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담배를 끊을 것인가?

by 장금이 직장 동료 posted Apr 0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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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엉뚱한 글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다른 데 기고한 글인데, 여기도 담배 피시는 분들이 좀 계신 듯 하여... 담배 피시는 분들에게 괜한 불편감을 들리려는 것이 아니구요, 이 사회가 담배로 인해 피해 보는 것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다소 거창한... 그런 얘기올습니다. ^^;;;

*** 모 일간지에서 '담배와 혈관'의 관계에 대해서 자료를 요청했는데, 아예 글을 써서 줬습니다.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애당초 질문들은 '담배를 피우면 심근 경색, 뇌졸중 등이 각각 몇배 증가하나요? 담배를 끊으면 얼마만에 어느 정도 위험이 감소하나요?', '담배의 어떤 물질이 어떻게 혈관에 나쁜가요?' 뭐 이런 식의, '지식 검색'스러운 질문들이었는데, 대충 무시하고 제가 쓰고 싶은대로 썼습니다. 담배가 해로운지 몰라서 못 끊는 사람은 저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해야 담배 끊는데 도움이 될까를 얘기해야 할 때입니다. 담배 안 끊으면 죽는다고 협박했다고 담배가 끊어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이 글의 후반부가 실제로 제가 하고 싶은 얘기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더 긴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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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폐암이 관련이 있다는 사실 정도는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로 상식처럼 되어버렸다. 하지만, 실은 담배가 몸에 나쁜 것은 단지 폐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며, 동맥경화의 중요한 한 요인으로서 동맥경화로 인해 초래되는 각종 질병들, 즉 협심증이나 뇌졸중과 같은 병들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는 분들이 가끔 있는 것 같다. ‘아직도‘라고 얘기한 것은 그렇게 수도 없이 모든 매스컴과 전문가들, 그리고 그들이 행하는 캠페인이 입을 모아 담배가 해롭다고 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연구들이 일관되게 담배와 동맥경화로 인한 각종 질환이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담배 피우는 양에 비례하여 그 위험이 더욱 증가한다는 것도 명백해 보인다. 협심증, 심근경색 등의 관상동맥질환을 예로 든다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서 하루 한 갑 정도까지는 약 두 배, 그 이상에서는 세 배 이상 관상동맥질환 발병의 위험이 증가한다. 뇌졸중의 위험 역시 약 2배 가량 증가하며, 주로 하지의 혈관이 좁아지는 동맥경화성 질환인 말초혈관 질환은 그 위험이 최고 10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혹시 이 수치를 보고, ‘두 배? 얼마 안되네?‘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있을까봐 노파심에서 부연설명을 드리겠다.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실은 훨씬 더 엄청난 위험도의 증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젊은 층일 수록 담배의 영향이 강력해서, 40대 이하에서 관상동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보면 담배 피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거의 6 내지 7배 가량 사망률이 높다. 나이가 들수록 그 위험의 증가 정도가 덜 해지는데,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담배로 인해서 죽을 사람들은 비교적 일찍 사망해버리기 때문에 노년층이 되면 담배로 인해 크게 피해를 받지 않는 ‘특별난‘ 체질을 가진 사람들만이 살아 남으므로 그 격차가 줄어드는 것이다.

또한, 흡연 단독으로도 충분히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높이지만, 고지혈증이나 고혈압과 같은 다른 위험요인들과 같이 존재할 경우에 위험도는 한층 더 커지며, 그 위험도는 ‘더하기‘로 올라가기 보다는 ‘곱하기‘로 올라가게 된다는 견해가 많다. 이를테면 위험을 세 배 증가시키는 위험요인이 2가지 있다면 위험은 여섯 배가 아니라 아홉 배가 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흡연과 혈관의 동맥경화 및 이로 인한 질병의 발생과의 관계가 잘 알려져 있는데 비하여 실상 어떤 물질이 어떤 경로를 통하여 그렇게 만드는 지에 대해서는 의외로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 혈관내벽의 손상을 초래하여 콜레스테롤이 잘 끼어들게 만든다거나, 피가 잘 굳게 만들도록 하여 혈전을 형성하게끔 하거나, 혈관의 경련을 일으켜 좁아지게 만들거나 하는 여러 가지 기전들이 동시에 작용할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러나, 기전이 어찌되었건, 무슨 물질이 문제이건, 이런 것은 전혀 논의의 핵심이 아니다. 담배가 건강에 이렇게 저렇게 해롭다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사실 새로이 강조할 내용은 별로 많지 않다. 뭐라고 하든 듣는 사람들은 ‘누가 담배 나쁜 줄 몰라서 못 끊냐?‘라면서 냉소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지금 논의의 중심은 담배가 몸에 나쁘다는 너무나도 뻔한 사실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담배를 끊을 수 있는 것인가‘에 맞추어져야 마땅하다.

일단, 담배를 끊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이며, 담배를 끊지 못한다고 해서 개인의 의지가 약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담배는 매우 강력한 중독성을 가진 사실상의 합법적인 마약이며, 개인적인 노력 뿐 아니라 적절한 의학적 도움과 사회 전체 차원에서의 강력한 정책적 뒷받침이 없이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는 대전제가 필요하다.

담배 피우면 이런 저런 무시무시한 병에 걸린다는 ‘협박‘은 보통 기대하는 것처럼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사람들이 어떤 행위를 계속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한 가지는 그것을 통해 쾌락이나 어떤 이익을 얻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그것을 하지 않았을 때 생기는 고통이다. 담배를 피우면 나중에 이러저러한 병에 걸린다는 ‘겁주기‘는, 당장에 담배를 피우지 않아서 생기는 고통과 나중에야 어찌되든 당장 담배 한대를 물었을 때 얻게 되는 몸과 마음의 평화라는 이득을 상쇄하기에는 너무 추상적이다.

따라서, 담배를 피우면 무엇 무엇이 나쁜가 하는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담배를 끊으면 어떤 점이 좋아질 것인지, 내가 담배를 왜 끊고 싶어하는지, 예컨대, 옷에 찌들은 담배 냄새와 지저분한 담배재가 사라지고, 가족들은 기뻐하고, 지긋지긋한 가래도 사라지고 운동할 때 숨도 덜 차며 훨씬 건강하고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다 등등 거의 당장에 생길 수 있는 이익들을 생각하는 긍정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담배를 피우는 것이 오히려 고통스러워지면 더욱 강력한 금연 촉진 효과가 발생하는데, 공공장소에서의 흡연 금지, 담배값 인
상 등등이 이에 해당하는 조치들이다. 여기에 담배를 끊음으로 해서 생기는 고통을 니코틴 패치 등의 금연 보조제를 통해 덜어준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개인의 자발적 금연율은 사실 실망스러울 정도로 낮다. 연구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1년 이상 자발적으로 금연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100명 중 2명에서 4명 정도에 불과하다. 사람들에게 담배가 나쁘다고 홍보하는 것만으로, 그래서 담배의 해악에 대해 잘 알게 되면 자동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금연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안이한 생각일 뿐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경우에 금연율을 훨씬 올릴 수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들이 많이 있다. 잘 조직된 금연 프로그램은 금연율을 높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계획을 세워서 어떻게 실천에 옮길 것인지 전문가가 상담을 통해 알려주고, 실패했을 경우 같이 원인을 분석하여 대책을 마련해주며, 금연 시도 시 많은 사람들이 겪게 되는 괴로운 금단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니코틴 패치 등의 약물치료를 보조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분명 효과가 있는 방법이다. 이러한 다각적인 조치를 통하여 금연율을 최대 3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참으로 불행하게도 이렇게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서 의료 보험은 전혀 인정을 하고 있지 않다. 당장에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고 질병을 예방하며, 심지어 결과적으로는 의료비마저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인데도 불구하고 당장에 돈이 들어간다는 매우 근시안적인 이유로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불행히도 이러한 잘 조직되어 있는 금연 프로그램은 일반화되어 있지 않아서 금연을 원하는 사람들이 찾으려 해도 가까운 병원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담배에서 얻어지는 건강세 등의 세수는 이러한 금연 프로그램의 확산과 일반화에 대폭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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