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인지 불행인지 자리가 남아 있어 간만에 도미니코니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공연은 참으로 개인적으로 감회가 남다른 공연이었습니다.
이성우선생님께서 주최측의 어려움에 대한 글을 올리셨을 만큼 제 글의 파장이 컸던 것 같군요.
사견이지만 , 공연에 앞서 어떤 연주자를 평하고, 세세한 얘기들을 나눌 수 있고 (티켓 가격에 대해 싸다 비싸다 하는 부분 등,.), 추천 할 만한 공연엔 세 몰이를 해서라도 가 주고, 기피할 공연을 보이콧 할 수 있는 모습은 커뮤니티만이 할 수 있는 순기능 중 하나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그것이 자칫 역기능이 될 수 있음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어제 오늘 제가 썼던 글들에 대해선 한 점의 떳떳치 못함이 없으나, 다만, 친애하는 선생님이 초청한 공연에 제가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친게 아닌가 하는 죄송한 맘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 점은 선생님께 제자로서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차 후 이번 주최 측에서 다른 공연을 열 기회가 있다면, 이번에 있었던 일부 매니아들의 의견을 반영해 공연을 기획한다면 아마 상방이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공연은 어디에 견줄 바 없는 매우~~~ 좋은 공연이었지만, 비싼 공연이었음은 분명하다는 것이 제 사견입니다.
견줄 바 없는 좋은 공연이었던 만큼 입석을 세우더라도 가격을 낮추어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무대였으면 하는 아쉬움으로 후기를 시작해 봅니다.
공연 후 연초를 물고 떨면서 경호님께서 말씀하시길..
'어떤 글빨로도 오늘의 감동을 묘사하긴 힘들 것이다. 그러니 후기를 남기지 않으련다' 고 하셨으니,
참으로 좋은 공연이었다는 말로 후기를 시작합니다.
예전에 제가 본 것과 마찬가지로 도미니코니는 오늘도
아랍 풍의 조끼에 부시시한 머리 (오늘은 좀 다듬은듯 했음), 허리살을 커버하게 밸트 밖으로 나온 드레스셔츠, 그리고 약간은 시큼떨떠름한 수줍은 미소를 머금고 무대에 올라오더군요..^^
근데 어찌 그토록 늙지 않으셨는지, 수님 말로는 57세라던데..
40대 중후반의 예술가를 보는 듯 했습니다.
곡 한 곡 한곡 생소한 곡이므로 그것에 대해 평을 한다는것은 무리가 있을듯 하네요.
짤막한 몇 곡에 대한 소감만 옮겨 봅니다.
모든 곡을 자작곡으로 연주를 하였는데, 신곡 발표 무대가 아니라 오랜 시간 자신이 작곡해 온 곡들 중 일부를 골라 연주를 했답니다.
눈에 띄는 제목 중 하나는 'Gita Op.26 /1988 (new version 2002)'라는 곡.
전 '뉴 버전 2002' 라는 수식이 무척이나 재밋었습니다.
아마 98년경 작곡 한 곡을 새로운 느낌으로 작년에 편곡을 하였거나 첨삭을 한 듯 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곡은 오늘 많은 객들의 심금을 울린 곡 중 하나였습니다.
도미니코니는 기타를 아주 어린 시절 부터 했다고 합니다.
거기에다가 작곡자이니...
기타에 대해 얼마나 다양한 각도에서의 연구를 했겠는가는 상상으로 쫒기도 힘듭니다.
기타에서 나는 모든 소리가 그에게 작품을 만드는 재료가 되는 듯 했습니다.
이 곡에선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갖가지 알쏭달쏭 테크닉들이 음악적 테두리 속에서 표현을 위해 쓰여졌습니다.
표현을 위해서라면 못 쓸 소리, 못 쓸 테크닉이 없을 것이며, 넘치는 영감에 어쩌면 그러한 기교들은 모자라면 모자랐지 넘치지 않을 것입니다.
공연이 시작하기 앞서 프로그램을 보니 '로빈훗 조곡'이란게 눈에 띄데요..
Robin Hood Suite Op.64 / 1993
- The Robin signal
-The greenwood
-Robin
-Little john
-.....
1993년에 작곡되었다는 이 곡은 잘 알려진 로빈 훗의 이야기에서 소재를 찾아 만든 아주 재밋는 곡이었습니다.
지금 곡 해설을 보니 '어린이들을 위해 로빈후드의 이야기를 토대로 각 장면의 캐릳터를 음의 이미지로 잘 묘사하고 있다'고 되어 있네요.
아주 짧은 12개의 소품으로 모아진 이 조곡은
마치 르네상스 시대의 영국 음악을 듣는 듯 했는데,
한 곡 한 곡의 구조는 너무나 자유로와 짤막한 이야기를 듣는 듯 했습니다.
현대 독일의 싸이코틱한 음악가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로빗 훗의 이야기.. 참 재밋겠죠? ㅋ
나중에 혹 제가 결혼을 하게 되어 혹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아이에게 로빈 훗 이야기를 해 줄 때 배경 음악으로는 이것을 깔아주고 싶습니다^^
밋밋한 도미솔 화음만 듣고 자란 아이들에 비해 이 곡을 듣고 자란 아이들은 아마 감각이 남달라 싸이코가 되어갈겁니다...ㅋㅋ
그럼 예술을 시킬라구요~^^ㅋ
혹. 나중에 악보가 돌게되면 저도 좀 구해주세요^^
또 하나 아주 흥미로왔던 곡은 'Sunayama Henge Op. 71a / 1994'라는 곡으로
이 곡은 일본 음악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곡인 듯 하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듣던 일본풍의 곡 '사쿠라'는 노골적 일본 색채의 곡이었다면,
이 곡은 일본의 색체를 자신의 음악에 하나의 컬러로서 삽입을 한 도미니코니의 재치가 보인 곡이었습니다.
예전에 도미니코니와 그의 제자인 한국계 독일인 정일연님(기타리스트, 이 이름이 맞나 잘 기억이 안나네요^^;;)이 한국 음악에 대해 공부를 한 후 곡을 쓴 것이 있었는데, 그 때 제가 아주 인상적으로 들었던 부분은 기타로 가야금 소리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농연이 아니라 농연을 할 때 줄과 오족이 마찰하는 끽끽 소리였습니다.
그 소음?을 기타에서 일부러 재현을 해서 작곡의 요소로 사용 하는것을 보고 한편으로는 감탄,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감탄이라 함은 저 소음조차도 그의 음악에선 재료가 디는구나..하는 부분이었고,
아쉬움이라 함은 우리 음악에서 얼마나 찾아낼 소스가 많을 텐데, 저 소음(국악에선 일부러 소음을 씁니다. 대금의 경우도 일부러 얇은 갈대 내피로 청을 만들어 고음에서 파열음이 나게 하고, 얼마나 대금을 잘 부느냐를 얼마나 청소리를 제때 잘 내느냐로 평하기도 합니다. 거문고도 일부러 술대로 내려쳐 부딧치는 소리와 비비는 소리를 얼마나 구수하게 하느냐....등..)만 썼을 까....
우리 음향과 주법 등을 저런 대가들이 가미해서 곡을 쓰면 참 좋겠다.. 뭐 그런 것이지요..
우리 음악은 정말 다양한 리듬 (아마 세계 최강일듯 합니다. 워낙 다양한 리듬이 있는데, 그것을 고지고대로 연주하지 않고 싱코페이션으로 연주하니.. 얼마나 다양합니까.. ㅡㅡ;;;)과
애매모호한 음 높이 (정통 국악의 음정은 서양 오선 악보로 표기가 불가한 음정이 많습니다. 미도 아닌것이 파도 아닌 것이... 그런 것들을 쓰기도 하지요. 아마 서양사람들이 들으면 충격먹을겁니다.ㅋ)
파격적인 구조미 (산조를 서양음악과 비교한다면 바하의 조곡과 견줄만 할 것입니다. 바하의 조곡은 전주곡으로 시작하여 알라망드 쿠랑뜨 사라방드 지그 순으로 느리게 시작하여 빨라졌다 느려졌다가 고조시킨 후 맨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을 하지요.
반면 대다수의 산조는 느리게 추상적인 음 놀이로 시작하여 중모리 중중모리 자짐모리 엇모리 ..등 점 점 빨라진 후 맨 나중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느리고 점쟎게 끝나고 북이나 장구가 딱딱딱~~ 하고 운치를 주며 추스리죠... 원츄!! @.@)등
세계 어디를 내놔도 꿀리지 않을 높은 경지의 예술입니다.
여튼 도미니코니가 연구한 일본풍의 곡은 너무너무 부러웠습니다.
이성우 선생님께서 도미니코니와 친분이 있으실 테니 붙잡고 늘여지셔서라도 우리 음악에서 얻은 영감으로 곡 좀 많이 써 달라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오늘의 하일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코윤바바였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다들 하는 소리가 앞으로 코윤바바 연주 할 사람 없겠다.. 이거 였으니까요^^
오늘 도미니코니의 코윤바바는 7여년전 제가 들은 그것에 대해 몇 차원 업그레이드 된 연주였습니다.
당시 수 차례 그의 공연을 보았지만, 오늘 처럼 몰입해서 연주하는 것은 첨 봤습니다.(코윤바바는 딱 한번 봄)
정말 브라보가 절로 나오더군요.
테크닉적으로도 정말 깔끔했고 (원래 제가 들을떄는 정말 거칠기 그지 었었는데, 오늘 코윤바바는 거의 CD더군요.)
즉흥의 묘미가 있는 곡에 몰입까지 해대니...
감동은 홀 전체를 메꾸고도 남음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곡 한곡 만으로도 오늘 공연에 온 보람은 충분히 느꼈다고 했을 정도로...
신이나 한다는 '창조'를 인간이 흉내 낸 것이 '예술'이 아닌가 싶습니다.
음 하나하나가 갈 곳을 말해주어 가게끔 하고,
날리는 음 하나 하나에 색깔을 입히고 사연을 담게하는...
도미니코니는 기타로 낼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뽑아내는
마술가였습니다.
다시 한번 무릎을 꿇으며....
다음에 혹 다시 도미니코니가 방문을 할 때는 많은 분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으로 후기는 마치고,
전 공연 후에 수님과 가볍게 맥주를 한잔 마신 후, 약속은 지켜야 했기에 근처에서 기다리던 동생들과 심야영화로 '올드보이'를 보고야 말았습니다.
영화는 너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연기하며, 연출하며, 영상하며.....~~
올드보이 꼭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