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오고 마음도 좀 쓸쓸하고 그렇습니다.
제가 여기 기타메니아싸이트에 들어 온 지는 한 1년여쯤 되었습니다.
그동안 글 한 줄 없이 슬쩍 님들의 글들만 읽어보고 악보도 가져가고 음악도 가져가고 그랬지요.
제가 기타를 친지는 한 10여년이 되었지만 사실 거의 안 치기 때문에 연습한걸 다 합해봐야 6개월도 채 못 채울겁니다.-_-;;
기타연습을 등한시 하는 대신 기타음악을 많이 들었죠. 음반도 틈만 나면 돈 되는 대로 사긴 하는데 워낙 비싸서 많지는 않습니다만...
며칠전의 그 논쟁이 아니었으면 아마 아직도 슬쩍슬쩍 엿보기만 했을텐데 그만 그 글들에 글을 좀 달아놯서뤼 그냥 슬쩍거리기도 좀 켕겨서 이렇게 글 올려봅니다.(물론 아무도 관심 가지신 분은 없겠지만...)
사실 그 글들이나 밑에 달린 글들을 보니 많이 화가 나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만 더 생각하시고 글을 쓰셨으면 더 좋은 글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요.
너무 자신들의 입장과 생각에만 집착해서 남을 존중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던 것이지요.
자기가 볼때는 아주 하찮아 보이는 것도 그 사람에게는 중요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못 해보고 비판을 해버리면 그 사람이 설사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말할지라도 마음으론 아주 쓰라린 상처가 생길지도 모른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서 자신이 며칠밤을 세다시피 연습한 곡을 남들 앞에서 연주했을때 다른사람들이 "그것도 연주냐? 그런 쉬운 곡도 제대로 못 쳐~"라고 비난을 했다면 그때 그사람이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날 것 입니다. 그것이 비록 수십번의 연주경험이 있는 프로기타리스트라도 겉으론 아닌척 하겠지만 속으론 마찬가질거라는 거지요.
제가 예전에 어떤 친구한테 조심스럽게 좀 더 공부를 하는게 좋겠다는 말을 했는데 그 친구는 그걸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더군요. 아주 평이하게 쓴 글인데도 불구하고 그 친군 감정적으로 받아들인 거지요. 자신은 별다른 생각없이 가볍게 대해도 상대방은 다른 뜻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남에게 충고를 하거나 하는 것은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떤 말을 할때는 항상 자기위주인게 당연하고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주 당연한 일일 겁니다. 문제는 그것을 상대방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상대방 입장에서는 다른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상대방에게 종속된다는 어떤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 의견이 완전히 받아들일만 하다고 생각되어도 심리적으론 그럴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예전부터 어른들(선생님들등..)으로부터 많이 듣던 말이 아마도 제자는 선생을 앞질러야 한다. 최고가 되려면 남들 위에 서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왜 그래야 할까 생각해보았죠.
왜 같은 공부를 해도 남들을 위에 서고 선생을 앞질러서 더 유명해져야 하나?
너무 경쟁을 부추기기만 하고 그 당위성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남들과 나는 다르다. 비록 남들과 내가 같은 분야에서 일을 하지만 나가 해내야 할 것과 남이 해야할 것엔 차이가 있고, 내가 잘 하는 것과 남이 잘 하는 것은 비슷한 것일지라도 분명 다르다는 점이지요.
남이 최선을 다해 그 특성들을 가꾸어서 이룩한 것들은 같이 축하하고 존경하면서 자신도 자신의 추구하는 것을 최선을 다해 이루어서 그와 같은 자리에 서는 것. 전 그걸이 진실이라 생각합니다.
남을 이기는 것도 아니고 앞서는 것도 아닌 그가 그로써 해냈듯이 나는 나로써 나대로 해내는 것이지요.
사람들 모두 나름대로의 다름으로 같은 최고의 자리에 서는 것이 제가 바라는 바입니다.
첫 글 올리면서 너무 열을 낸거 같습니다.^^;;
제가 읽은 책 중에 인상 깊은 글을 남기면서 물러가겠습니다...
나는 가람나무 숲과 포도원으로 둘러싸였다. 거두기는 커녕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고, 포도송이들은 묵직하게 매달려 땅에 닿았다. 대기에서는 무화과 잎사귀 냄새가 풍겼다. 늙은 여자가 가까이 왔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었다. 팔에 끼고 있던 바구니를 덮은 무화과 잎사귀 두세개를 쳐들더니 그녀는 무화과 두개를 꺼내 나한테 주었다.
"나를 아세요, 할머니?"
내가 물었다.
그녀는 놀라서 나를 쳐다보았다.
"그렇지 않단다, 얘야. 너를 알아야만 무얼 줄 수가 있단 말이냐? 너는 인간이지? 나도 그래. 그만하면 충분하지 않아?"
소녀처럼 밝게 웃으면서 그녀는 다시 카스트로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무화과에서는 단물이 흘렀고, 여지껏 먹어본 것들 가운데 가장 맛있게 여겨졌다. 무화과를 먹는 동안 노부인의 말이 머릿속에 되살아났다. 너는 인간이다. 나도 그렇다. 그만하면 충분하다!
-[영혼의 自敍傳]니코스 카잔차키스-
-141p18행
이 모자라는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