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처녀와 한 이불을 덮었드라면... 더 나았을까???
근 1년만에 미스리가 나타났다.
몇개월 되었는 지 제법 배도 불러 궁금한게 많았다. 반갑긴 하나 얼굴이 말이 아니어서 걱정이 되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 지 경과를 이야기 해 달라고 하니 그녀의 옆에 앉은 오라버니는 묵묵히 근심어린 모습으로 지켜 보며 간간히 거들었다.
우리들은 그녀를 5년전 국방부 선배와 함께 무의탁 노인, 고아를 위한 자원봉사팀에서 만났다. 쭉쭉 빵빵에 얼짱, 맘짱 전부 맘에 드는 석사과정의 재원이었다. 너무도 선량하고 어질어 나보다 열서너살 아래임에도 깍듯이 예의를 지켜 대해 주었다.
비오는 어느날 우산이 하나 밖에 없어 한쪽 어깨와 허벅지를 비에 적시며 포장마차에가서 비를 피할 겸 같이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약간 학생운동 경력이 있는 지 사회정의에 관심이 많았고 술은 나이에 비해 센 편이었다.
나이차는 나도 한 우산 아래 어깨 살을 스치며 걷게 되니 심장 박동이 약간 증가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남자들은 수양하지 않으면 의식의 심연에서 늑대와 유사한 본능이 깔려 있는 가 보다.
그러나 남의 딸이지만 워낙 걸작품 - 걸어다니는 인간 작품 인지라 충실한 보호 guard 역할을 해 주었고 아르바이트 꺼리도 소개 해 주기도 했다. 인관관계에서도 이 군번으로는 젖먹이 수준은 오래 전에 벗어나서 사람을 가릴 줄 아는 정도는 되었다고 자평해 왔다.
지난 해 초 갑자기 연락이 되어 만나 보니 위암 절제 수술을 받아 보기에 몸이 안 좋았으나 하루 1천배를 할 정도로 신심이 돈독했고 또 위암은 예후가 좋은 경우가 많아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약콩으로 만든 된장 한단지하고 약간의 해독제, 재발을 막기 위한 주의사항이 기록된 문헌을 주었다.
그런데 다시 일년만에 만나 보니 방사선 덕인지 위는 말짱한 데 난소암 말기가 되어 바짝 마른 막대기 처럼 나타난 것이다. 병원에 충실했고 용하다는 한의사도, 대체의학 전문가도 만나 보았으나 모두 돈이 드는 자기 방법들만 요구했다는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 숨가쁜 시간을 다 어디 보내고 복수가 차 올라오니 복수에도 뜸이 유효한가를 묻기 위해 찾아 온 것이다. 그렇게 착한 처녀가 죽음을 앞둔 만삭이라니... ....
암에서는 보행과 소화를 절대적으로 중시한다. 제발로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원기 , 다시 말하면 받테리가 견딜 만하다는 것이고 소화흡수 할수 있다는 것은 인체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고 본다. 이 전제 조건 위에서 치료를 시작할 수 있으나 수술, 방사선, 항암제, 구토, 어지러움, 전이 등이 있으면 가능성을 대폭 삭감시켜 평가한다.
누가 자식이 불효라고 죽일수 있는 가? 공해에 개천이 더럽다고 해서 메우고는 새 개천을 만들수 없지 않는가? 제몸의 암은 공격하지 말고 공존하라는 금언이 있다. 몸 어느 구석에 있드라도 치명적인 장애만 주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같이 살면 되는 것이다. 점점 인체를 정화해서 저절로 물러 가면 건강을 되찾는 것이다.
세사람이 다시 건강전략을 짯다. 뜸자리, 음식물 선택, 체질에 맞는 약물 조사. 호흡법 등 늦기도 한참 늦었지만 보행과 소화력이 살아 있으니 마지막 모닥불을 어떻게 살리나 고민하며 청사진을 그려 보았다. 이러한 경우 부모와 형제간은 차이가 많이 난다. 부모는 자식을 살리기 위해 일단 어떤 빚을 지드라도 살려보자 한다. 그러나 형제 사이에는 치료가 안될 바에야 접는 게 낫다는 표정을 읽을 수도 있다.
난 건강학인(學人)에 속하는 만큼 돈과는 거리를 두어야 하고 또 법에 저촉되면 골치 아프게 된다. 가지고 있던 2개월분의 약제와 솔잎가루를 중심으로 한 생식 한되를 그냥 건네 주었다. 의료인이 받으려 했으면 재료비도 백만원 이상의 가격이 되었을 것이다. 나중에 생길 기회가 나에겐 있지만 그녀에게는 모두가 마지막 결승전이었다.
차라리 비오는 그날 , 비 보다는 음악과 무드에 젖어 술에 삶의 멍을 같이 풀고 있었을 때, 그만 한 이불을 덮었드라면 가까운 사이가 되어 그녀는 위가 아픈 즉시 알려 주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 몸짱에 칼도 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을 , 아니면 수술했드라도 수시로 상황을 알려 주었으면 병행치료 방법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을 터인데 이리저리 생각해보니 정말 그녀의 기품과 심성이 아깝고 안타까왔다.
이미 천지신명의 주사위는 던져지고 있을 것이다. 정문으로 환송해 주며 다음 단계는 뉴코아 한의원의 지도를 받으라고 일러 주었다. 그녀와 난 무슨 촌수도 진한 관계도 없지만 어쩌든지 살아 그전의 자태를 보여주길 바란다. 그녀도 전생의 업보가 빠져 내리듯 복수도 빠지고 목숨을 건 패자 부활전에서 반드시 이기기를 빈다.
보시는 분은 리플을 달아주셔서 다른 각도에서 보는 생각을 이해 할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