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축구팀과 졸지에 한 지붕아래에서 저녁먹은 이야기.

by 이은호 posted Jun 2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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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디서 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지난 토요일 오후 스페인과의 경기 역시 가슴을 졸이며 비겁하게 방송을 피해 다녔다.


왜?  내가 보는 경기는 우리 편이 무조건 지니까.   그래도 스페인만큼은 지난 금요일까지만 해도 우리 편에 속하는 팀이이었는데...   우리 편끼리 싸우니 지난 토요일 경기는 더욱 헷갈릴 수 밖에 없었다.


이 지긋지긋한 징크스의 시작은 프랑스 월드컵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부터였고, 국내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연장전 경기를 하는 시간에 나는 선릉역에서 서울대 입구로 가는 전철 안에 있었고, 늦 장가 든 친구의 고추동이가 돌 잔치 한다는 부페식당에 도착하니 직원이고 하객이고 모두 연장전 막판을 보고 있었다.  즉시 눈과 귀를 틀어막고는...  흑흑흑...


아 ~ 정말 궁금한 승부차기!   그래도 이를 악물고 그 크나 큰 부페식당 홀 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얌마~ 너 지금 어디야!  나 여기 왔는데 아무도 없어!!" 


친구 왈, "넌 축구도 안보냐?  지금 승부차기 중인데!!!   으으~~~~~  우와하!!!!!  이겼다 이겼어!!!"


전화기를 집어 던졌는지 전화통화는 끊어지고, 그 처절한 침묵과 외면의 내 응원도 이번 경기 역시 성공리에 끝마쳤다.   "만 쑤~~~~~~~~~에!!!"   


이렇게 해서 오는 25일 준결승 독일과의 경기 중에는 실내 수영장에라도 가야 할 신세가 되어 버렸다.


한편, 갈수록 승부가 어려워지는 이유는 이제 외면 응원에 동참하고 지지하던 식구들마저 나를 하나둘 배반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리라.   이탈리아와 경기할 때는 그동안 믿어 온 우리집 여왕마마가 붉은 셔츠를 입고 공주들을 맡겨둔 채 거리로 뛰쳐 나갔고, 이번 스페인 경기 때는 아이들 모두 붉은 셔츠에 페이스 페인팅까지...   아~  그리고 어제는 어디서 찾았는지, 아마도 독일과 시합할 때 입으라는 뜻인지 'polo' 라고 새겨진 시뻘건 셔츠까지 입게해서 결국은 여지껏 '울트라 니뽄' 복장을 고수하던 나를 악마로 만들어 버렸다.  ^^


지난 토요일 [참을성지나침증후군]으로 인한 심각한 뇌손상(?)이 채 치유되기도 전, 다음 날인 일요일 아침 일찍 스카우트 제복 대신 악마복장을 한 대원들과 육군사관학교 나들이를 했다.   육사박물관에는 포루투갈 팀의 방문기념품이 그들의 싸인이 담긴 피버노바와 함께 놓여 있었고, 내가 목에 두른 항건의 색깔과 참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일찌감치 짐싸서 집에 간 유럽 강팀들에 대한 연민도 느꼈다.



 


여기서 잠깐, 위의 사진 중에 숨어있는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는 공주님 대원 둘을 소개하고자 한다.  ^^



육군사관학교 나들이 마치고, 부모님 네 분과 모든 월드컵 응원에 수고하시는 가족 여러분들께 한번 거하게 쏴야 한다는 여왕마마의 분부를 받들어, 나를 제외한 열 한분(축구 한 팀 인원 11명 맞나?)의 붉은악마 가족응원단을 모두 강남에서 고기가 제일 맛있다는 청담동의 무슨 대감인가 하는 이름의 식당으로 모이라고 연락을 했다.


아!  뭘 입고 가지?  나의 '울트라 니뽄' 복장은 세탁중에 있었고, 여왕마마의 눈치를 단번에 알아챈 나는 지체없이 붉은 셔츠를 입고 운전대를 잡았다.


고기집에 도착하니 재미있는 소식이 우리를 끌어안듯 반겨준다.  크크크...


국가대표 축구팀 저녁식사가 예약되어 있다는 감격스런 소식!!!


내 한 달 월급에 가까운 고기 값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두들 넋이 나간 상태에서 식사를 마치고, 모두들 대표팀 출현 소식에 정신이 팔려있다.   아이들이 더 문제다.   유부남인 안정환 선수를 왜 사모하는지 난 이해를 못하겠다.   꺼이꺼이~ T.T  


대표팀 차 앞에서 낙서도 하고 사진도 찍어야 한다며 길거리 편의점에서 일회용 카메라와 매직펜을 사오란다.   누구?  누구긴 누구... 여왕마마지.     이미 다 팔려서 품절된 카메라를 사려고 만원짜리 한 장 달랑 들고 빗속을 땀나게 뛰어가서 겨우 하나 찾았으나 돈이 모자란단다.  핸드폰 맡기고 나중에 갚겠노라 생쑈까지 한 덕분에 아래와 같은 사진 몇 장을 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식당 앞에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 아저씨들의 배려(?)로 이운재 골키퍼와 안정환 선수의 모습을 그 후질근한 일회용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머리 위에 둘째 공주를 앉힌 상태에서 오른 팔을 번쩍 치켜든 채,  "우와~ 이운재!!!  박수!!!"(찰칵!), "끼야아악~  안정환!!!" (찰칵) - 고함소리만 듣고 카메라를 쥔 손만 들이밀어 어림잡아 찍은 나의 촬영솜씨가 오늘 현상을 해 놓고 보니 어찌나 대견한지...  ^^


첫째 공주는 안정환 선수의 사진 왕창 현상해서 자신을 싸인을 곁들여 반 친구들에게 돌릴 예정이라 한다.  크~


기대했던 히딩크 감독은 여자친구 만나러 하얏트 호텔로 갔다던데, 그의 뒷 이야기도 생각난다.


지난주 일요일 드림랜드에 함께 놀러갔던 어느 기타리스트 아저씨의 재담이다.


"요즘 히딩크 감독이 바쁜가봐?  내가 연주하는 곳에 요즘 발길이 뜸하네?  뭣 때문에 바쁜거야?...  아~참!!  요즘 월드컵 시즌이지?  그 일 때문에 바쁜 모양이군~"   (꽈당!!!)


그래, 이제 붉은 셔츠를 입고 대표팀까지 조우를 했으니, 내일 독일과의 경기는 텔레비전 앞에서 "대~한민국!!!" 을 한번 외쳐 보리라!  ☞ (그냥 한번 해본 말이니 축구 관계자 여러분께서는 신경쓰지 마시길...  정말로 야간 등반이라도 할 계획이니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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