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름 없이 공연시간을 약 30분 늦게 도착했다.
아쉽게도 바하와 레곤디의 음악은 들을 수 없었다.
(레곤디는 밖에서 들었는데 허벌나게 연주하는것 같았다 ㅡㅡ;)
내가 들은 곡은 타레가의 베니스사육제 주제와 변주,
로드리고의 인보까시온 엣 단자
그리고 코스킨의 왕자의 장난감 모음곡 이었다.
두 곡이 끝나고 객석에 합류해 연주자가 나왔을 때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불과 일년전인가..이년전인가 그때 배광수님의 얼굴은 터질듯이 동그랗고 살도 많이 쪘었는데, 오늘보니 살이 쫘악~` 빠졌다.
살을 빼려거등 기타유학을 보내라고 권하고 싶다.
살이 빠져 핸섬해진데다가 여친이 머리를 바람머리로 만들고 염색도 하고,
풀도 좀 바른 듯 했다..
의상도 답답한 연미복이 아닌 센스 넘치는 의상을 택했고..
변한건 외모만이 아니었다.
그의 연주는 지나칠 정도로 정갈하면서도,
한면으로는 극도의 피아노와 포르테를 오가는 다이나믹을 구사하는것이었다.
음색은 곡에 맞춰 끊임 없이 변하였으나 그 자연스러움에 오히려 단조로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때문에 청중은 연주자의 기운에 압도되어 숨을 죽여 연주를 들어야 했다.
(재가 틀리면 어떻하나 따위의 숨죽임이 아니었다!)
모든 곡 하나하나 얼마나 많은 수련을 했는지, 스케일, 화음, 폭넓은 음색의 변화, 특수기교에서 조차 거의 빈틈이 없었으며,
그 실수하기 쉬운 하모닉스의 연속 중에도 한번의 미스가 없었다 (하모닉스 1mm 만 잘못 잡아도 소리가 덜 나는거 아시죠? )
테크닉적으로나, 음악적 완성도로나 손색이 없는 연주였다.
단지 연주에 불만이 생긴다면 아마 취향이 달라서이리라..
오늘 연주는 간만에 본 '놀라운' 연주였다.
라벨 떼고 외제와 겨뤄보자는 국산 악기처럼
눈을 감고 들으면 어느 나라에 내놔도 극찬을 받을만한 연주일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이제 유학 간지 1년째라고 한다.
배광수님이 공부를 마치고 돌아올 때는 놀라움을 넘어서 편안함과 감동을 주는 연주자로 한차원 더 업그레이드 되기를 기대해 본다.
우는 아이를 달래는 법은 겁을 주는 법도 있고,
잼난얘기를 들려줘 맘을 풀어주는 법도 있고,
먹을것을 주는 법도 있고,
딴생각이 나게 화제를 돌리는법도 있다..
감동의 방식은 너무나 다양하게 다가온다.
나는 배광수님에게서 앞으로 다양한 모습의 감동을 느끼길 원한다.
왕자의 장난감은 많은이의 연주를 들어본 바가 없지만,
저 이상 더 잘 연주하기는 힘들것이다.. 혹은, 더 잘 할 필요가 뭐 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얼마나 굶어가며 연습을 했을까... ㅠ.ㅠ
최고의 재능은 바로 노력이라는 진리를 확인한 무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