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행기

by ganesha posted Oct 2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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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소수 계신것 같아서..

프랑스에 대략 10일정도 머물다 왔어요.
Nante에 있는 Le lieu unique라는 미술관/공연장에서 Oriental Extrme 이란 행사를 위해 제가 같이 하고 있는 별 ByUL을 초청했답니다. 이 공연만 하고 왔으면 제법 편안한 유럽여행이 되었을텐데 unique에서 여기저기 우리를 소개해 주는 바람에 Paris와 Bordeaux에서도 공연을 하게 되었죠. 뜻하지 않게 긴 유러피언 투어를 하고 왔네요. ^^

파리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비가 살짝 내릴듯한 우울한 날씨였어요.
창 밖으로 보이는 파리의 풍경은 멋지더군요. 프랑스의 건물들은 대개 100년이 넘은듯해 보였어요.  파리만 해도 고도제한을 두어서 시내에 높은 건물들이 없답니다.  건물은 그대로 두고 내부만 새롭게 단장하여 쓰는듯 하더군요. 더구나 들은 바로는 간판색깔등도 구역에 따라 제한을 두어 최대한 도시의 미적인 모습을 살리려 애쓴다고 하더군요.  네온간판을 쓰는건 약국 십자가 표시밖에 없답니다.  온갖 무질서한 건물들과 간판덕에 거리를 나서면 이내 어지러워 지는 서울의 모습과는 몹시 비교 되었죠.

파리엔 정말 수많은 인종들이 한데 뒤섞여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뉴욕에 온 듯한 느낌이었어요.  역시 예상대로 카페는 어디에나 널려 있었고 베트남, 중국식당 그리고 케밥을 파는 터키 식당도 꽤나 많이 보이더군요.

파리에서 어느정도 머물다가 첫 공연을 하기위해 떼제베를 타고 보르도로 갔습니다. 그렇게 조용한 기차는 난생 처음이었죠. 거의 타자마자 잠에 소르륵 빠져버렸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시골 풍경은 베토벤의 전원교향곡을 연상케 하더군요. 깨끗한 시냇물과 넓게 펼쳐진 평원..
공연하기로 예정된 클럽 Zoo Bizarre 는 아주 조그마한 곳이었어요. 일단 클럽 지하실에 있는 Dress룸으로 안내를 받았는데 거기서 그 건물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겠더군요.  오래전에 박해를 받던 크리스쳔들이 숨어서 생활하던 곳이었다..라고 해도 고개를 끄덕할 정도였으니 말이에요.  역시 포도주의 유명산지 답게 대기실에 적포도주가 박스채로 뒹굴고 있더군요. 신나게 마셨습니다.  처음보는 프랑스 치즈는 정말 냄새가 특이하더군요. 같이 간 어떤 사람은 '차라리 똥을 먹겠다' 라는 말도 서슴없이 했습니다.  인간은 주위환경에 길들여 진다고들 하죠. 결국 서울에 돌아올 땐 귀여운 초록빛 곰팡이가 듬성듬성 피어있는 치즈를 하나 사왔답니다. ^--^  보르도 사람 말로는 포도주를 가장 맛있게 즐기기 위한 안주는 빵과 치즈라고 합니다.
공연 관람료는 5유로씩이었고 대략 25명 정도의 관객이 들어찼습니다. 별 공연사상 최저 관객이었죠. - -;;
그래도 공연 후 따뜻한 칭찬의 말들을 몇몇 관객들이 해 주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시타를 연주하는 절 보며 '너 라비샹카 들어봤냐?' 라고 묻는 아가씨도 있더군요. - -

보르도 공연 다음날이 파리공연이어서 아침에 일어나 바로 파리로 이동했습니다. 그러니 사실 보르도는 제대로 보지도 못한거죠.
근처에 바닷가가 있었다고 하는데 역시나 아쉽게도 볼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파리에서 공연한 곳은 mandelover라는 종합 아트센터 였습니다.  겉에서 보기엔 규모가 그리 크진 않았는데 안에는 온갖 시설들이 다 있었어요. 이 곳에서는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아티스트들을 위한 여러가지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고 있더군요.  지하에는 음악하는 칭구들을 위한 연습실과 스튜디오등이 있었고 2층정도엔 댄싱 연습을 위한 아주 넓은 홀도 있었습니다.  보통 그곳 스튜디오를 무상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밴드쪽에서 지원을 하던지 아니면 직접 센터쪽에서 고르기도 한다더군요. 한산한 파리 외곽에 있는 시설이 이럴진대 파리 전체엔 이런 식으로 예술하는 칭구들을 도와주는 프로그램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공연은 1층에 있는 자그마한 공연장에서 열렸습니다. 관객은 20명정도. 보르도의 기록을 다시 갱신하는 순간이었죠. - -; 공연을 기획한 베뉴아라는 친구도 적은 관객들을 보고 안절부절 못하더군요. 아마도 비가 많이와서 그럴 것이다..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더군다나 그 관객들중에서도 5명정도는 파리에 사는 우리 친구들이었답니다. - -;;
하지만 아주 좋은 음향 장비들과 여러 스탭들의 원숙한 일처리로 공연 만큼은 꽤 완성도 있게 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파리 공연도 마치고 드디어 우리의 메인 스테이지가 될 낭뜨로 떼제베를 탔습니다.
공연을 하게 될 le lieu unique란 미술관은 미술관, 바, 레스토랑, 서점, 음반가게, 공연장이 어우러진 멋진 곳이었어요. 미술관으로 쓰기전엔 과자공장이었다고 하더군요. ^^  우리가 봐 왔던 미술관의 엄숙한 분위기와는 달리 모두들 먹고 즐기는 릴렉스한 곳이었죠. 바에서는 매일 밤 디제이의 디제잉에 맞춰 모두들 춤을추고..
우리가 갔을때는 Oriental extrme 라는 행사가 막바지로 진행되고 있었고 마침 메인 홀에서는 한국작가들의 설치작품들을 볼 수 있었어요. 다음날 우리가 공연할 아틀리에에서는 김영자라는 분의 판소리 공연도 볼 수 있었죠. 낭뜨사람들은 아주 집중감 있게 판소리를 감상하더군요.  무대위의 전광판에 가사가 불어로 나와서 모두들 함께 웃으며 심청가와 적벽가를 감상할 수 있었어요. 이 공연 전 주에는 김덕수가 공연을 했다고 하더군요.

드디어 공연당일, 아틀리에 무대에는 이날 같이 공연하게 될 일본의 Hoahio라는 여성팀이 먼저 사운드 체킹을 하고 있었어요. 이 팀은 전자음악에 '고토' 라는 일본 전통악기를 덧입혀 연주하는 팀이었는데 아마 우리랑 연주 포맷이 비슷한 관계로 주최측에서 같이 묶어논 듯 했습니다. 저희는 전자음악 + 시타이니까요.  정말 잘하는 팀이였어요. 고토라는 악기가 그렇게 멋진 악기일 줄은 상상도 못했음. 사미센 비슷한 현악기일줄 알았거든요.. 아무튼 너무나도 감동을 받은 저는 사인까지 받았답니다. 씨익. 나중에 만나면 고토소리 들려드릴께요.
우리가 먼저 공연을 하고 뒤이어 Hoahio가 무대를 마무리 했습니다.
듣기론 낭뜨 지역 라디오 방송으로 나갔다고 하더군요.  만족스러운 환경에 만족스러운 공연이었어요. 물론 관객도 많았구요. 대략 500명 가까이 된 것 같은데 별 공연사상 최대 관중이었죠.  프랑스에서 우린 그렇게 극과극을 경험했답니다.

이렇게 공연을 마치고 11시간동안 러시아 상공을 날아 다시 서울에 도착하는 것으로 기나긴 유러피언 투어를 끝냈습니다.
쓸 말은 많지만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이만 마칠께요. 자세한 것들은 나중에 만나서 얘기하도록 하죠.  첨부된 파일은 le lieu unique의 공연 찌라시 ^^

ganes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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