붙잡는 옥쇄가 되기도 하겠죠.. 그녀 스스로 울타리를 쳤다고나 할까요..
오히려 2부바리오스 곡들은..
10년전과 별반 다를바 없는 해석과 표현방식으로 진부한 느낌이 든게 사실입니다..
내심.. 그녀의 재능이 바닥난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고..(멋지게 연주해낸건 사실이지만..ㅡㅡ)
글구.. 혹시 뒤쪽에 앉으셨나요?
앞에서 들으니..브라만이 오히려 소리가 더 크고 대신 분리도나 밸런스는 약간 떨어지던데..
어떻게 정 반대로 들릴 수가 있지.. 내 귀가 이상한가..
저음에서의 악기의 성향은 제가 알기로 악기의 주인의 취향에 따라 의도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이렇게 섬세하게 묘사하는 글 솜씨를 보아하니, 혹시 최** 형님이 아니신지..
-
유진님, 반갑습니다.
저는 로하스는 처음 본 거랍니다..^^ 당근 그녀의 망고레는 신선했죠,...여튼, 로드리고와는 어울리지 않는것
같았어요.
그리고, 음..가령 3화음을 칠 때, 럭은 1번선은 두드러지는 반면 2,3번선은 파묻혀 들렸습니다.
(원래 연주자가 의도적으로 고음멜로디를 강조했을 가능성도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역시 2,3번 음은 뭉테기로 들렸습니다, 제 귀에는)
브라만의 경우 조율이 안 되었음에도 3화음의 구성 음이 줄 별로 다 잘 들렸습니다.
절대음량은 작더라도 음의 가닥추림이 좋으면 똑똑히 들리기 때문에 더 큰것처럼 들리는 경우도 있고요.
그리고, 브라만의 음은 아직 털 터졌다는것이 느껴지던데요...
밸런스의 경우,
브라만으로는 두곡 들은게 전부이므로 정확한 분석은 불가능하겠죠..^^
제 주관이 강하게 들어간 글이니,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
오랜만에 아랑님의 글을 대하네요...자주 글 올려주세요!~
이번 연주회는 사정이 있어 가보지 못했는데 자세한 후기들이 있어 아쉬움을 달래는군요...
화이팅!~ -
정말 오랫만에 아랑님 글을 보네요..그 전날 살롱에서 들었을 때의 느낌을 글로 표현하면 이렇게 되는구나..라는 (건방진)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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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바리오스의 보석상자에 대한 이야기는 얼마나 멋진지...
어디서 그런 좋은글들을 다 알아내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