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by 셰인 posted Jul 1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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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스케이팅은 연기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순위가 결정되는 게임이지요.  이 피겨부문에서의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불문률이 있다고 합니다.  인지도라고 하지요.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같은 큰 경기에서 혜성같은 존재가 출현해서 아무리 잘해도 심사위원들이 예술성에 대한 점수를 박하게 준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미리 중소 국제대회에서 연기를 선보이고 챔피언이 된 유명 선수들에게 어지간하면 점수를 잘 주며 그래서 피겨부문에 진정한 신데렐라는 없다고 합니다.  

또 하나의 불문율은 러시아 캐나다 미국 등 전통피겨강국을 비집고 변방국이 입상하기는 훨씬 불리하다는 것입니다.  요전대회에 페어부문에서 상당히 귀풍스런 연기를 하던 리투아니아 팀은 언제나 실력 마이너스 알파의 편파채점으로 올림픽은 물론 국제대회에서도 변변한 결과를 못낸 불운한 팀으로 피겨를 좀 안다는 사람들은 말하더군요.

미에 관한 사람의 판단은 얼마나 외부적인 요인없이 본질에만 집중한다 할 수 있을까요?  

심사위원으로 나선 전문가 집단이 그 정도면 대중의 개인개인들이 음악을 받아들이고 판단하는데에도 명성이나 이력, 평론, 소문 등 상당한 음악 외적 요인이 알게모르게 작용하리라는 것은 과학적인 검증은 불가능하겠지만 상식적으로 추론이 가능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연주가의 입장에서 일단 쌓아놓은 명성은 쉽게 도전받는 것은 아니지요.  

또 어느 한 개인이 어렸을 때 혹 젊었을 때 강렬하게 받았던 어느 기타리스트의 연주는 평생 기타연주에 대한 규범으로 작용하는 것이 결코 특별한 경험이 아닙니다.  더구나 그 과거가 기타로 멜러디와 반주만 구분되게 치면 경이롭던 시절이었다면.   저 역시 존윌리엄즈의 샤콘느 연주는 정신못차릴 충격이었고 중학교 시절 고물카셋플레이어에 걸고 달달 외울 정도로 매일 들었으며 평생 지속될 기타에 대한 사랑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주었던 연주라 하겠습니다.   지금은....?  좋은 연주 중 하나입니다.

선조와 도루묵 얘기는 교훈은 다르지만 미각 (味覺) 을 소재로 해서 인간의 지각이 믿을 수 없는 허상임을 나타내는 우화의 우리나라 버젼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어디 미에 대한 판단력 뿐이겠습니까?   사고체계 자체가 시대의 흐름이나 유행에 금방 물들지요.  한 시대의 조류를 만드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일단 형성된 유행이나 사조는 그 시대에 속하는 사람들의 사고를 상당부분 좌지우지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잘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죠.  

미나 가치체계에 관한 사람들의 지각능력은 그리 신뢰할만한 것이 못되나봅니다.  

어렸을 때 월간음악에서 본 기사에서 어느 우리나라 바이올리니스트가 그가 콩쿨에 나가지 않는 이유를 말합니다.  누구도 남의 음악을 그렇게 순위를 매겨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죠.  아나키스트같은 무모함일지는 모르나 저는 그런 판단력과 함께 예술가로서의 그 심지와 기개를 읽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연주역사가 짧은 기타엔 신구 세대를 막론하고 아직 영웅이 너무 많습니다.  물론 그들 대부분은 훌륭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들의 음반을 꺼내는 횟수가 점점 줄어듭니다.  새로 접하는 다양한 연주자들, 특히 콩쿨입상이나 메이저 음반출시등 변변한 이력없는 연주가들 중에서 빛나는 보석을 발견할 때의 반가움을 찾고 있거나 대가라 해도 다른 악기 연주자의 연주를 듣는데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추신)  잡설이 길었습니다.  여기서 "사람"들이 어떻다고 할 때는 대중이 그런 경향이 있다는 뜻이지 모든 개인들에게 다 적용된다는 뜻이 아니니 부디 개인적으로 (personal) 받아들이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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