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하고싶던(?) 외도를 시작했습니다. 클래식 기타랑 사귄게 한 20 년 됩니다. 대부분의 애정관계가 그렇듯이 ... 저 역시 한 2 년 정도 그녀(?)를 다루는 기술이 늘었던 것 같은데 거기서 딱 멈추고는 나머지 18 년 정도는 철저한 매너리즘에 빠져들었습니다. 중간에 대금이라는 이름의 아가씨와 사귀다 깨지고 ... 늘 기타 몰래 함께 하고픈 그녀(?)가 있었으니 ... 그녀의 이름은 "피아노"입니다 (@^@). 사실 피아노는 제 첫 사랑이자 짝사랑이었지요. 초등학교 시절 막연히 피아노 배우는 아이들이 부러웠지만 집안 형편상 피아노 레슨 같은 것은 꿈도 못 꿨으니까요.
한 6 년 전 쯤 피아노를 전공한 아가씨랑 결혼했죠~. 그런데 결혼과 동시에 미국 유학. 미국에서는 집에 키보드만 있고 피아노는 없었고 ... 대학원 생활의 스트레스로 피아노 배우는 건 꿈도 못 꾸다가 ... 귀국. 정신 없었던 한 학기를 마치며 ... 저는 드디어 바이엘을 사 들고 같이 사는 "아줌마 (^.^)"에게 정식 레슨을 받기 시작. 이 아줌마~ 저만큼 치려고 평생 레슨비 엄청 깨진 것 같던데 ... 그걸 돈도 안 내고 빼먹으려니 참 미안하지만 ... 그래도 얼굴에 철면피 깔고 정말 한 번 제대로 제대로 제대로 근사하게 배워보렵니다.
피아노 선생님의 불호령으로 오른손 손톱을 다 깍아버렸숨다. 아~ 이러다 기타 못 치면 어쩌죠? 외도를 할 때 하더라도 조강지처를 버리고 싶지 않은데. 피아노랑 기타랑 같이 데리고 사는 분들은 무슨 필살의 비법이 있으십니까? 좀 소개 부탁.
나이를 들면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 -- 다들 나이를 먹으면서 골프, 수영, 스키, 승마 등의 새로운 운동을 배우려는 사람들은 무지 무지 많은데 ... 새로운 악기를 배우려는 사람들은 참 찾아보기 힘들더군요. 이곳 매니아에는 그래도 새로운 악기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 . 저의 화려한 외도를 축복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