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 디용 후기, "맛깔스런 연주, 침 꼴딱 넘기는 으니 " 2004년 3월 27일

by 으니 posted Mar 2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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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기술력의 승리는 놀랄만한 것이어서 음반에서 보여준 것에 못미치는 실력으로 실망을 주는 연주자가 그리 드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디용을 믿었다. 이 사람은 정말로 음악을 아는 사람이라고. 어떻게 음악을 빚어내는지, 어떤 양념을 쳐서 맛을 내는지, 같은 것도 어떻게 담아내고 더 돋보이게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디용은 그 기대와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대 이상이었다.

너무 정형화된 것도 아니었지만 예의를 갖춘 옷차림의 디용이 들어왔을 때 박수를 치면서 나는 정말 가슴이 뭉클했다. (보노는 옆에서 눈물을 찔끔거리고 있었다) 이렇게 드디어 디용의 연주를 볼 수 있구나 하는 마음에 힘껏 박수를 보냈다.

그는 항상 연주회장에서 그 날 그 날 받는 영감으로 즉흥곡을 만들어서 연주회를 시작한다. 시선을 조용히 내리고서 시작한 연주는 그 나름대로 동양적인 풍을 노래한 것 같았다. 엇박이 많이 등장하고 하향진행이 많은 곡이었는데, 딱히 맘에 들진 않지만 음색이 생각보다 매우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솔직히 디용의 음색은 아주 아름다운 편이 못된다. 터치가 상당히 거칠고 거친 것에 비해서는 음량도 크질 않다고 느꼈는데, 마이크의 효과로 훨씬 더 좋은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좋은 일이다.

1. Improvisation

즉흥곡을 끝내고 디용은 Good Evening 이라고 말을 꺼냈다. "서울에 처음 방문하였고, 연주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첫곡은 즉흥곡인데, 지금까지 저는 연주회에 미리 프로그램을 드린 적이 없습니다. 여러분께 신선함과 놀라움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사실, 연주회는 관객 여러분께 바치는 것이니까요. 연주할 곡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2. Mes ennuis  - Fernando Sor

"스페인의 가장 위대한 기타 음악가인 페르난드 소르의 짧고 로맨틱한 곡입니다. 제목은 Mes ennuis 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My Troubles 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모든 부분이 슬프기만 sad 한 곡은 아닙니다. 정말 아름다운 곡이고, 저는 연주회 때마다 빠지지 않고 이 곡을 연주합니다."

정말 아름다운 곡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세련된 감수성을 지닐 수 있는지, 그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느낀 바가 딱 맞았다. 당시의 소르가 사랑받았다면, 오늘날의 소르는 오늘날의 감수성으로 사랑받아야만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 곡이 끝나고 나서는 "감사합니다"라고 해서 더 큰 박수를 받았다.

3. Three His own composition (Trois pièces polyglottes)
1) Flying Wigs - Roland Dyens
2) Green Room Waltz - Roland Dyens
3) Sols d'leze - Roland Dyens

그리고 나서는 본인의 작품을 연주했다.

"이건 제 곡인데요, 세개의 소품으로 되어 있습니다. 첫번쨰 곡은 Flying Wigs 라고.. (날아가는 몸짓을 하며) 그리고 두번째 곡은.. (여기는 으니가 잘 못들었습니다.. ㅠㅠ) 마지막곡 Sols d'leze 은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오마쥬입니다. hommage of my favorite things. "

그리고 나서 으니 개인적으로 오늘 가장 인상깊었던 연주인 쇼팽을 연주해 주었다.

4. Valse op.69  N.2 - F. Chopin

디용은 쇼팽의 곡을 연주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다.

"쇼팽의 음악은 재즈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굉장히 재즈에 가깝지요. (쇼팽의 유명한 한 곡조를 흥얼거리며) 저는 쇼팽이 거의 재즈뮤지션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쇼팽으로 재즈를 시작해볼까요"

이부분에서 그는 Open the door to jazz with Chopin 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 표현이 얼마나 멋지던지 거의 온 몸이 다 떨려왔다. 그의 쇼팽은 정말로 "피아노의 시인"이라는 쇼팽의 별명을 떠올리게 했다. 느끼는 것과 노래하는 것, 그리고 테크닉이 하나 된 모습이 정말로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종이를 부시럭거리며 꺼내더니 "다음곡은"이라고 한국말로 말해서 정말 귀여워서 쓰러지는 줄 알았다.

"이제 오늘 연주의 가장 큰 파트인 재즈를 하겠습니다. 제가 새로이 편곡한 것들이죠. 네. 새로운 편곡입니다. 재즈의 스탠다드 넘버들입니다. 아주 유명한 것들이죠."

5. Big Hommages to Jazz
1) Over the Rainbow
2) Take the A Train

-인터미션-

인터미션 후에, 재즈가 계속 되었다. 시작멘트도 어찌나 멋지던지 Let's continue a trip to jazz.. 라고 해서 거의 나 쓰러졌다. 디용이 운전하는 배라면 어디로 가든 타구 간다..

6. 5 Jazz Arrangements

"이번에 연주할 곡은 역시 재즈를 제가 편곡한 것으로 다섯곡입니다. 모두가 재즈의 스탠다드이자 너무나도 유명한 곡입니다. 첫번째는, "

1) All of me
2) Misty
3) All the Things you are
4) My funny Valentine
5) Night in Tunisia

디용은 다섯곡의 목록을 모두 불러주었다. All of me 라고 하자, 나는 거의 쓰러지는 소리를 내었는데, 그는 고개를 살짝 가로저으면서 "못말려" 하는 표정을 지었다. All of me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 Misty 까지 정말 놀라운 연주였다. Night and Day 에 있는 것을 여러번 들었었는데, 판의 편곡과 약간 다른 부분이 있었던 듯 하고, Over the Rainbow 에서는 일부러 화성을 엇갈리게 한 부분들이 인상깊었다.


"다음은 Triaela  입니다. 이것은 Three Valse 라는 뜻인데, 원래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저는 그 중에 두 개만 하려고 합니다."

7. Triaela - Roland Dyens
1) No.1
2) No.3

이 곡은 정확히 1은 한 것 같은데, 2를 한 것인지 3을 한것인지 몰라 찾아보아야만 했다. ㅠㅠ 그 와중에 찾아보니 그리스의 예쁜이 기타리스트 엘레나 파판드로 E. Papandreou에게 헌정된 곡이었다. 디용은 아마데우스 듀오 등 많은 연주자들에게 곡을 선물했다. 레오 브라워가 샤론 이즈빈에게 "검은 데카메론"을 선물했을 때는 사심이 있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엘레나가 예뻐서 주었던 것인지.. 아주 사랑스럽고 화성적인 세련됨이 돋보이는 곡이었다.

연주를 다 마친 디용은 큰 환호에 흐뭇한 미소를 보였고, 한 곡 한 곡 끝날 때마다 기타를 들고 무대의 양편을 왔다갔다하며 인사를 하는 따뜻함을 보여주었다. 나는 디용과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디용이 우리들 모두 하나하나에게 고마워하고 함께 기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앵콜곡은 세 곡이었다.


첫번째 곡은 워낙에 유명한 곡인지라 특별한 설명이 없었다. 역시 깔끔하고 그루브 느낌이 나는 연주였다.
1) Felicidade - Antonio Carlos Jobim

그리고 두번째로 앵콜을 하러 나와서는, 아무런 곡에 대한 설명도 없이, 그저 기타를 안고서 그 유명한 네 개의 음 note 를 시작했다. 시선은 약간 아래로 해서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마치, "이 곡 너 아니? 알지? 알잖아? " 이런 표정이었다. 그의 탱고 앤 스께이 였다. 흝어내리는 터치마저도 아름다웠고, 강약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배분된 연주였다. 꼭, 케잌 구워서 생크림 짜는 비닐 봉지에 생크림 가득 넣구 여기저기 쭉쭉 짜서 멋진 모양을 손쉽게 만들어내는 일류 셰프를 보는 것 같았다.

(이 곡은 기타를 들고 나오질 않고 무대 위에 전시되어 있던 (2부 처음부터) 배윤수님의 기타를 바로 들고 쳐주었는데 그 기타 옆으로 한발짝 뛰는 깜찍함에 나와 보노 그냥 쓰러졌다. 배윤수님의 기타는 스프러스 앞판으로 음장감이나 전달력은 오늘 공연이 마이크믹싱의 빚을 진 관계로 정확하게 알 수 없었으나 모양도 아름답고 소리도 또랑또랑한 편이었다. 마이크를 쓰지 않은 상태라면 또 어떻게 들렸을지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국내 모든 제작하시는 선생님들의 열성을 대변해주는 이벤트였다고 생각한다.  )

2) Tango en Skai - Roland Dyens

그리고 마지막 곡에 대해선 정말 애정을 가진 듯 했다. 에밀리오 뿌졸의 곡이다. 뿌졸은 나의 선생님의 선생님이다. 즉.. 할아버지뻘이라 할 수 있다. 이곡은 정말로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소품이다. 꼭.. 봉봉 같다. (봉봉은 프랑스식 막대사탕..) 달콤하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반복한 후에 가장 마지막에 곡명을 말해주었다. Scottish Madrileño (이거 스코티쉬 마드리~? 로 들려서 곡명을 검색하느라 꽤 고생했다.. )

정말로 쵸콜릿맛 봉봉 같이 사랑스런 연주였다. 이 곡을 끝으로 기립박수를 하는 우리들에게 "없어요"라는 한국말로 깜찍함을 선사한 후 커튼콜을 두 번하고 사라졌다.

3) Scottish Madrileño- Emilio Pujol


싸인회 때의 닭살스런 대화로.. 납치는 내일 하기로 합의를 했다. 인질될 분과 그런 것을 합의하는 것이 우습지만.. ㅠㅠ

오늘 밤은 정말 행복했다. 그는 음악을 사랑하는만큼 사람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알기 이전의 사랑보다, 알고 난 이후의 사랑이 더 커진 사람. 디용. "나중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꼭 함께 보고 싶은 연주자" 리스트 가장 첫머리에 올랐다는 비밀^^


덧붙임 :

재즈맨님의 말씀을 들으니.. 제가 듣구 미처 쓰지 못하고 빼먹은 부분이 있었는데 다시 기억이 났습니다. 디용이 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한번에 컨서트를 6개 국을 돌면서 합니다. 도시마다 다 느낌이 다르지요. 각각의 콘서트를 할 때마다 저는 연주회 전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대 뒤의 backstage 공간에서 혼자서 한 세시간여를 보냅니다. 이 시간동안 새로운 곡을 만들어요. 새로 만드는 곡일 수도 있고, 사실은 기존의 곡들을 새로운 느낌으로 다시 만들어내는거죠. 어떤 곡이 연주될 때는 같은 곡이라도 항상 새롭게 느껴져야만합니다."

6개 도시에 관한 것은 정확히는 못들었는데,
콘서트 전에 무대 뒤에서 세시간을 혼자 보낸다는 디용의 말이 인상깊었어요.
그리고 늘 새로운 느낌을 추구한다는 것두요.


아빠 엄마 보노 구리까지 전가족이 다 컨서트를 보았던 우리 가족은 집에 오는 내내 디용의 이야기로 꽃을 피웠는데, 구리가 정말 손가락이 장난이 아니라고 하자.. 아빠가 문득 그러셨습니다.

"그 사람은 손으로 연주하는게 아냐. 마음의 음악을 손이 따라갈 뿐이지."

가끔.. 아빠랑만 둘이서 기타 콘서트를 보러가도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LAGQ 도 예매했는데, 아빠랑 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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