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GuitarMania

한국어
(*.219.59.69) 조회 수 3969 댓글 4


현재 책을 구하기 힘든 명작 1순위로 꼽히는 <먹통X>를 그리신 만화가 고병규님.
매니아를 많이 갖고 있는  작가로 유명한 그분도 생활고는 보통이  아닙니다.
현재 기가스에서 <건비트>를 연재중이신데도 불구하고 보일러도 때질 못하는 단칸방 화실에서 하루 3끼를 라면으로 때우며 원고를 하십니다.
만화가 고병규님의 말씀입니다.

-사실 슬픕니다. 열심히 해도 대우를 못 받으니까 힘들고. 힘드니까 열심히 하기 어렵고... 그러니 또 그 만큼 대가가 없고... 악순환이지요. 괴로워요.
만화에서는 이제 좀 지친 거 같네요. 이제 만화는 접을까 합니다. -

고병규님은 이번 가을쯤에는 연재를 접고 은퇴하신다고  합니다. 주위에서는 고병규님이 계속 만화를 해주시길 바라고있지만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 그것을 강요하는 것은 너무나도 잔인한 것이겠지요.

한국의 만화계는 이렇게 훌륭한 작가를 한 명 한 명 잃어가고 있습니다.    
만화가들은 재벌이 되려고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허름한 화실의 유지비가 아쉽고 어시스트들에게 줄 용돈 몇 만원이 없는 것이 서글플 뿐입니다.

어떤 분들은 고개를 갸웃합니다.

"원래 만화책 아무도 안 사지 않습니까?"
"대여점이라도 있으니 그나마 팔리지 않나요?"

90년대 초. 대여점이 생기기 전에는 만화는 분명히 사서 보는 것이었답니다.

기가스에서 <건비트>를 연재중이신 스토리작가 전진석님의 말씀입니다.

- 나이가 어린 분들은 모를 지도 모르지만 예전엔 만화책을 사서보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너는 소년챔프 나는 아이큐점프, 너는 영챔프랑 영점프를 사와." 라는 식으로 한 반에서 잡지를 한 권씩 사서 같이 보곤 했지요. 여자 애들은 "너는 댕기, 나는 윙크를 살게~" 했었죠. 친구끼리 잡지는 돌려보고 단행본은 각자 사고 싶은 것을 사서 모았답니다. 요즘은 서점에 만화책이 없지요. 그 당시에는 서점은 물론이고 문구점에도 만화책을 팔았답니다. 총판이나 만화 전문서점이 아닌 일반 학교 앞 서점에서도 책을 10%할인해 줄 정도였죠.
예전에는 사서 봤습니다. 친구끼리 함께 사서보고  서로 빌려주니 만화 좋아하는 녀석들끼리 똘똘 뭉치게 되었지요. 요즘처럼 300원에 빌려온 책을 온 학교가 돌려보는 일은 절대로 없었습니다. -

그 때의 박산하님, 이명진님, 이충호님등 꽤 많은 작가분들의 작품이 100만부를 돌파했었습니다. 그 100만부를 소비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한국의 독자들이었지요. 지금 이 작가분들은 그때보다 더욱 발전되고 완숙미를 갖춘 작품을 만들고 계시지만 상황은 암울하지요.  

만화잡지도 예전에는 30만부를 돌파하는 잡지까지 있었지만 현재는 아동지를 제외하면 2만부를 넘는 잡지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심각합니다. 덕분에 잡지를 한 권 낼 때마다 5천만원씩 적자를 보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여점 때문에 만화의 가격은 계속 올라가고 있고 만화가들은 죽어갑니다. 이 대여 시스템이 유지되면 만화를 보는 여러분들에게도 피해가 갑니다. 대여점이 존재하는 한, 단행본 가격은 계속해서 오를 것입니다. 당연히 대여료도 오릅니다. '싸게 본다'도 점점 퇴색합니다. 사고싶어도 엄두도 낼 수 없을 만큼 높은 가격, 그리고 한번 빌려보는 것만으로도 1000원이 소비되는 세상.  이것이 여러분이 생각하던 만화의 유토피아입니까?

하지만 모두가 사서 본다면, 상황은 호전됩니다. 박리다매, 이것의 궁극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만화입니다. 700원짜리 잡지와 1500원짜리 단행본이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어떤 분들은  "만화가가 그렇게 어려운지 알고 시작했으면 인내해야 하지 않겠냐"라는 말도 하십니다. 하지만 일단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고, 그 피해가 독자 여러분에게도 미치는 것도 문제입니다.

<EZ2Dancer>의 일러스트를 담당하신 일러스트레이터 길진철님의 말씀입니다.

- [대여점이라면 한달 벌 것을 프리랜서쪽 일은 1주일동안 번다] 라는 말. 맘에 듭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개나 소나 다 할 줄 아는 일로 많은 돈을 벌면 안되죠. 전문기술을 익힌 프리랜서들은 확실히 많은 돈을 벌어야 합니다. 대여점은 국민학교 1학년도 할 수 있는 일로 비교적 많은 돈을 벌지요. 개, 소, 말, 돼지도 다 할 수 있습니다. 당신도 할 수 있어요. just do it. 대여점 주인들이 무능하다는 이야기를 험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당연히 멀쩡한(?) 학교교육 다 받은 사람들이죠. 단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정당한 투자 없이도 유지하며. 그 과정에 많은  해악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1차 생산자보다도 훨씬 큰 금액으로 돌아온다. ]라는 부분이 문제입니다. 괜한 얘기는 하지말고. 그냥  [살 수 있어도 안 사.] 라고 하면 됩니다. 얘기는 넘어가서. [더러우면 관둬라.] 이야기입니다만. 더러우면 관둬라. 그 얘기는 농부들한테도 가서 해줘야 합니다. (농사도 이젠 전문직입니다.) [시골에서 결혼도 못하고. 매년 빚만 지는데 미쳤다고 그 짓을 하냐. 밭떼기를 하거나 말거나 정부에서 헛짓을 하거나 말거나. 내가 알 바가 아니다. 우리는 그래도 배추는 100원에 살란다. 지금도 비싸다. 난 거지다. 더러우면 농사짓은 때려치워라. ]라고 일용이 엄니한테 해주면 좋아할 겁니다. 그러다가 우리나라 농부들 망하면 가격만 퍽퍽  뛰어오른다. 라는 설득이라도 할라치면. [ 밥그릇 뺏는다고 지X병을 하는구나. 니들이 의사냐. 뭐가 뛰니..] 라고 하지요.
어떻게.. 답이 안나오는 일입니다. 썩은 근성이 문제죠. -

길진철님께서는 농업의 예를 드셨는데 만화계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만화계가 무너지면 그 피해는  독자들에게도 미칩니다. 작가와  출판사가 없으면 일본의 직배에 속수무책으로 시장을 내주는 것이고 그들이 비싼 가격에 팔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살 수 밖에 없지요. 일본의  출판사들에게 완전히 먹혀버린 대만의 만화시장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여점은 참 커다란 존재입니다. 이 잘못된 시스템이 없어지는 것은 아주 어렵습니다.
적어도 단시간에 없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미 대여점 중심으로 시장이 바뀐 거고 이제 와서 어쩔 수도 없으니
그저 지금까지 하던 대로 현실에  순종하자"

라고 할 수는 없는 법이지요.
마치 일제시대에

"이미 조선은 일본에 합병되었으니 황국 국민으로써 열심히 천황폐하께 충성을 바쳐라!"

라는 말과 똑같은 것이 아닐까요.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 여러분이 만화를 사랑하실 것입니다.

만화를 사랑하십니까?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만화를 사서 읽어주세요.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꽃을 꺾어서 집에 가져가는 사람이 아니라 '꽃을 돌봐주고 물을 주는 사람'을 말합니다. 방법이 잘못된 사랑은 독이 될 수 있답니다.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만화를 빌려서 보는 사람'이 아니라 '만화를 사서 보는 사람'입니다.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시면 그 작가의 만화를 사주세요. 책을 사는 것은 작가들에게는 어떠한 팬레터나 어떠한 찬사보다도 힘이 되는  일이고 작품을 만든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가장 확실한 길이랍니다.

만화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계시기에 작가들은 힘을 얻습니다. 굳이 한국만화를 사랑하시지 않아도 좋습니다.  작가들은 결코 한국만화를 사달라고 애걸하지 않습니다.  그저 독자들께서 보시기에 재미있고 괜찮은 만화를 사랑해 주신다면 그걸로 만화가들은 만족한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얻기 위해 오늘도 퀴퀴한 반지하 화실에서 열심히 펜을 들뿐입니다.
단지 공을 들인 작품이 더 인정받는 세상을 바라며 명작을 만들기 위해 파이팅을 외칠 뿐입니다.

수많은 작가들이 이 땅에서 만화를 하는 것은'보답 없는 짝사랑'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좌절하고 실망했었지요.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펜을 꺾기 전에, 혹은 한국을 등지기 전에, 혹은 정말 파산해서 길거리에 나앉기 전에. 잡아둘 기회는 아직 있답니다.

명작을 만들면 성공할 것이라는 용기와, 졸작은 실패할 것이라는 엄한 충고를 주세요.
그것을 줄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독자 여러분 한 분 한 분밖에 없습니다.

사서 보는 즐거움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만화의 유토피아가 함께 하길 기원하며...  

글쓴이: ANTI     출처: 작가집단[魂]        http://www.creative -HON.com/      
이 글은 글쓴이와 출처를 명기하시면 자유롭게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단, 비상업적인 용도에 한하며 무단변용은
자제해 주시길 바랍니다.  


Comment '4'
  • 지한수 2002.08.04 23:03 (*.226.109.184)
    찔린다...
  • 지한수 2002.08.04 23:03 (*.226.109.184)
    푹푹
  • 그렇네.. 2002.08.04 23:03 (*.223.20.129)
    한국만화만이라도 제발!사서봅시다..
  • 지한수 2002.08.04 23:08 (*.83.173.27)
    고병규씨는 천재로 불리우고 있죠. 안타깝네요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신규입점자 신년이벤트) 기타매니아 홈 메인광고 받습니다(배너제작 가능) 23년 1월 31일까지 file 뮤직토피아 2023.01.19 57500
공지 [공지] 파일 첨부기능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개선완료.. 뮤직토피아-개발부 2021.02.17 70663
공지 "댓글" 작성시 주의부탁드립니다. 3 뮤직토피아 2020.03.09 86113
공지 "기타메니아" 문자/로고 사용에 관한 건 뮤직토피아 2020.02.14 77813
공지 [필독 공지] 연주회 소식을 메인에 노출을 했습니다. 2 뮤직토피아-개발부 2019.11.02 82533
2252 미국에는 이승기님이 계십니다(기타유학) 1 2001.03.03 4070
2251 오스카 길리아 선생님 어디서 가르치셔요? 2001.03.01 4193
2250 페르난데즈 정말 연주 잘 하더군요. 셰인 2001.02.25 4694
2249 독일에는 전승현님이 계십니다. 2001.02.14 4394
2248 오스트리아에는 고종대님이 계십니다. 2001.02.12 4139
2247 일본 큐슈에서의 작은연주회. 서승완 2001.02.10 4450
2246 동형님이 올리신 중국 여류기타리스트 근황 일랴나 2001.02.02 4493
2245 냉중에 중국가면 북경에 으랏차차님 계실꺼니까... 2001.01.31 4116
2244 중국 기타계 소식....편지글 퍼온글. 2001.01.25 4794
2243 ☞ 냉중에 중국가면 북경에 으랏차차님 계실꺼니까... 으랏차차 2001.02.02 4247
2242 2001년 Alessandria 콩쿨 지정곡 발표 시골남 2000.12.25 4388
2241 선입견... 5 간절한 2002.08.07 3366
2240 뭐가 무서운지... 3 간절한 2002.08.07 2985
2239 요즘가장보고픈연주회.....이수진(기타) 임동혁(피아노) 중주. 2002.08.07 3129
2238 축하.........이성준 국제콩쿠르대상 3 2002.08.07 3505
2237 개인비디오녹화기(pvr).....송혜교만 골라 볼수있다고 합니다. 3 2002.08.07 3208
2236 축하....안네소피무터(39세)가 앙드레프레빈(73세)과 결혼. 5 2002.08.07 4358
2235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2 진성 2002.08.06 3104
2234 살에 손톱 붙이는 방법 알고 계신 분 계세여?????????????????????????????????????????? 7 아따보이 2002.08.06 5570
2233 물 먹은 기타...뿅 가넹??? 7 간절한 2002.08.06 3665
2232 소식 한가지. 1 진성 2002.08.05 2784
2231 제가 이메일답장을 안해서 속상하신분만 보셔요...전 꼭 답장을 한답니다. 3 2002.08.05 3118
2230 ^^임동혁 독주회 갑니다~ 3 이수진 2002.08.05 3071
» 죽어가는 한국만화계....떠나는 만화가들... 4 사무 2002.08.04 3969
2228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6 file ~바리 2002.08.04 3643
2227 양쉐페이 그녀는 누구인가? 10 으랏차차 2002.08.04 3487
2226 혹시 클래식기타곡으로 쇼팽의 즉흥환상곡 있나여? 3 기타치는소년 2002.08.04 3723
2225 - 17 - 2002.08.04 3785
2224 스페이스님, 라파레님.... 2002.08.04 2917
2223 딸내미에게 팝송을 녹음해주며.. 11 아랑 2002.08.03 3152
Board Pagination ‹ Prev 1 ... 493 494 495 496 497 498 499 500 501 502 ... 573 Next ›
/ 57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hikaru100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