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기타매니아에서 좀 웃기다고 생각하는 것이 ... "마에스트로, 대가, 명기, 천재"의 기준이 참 낮은 것 같다는 것입니다. (이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소사 마에스트로"로 촉발된 어마어마한 길이의 리플 때문이지만 ... 정작 저는 소사가 누구인지 전혀 모르니 소사 논쟁 자체에는 별 관심 없습니다.)
이곳 매니아의 글을 읽다보면 ... 아무 악기나 천 만원만 넘으면 명기 소리를 듣는 분위기를 쉽게 발견합니다. 또 ... 여기서는 유명한 음반 한 두 장 내고 방송이나 콩쿨 등에서 좀 유명세를 타면 금방 대가, 천재 소리를 듣습니다.
제 생각에 ... "명기"는 "명공"이 만든 악기 중에서도 일생에 한 두대 나올까 말까한 것입니다. 담만이나 스몰맨이 명공이라면 (근데 정말 명공 맞어?) 이들이 만든 악기가 다 명기가 아니라 ... 이들이 일생 동안 만든 악기 중 한 대나 두 대 명기가 있을까 말까한 것이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대가, 마에스트로, 천재" ... 다 마찬가지겠지요. 일단 대가나 마에스트로는 천재보다 좀 많을 수 있겠죠. 뭐 사람따라 다르겠지만 ... 기타의 세고비아, 피아노의 호로비츠, 첼로의 카잘스, 혹은 카라얀/토스카니니/푸르트벵글러 같은 사람들이 대가나 마에스트로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머지 수많은 최고 기량의 연주자들은 그냥 "프로"죠. 천재는 더 힘들어서 ... 아마 몇 세기에 한 명 정도를 천재라 부르겠죠.
사실 대가, 명기, 천재 ... 이런 단어들은 굉장히 상대적입니다. 웃기고 황당한 얘기 같지만 ... 저도 삽십몇년 살면서 천재라는 소리 많이 들었습니다. 가령 우리 나라에서는 공부 좀만 잘 해도 천재 소리 가끔 듣걸랑요~. 근데 이렇게 보면 대한민국에 천재가 무지무지 많습니다. 뭔 놈의 천재가 이리도 많은지~. 요즘 이건희 회장이 한 사람의 천재가 몇 만을 먹여 살린다고 자꾸 떠드는데 ... 이건희 회장도 눈이 참 낮은가 봅니다. 이건희 회장이 생각하는 천재는 제가 볼 때는 "그냥 똑똑한 사람"일 뿐이거든요.
저는 미국 유학 시절 ... 석학이니 노벨상 수상자니 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다 왔습니다. 우리 나라 대학교 강의실에서 소위 천재로 추앙받는 사람들이죠. 근데 웃기는 건 ... 이 사람들 세계에서는 천재의 기준이 엄청 높아서 ... 노벨상 받은 누군가가 천재라 그러면 다들 비웃습니다.
인문학을 좀 아는 분들은 익숙한 이름일텐데 ... 춈스키와 더불어 세계 제일의 언어학자로 꼽히는 인물이 재켄도프입니다. 또 데넷은 오늘날 철학계의 최고 거물 중 한 명이고요. 그리고 이름이 기억 안 나는 노벨상 수상 생물학자. 이 분들과 밥을 먹는데 ... 그날의 화두는 우연히도 "천재"였습니다. 사실 이 분들이 모두 세상에서 천재라 추앙받는 분들 아닙니까. 근데 ... 이들이 때론 진지하게 때론 장난스럽게 떠들면서 내리는 결론 ... 20 세기 지성의 역사에서 최고의 천재는 위대한 수학자, 철학가, 소설가인 버틀랜드 러셀이고 ... 그 다음에 아마도 아인슈타인과 춈스키가 간신히 천재 소리를 들을만 하다 ... 였습니다.
쩝~ 저도 참 할 일 없죠. 이런 글이나 쓰고 있으니. 암튼 제 생각은 ... 뭐 듣는 사람 듣기 좋으라고 아무한테나 대가, 천재라 불러주고 ... 아무 악기나 명기라고 불러주는 건 나쁠 게 없지만 ... 그래도 엄밀한 의미의 진짜 대가, 진짜 천재, 진짜 명기는 좀 더 혹독한 기준에서 정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 추가한 얘기>>
아! 하나 더 있네요. "명품" -- 그 압구정이나 강남 진출의 기본 요건인 명품 말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명품 사 모으는 게 취미라서 명품계도 들고 ... 명품 사려다 카드 빚 져서 패가망신하고 뭐 그러는 사람도 있는 것 같더군요. 제가 보기엔 ... 명품은 그냥 "비싼 물건" 내지는 "사치 허영품"일 뿐입니다. 사실 언론도 문제에요. 옛날에는 방송등에서 "사치품"이라 그랬던 것 같은데 ... 요즘은 다 "명품"이라 그러더군요. 한심한 방송들~~~. 저야 뭐 ... 명품 같은 건 관심도 없고 ... 명품 살 돈도 없고 ... 가짜 명품 사러 돌아다닐 생각도 없고 ... 그냥 대충 입고 대충 걸치고 사는 주의인데 과히 부족한 것도 불편한 것도 없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