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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한국어
(*.204.27.25) 조회 수 3931 댓글 5
전 글 잘 안 퍼갖고 다니는데, 속이 시원한 글을 만났기에 함 퍼와봅니다.  재미나게들 읽으시길.  (전 제 고등동창 홈피에 누가 퍼온 것을 다시 퍼온거라 정확히 어디서 왔는지는 모릅니다만, 글투를 보아하니 딴지일보가 아닐까 싶군요...)


(이하퍼옴)------------------------------------------



"우리는 강팀이다"

[월드컵] 우리는 강팀이라니까.

2002.6.19.수요일
월드컵 취재팀



 

(토티)

우선 이 이야기부터 하자. 찝찝함을 털어버리기 위해.

인정하자. 우리에겐 약간의 운도 따랐다. 이 천수가 그 유명한 말디니 튓통수를 냅다 갈겨 버린 걸 - 속으론 통쾌했다만 - 고의든 아니든 심판이 못 본 거, 혹은 봤는데 고의성이 없다 판단한 거 그런 거 운이 아니고 뭔가. 최하 옐로 먹을 뻔 했다. 또, 토티가 막판에 그런 짓 해서 퇴장당한 거, 그거 우리에게 운이 아니고 뭔가. 물론 어느 쪽도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는 아니었겠으나 적어도 선수들에게 심리적인 영향은 줬을 게다. 토티의 행동을 심판이 헐리우드 액션으로 해석한 건 우리에게 분명 운이었다.

슬로우 모션으로 여러 각도에서 다시 보자면 송종국이 패널티를 받을 상황이 아닌 건 명백했지만, 토티의 자빠짐은 헐리우드 액션으로 해석될 소지도 있었고, 또 아닐 수도 있었다. 그 자빠지는 장면만 놓고 냉정하게 따져 본다면 그냥 둘 다 털고 일어나 게임 계속해 자슥들아.. 하는 게 가장 정확한 답일게다.

그런데.

토티의 다음 액션, 바로 그게 문제였다. 넘어지자 그는 공을 잡고 항의하며 일어섰다. 패널티킥이라는 거다. 사실 그가 그냥 일어섰다면 아마 게임은 그대로 진행되었을 게다. 그러나 그는 공을 쥐고 일어선다. 바로 이 포인트에서 그는 경고를 먹게 되고,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한다.

이게 왜 경고인가.

우선 먼저 이태리 선수들은 경기 전체를 통해 심판에게 신뢰를 잃고 있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에콰도르의 Byron Moreno 주심은 게임 후 AFP와 이런 인터뷰를 한다.

이탈리아에선 "심판을 매수했다"는 얘기가 돌 정도로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 반박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국이 개최국이라는 사실을 잊고 게임을 진행하였다. 진행 도중에 한국에 단 1%의 어드밴티지도 없었다는 것은 확신한다. 패배한 팀의 심판판정에 대한 불만은 어느 게임에서나 있어 왔던 문제다.

경기를 운영하는데 특별한 문제는 없었나?

- 대체로 원활한 진행을 한 것 같다. 다만 이탈리아 선수들이 반칙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남발해서 당황스러웠다. 이탈리아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를 제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심판은 토티의 그 행동을, 경기 내내의 이태리 선수들 플레이 경향으로 봤을 때 패널티킥을 유도하기 위한 헐리우드 액션으로 봤던 거다. 세계 최대 스포츠 전문채널 ESPN 기자의 논평을 보자.

한국은 이태리를 압도적인 정열의 게임으로 이겨버렸다. 나는 이태리 축구를 사랑한다. 하지만 지난 멕시코 경기에서와 오늘 밤 경기에서 그들의 심판에 대한 태도는 너무 심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은 원하는 모든 걸 얻으려 했고 어떤 심판의 결정이든, 그것이 아무리 정확한 것이라 해도, 항의했다.

Christian Panucci (난 그를 젊은 히틀러라 즐겨 부른다)가 전반전에 했던 끌어당기는 '폭력행위'(강도의 폭력행위라는 뉘앙스)는 한국 감옥에 가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였다.(축구장이 아닌 곳에서 그렇게 했다면 폭력행위로 구속될 정도였다는 비유다)

그리고 Francesco Totti - 그 혼자만이 아니었다 - 는 '오 이런 나의 아름다운 얼굴, 그가 때린 곳을 즉각 움켜줘야 해..'라고 불릴 행동으로, 슬로우 모션으로 보면 전혀 아무런 접촉도 없었음이 너무도 명백한 상황에서도, 심판을 속여서 상대편에게 경고를 주게 하려는 시도를 했었다.

프란세스코의 말처럼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 그러니까, 토티 너는 어쩌면 두 번째 경고를 받을 만큼 헐리우드 액션을 한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그런 건 상관없다고 본다. 넌 (이미) 너무 지나쳤으니까.

토티가 퇴장 당한 건 이태리 선수들의 자업자득이다. 경기 내내 반칙과 헐리우드 액션을 남발하던 선수가 패널티킥을 줄만한 상황이 아닌데 공을 잡으며 패널티킥을 요구하자, 심판은 히바우도가 터키전에서 헐리우드 액션한 것과 마찬가지의 맥락으로 그 행동을 해석했던 거다. 그래서 경고 하나 먹였다. 그 결과 경고 누적으로 퇴장이고. 피파가 올해 신설한 규정에 따르면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의 헐리우드 액션은 옐로가 아니라 바로 퇴장까지 줄 수 있도록 엄격하게 적용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 하나 더.

이번 월드컵 경기장엔 피파 규정에 의해 21대의 카메라를 설치하고 그 중 한 대가 심판을 따라 다니도록 되어 있다. 경기가 끝나면 피파 위원회는 그 비디오를 분석해 심판들을 엄정하게 평가하고 점수를 매긴다. 그래서 이번 대회 들어 심판들은 피파가 불라고 되어 있는 반칙은 어김없이 불어 버린다. 나쁜 점수 받지 않으려고. 이번 대회가 다른 대회에 비해 패널티킥이 훨씬 많은 이유도 바로 그래서이다.

다른 예를 들 것도 없이 전쟁을 방불케 했던 빅게임, 잉글랜드-아르헨티나전이 결국 패널티킥으로 끝났다는 걸 떠올려 보시라. 그런 경기에서 패널티킥을 선언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만약 편파적인 것처럼 보이는 판정이 나온다면 그건 심판이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저지르게 되는 실수에 불과하다. 그렇게 해서 불리한 판정을 받는다면 그건 받는 쪽이 운이 없는 거고.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운이 있었다.. 라고만 하고 이야기를 맺어버리면 사실 우리에게 불공평하다. 공정하게 말하자면, 최소한 옐로를 먹었어야 마땅했을 수많은 이태리의 반칙들도 함께 언급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누적된 경고로 벌써 경기 중 한 두 명은 퇴장 되었어야 했을 이태리의 플레이도 언급해야 한다는 말이다.

패배에 익숙한 우리는, 이태리 같은 강팀을 그냥 이길 리 없다 생각하는 우리는, 우리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도 항상 그 상황을 외국의 시선으로 검증 받아야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는 우리는... 우리가 한 반칙만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이 채이고 맞고 걸려 나자빠지는 건 왜 억울하게 생각하지 않나.

반칙과 시뮬레이션으로 세계적 악명을 떨치는 이태리의 세리에 A 리그에서 단련된 이태리 선수들이 우리 선수들을 읔 소리 나게 자빠뜨리는 거친 반칙을 해대고, 자기들이 넘어질 때는 그냥 넘어져도 크게 비명을 내지르는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었음에도 그걸 반칙으로 불지 않는 심판에게는 왜 불공평하다 주장하지 않나. 이 소심한 사람들아. 그렇게 거칠게 군 이태리 보다 오히려 우리가 더 많은 수의 반칙을 더 먹었다는 걸 아는가.

98년 하석주가 퇴장 당한 걸 떠올려 보라.



우리는 그 하석주의 퇴장 이후 하석주의 백태클보다 훨씬 심한 태클임에도 퇴장은커녕 경고도 받지 않는 무수한 태클을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봤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우린 그저 우리가 재수가 없이 시범 케이스로 걸렸고.. 피파에서 이번 월드컵에선 백태클 규정을 엄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미리 경고했는데 차범근감독이 선수들에게 시합 전에 충분히 명심 시키지 못했다느니 하면서.. 그렇게 우리끼리만 지지고 볶으며 패배를 받아들였다. 우리가 어디 심판 판정에 억울하다고 제대로 항의라도 한 번 하고, 지금 이태리가 난리치듯 국가적으로 난리라도 한 번 떨어봤나. 우린 그저 우리가 잘못했거니.. 그냥 찌그러졌다.

근데 이번 월드컵에선 피파가 헐리우드 액션, 피파 공식 용어로 시뮬레이션 - 축구 좀 좋아한다는 친구들은 이 행위를 다이빙한다고 할 때 그 '다이브'라고 한다. 멀쩡하게 지 혼자 땅에 다이빙하듯 자빠진다 이거다 - 행위에 대해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올해 3월 28일 일본 도쿄 켄벤션센터에서 열렸던 워크숍에서 피파는 지난 프랑스 대회에서의 백태클을 엄격 적용했는데 이번엔 새로운 규정인 시뮬레이션을 신설해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했다. 스포츠맨쉽에 어긋난다는 거다. 백태클이 공격수를 보호하고 공격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자는 거라면, 시뮬레이션은 정반대로 수비수를 보호하고 엉뚱하게 승부가 갈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거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퇴장 먹었을 땐 우리끼리 피파 규정을 숙지를 못했네 어쩌네 하며 자학하더니, 이런 명백한 규정이 있음에도 이번엔 왜 이태리더러 피파 규정 뒤져보라고 당당하게 못하나. 왜 이번에도 우리끼리 쫄아서 우리끼리 궁시렁거리고들 있는 건가. 오히려 전세계에서 한국 축구에 반한 사람들이 늘어가는 이 마당에 왜 또 이렇게 우리끼리 쪼그라들어 있는 거냐고. 이 못난 사람들아.

이러지들 마시라 제발. 왜 이렇게들 당당하게 우리 승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나. 그래, 우리가 운이 좀 좋았다고 쳐보자. 그래서? 운이 있었다는 게 죄라도 되나. 겨우 그 정도 운에도 뭘 그렇게 두리번거리고 있는가. 차라리 토티의 퇴장이 없었더라면 우리가 훨씬 시원하게 승리했을 텐데 하며 아쉬워하는 사람들, 이해는 간다. 하지만, 시뮬레이션 규정을 우리가 만들었나. 왜 우리가 우리끼리 쪼그라드는 건가.

이태리가 뭐라고 하건 신경 끄자. 열 받고 흥분하지도 말자. 그냥 냅두자. 그들은 지금 세계 40위에 졌다는 것에 대한 변명거리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니 이태리가 뭐라든 흥분 할 거 없다. 게다가 이 앞의 경기에서 몇 개의 골을 오프사이드라고 판정 받아 잔뜩 약이 올라 있었다지 않은가. 이태리의 대응은 세계 여론의 비아냥을 이미 충분히 받고 있으니 그냥 냅두고 우리는 다음 시합이나 준비하자. 그렇게 억울하면 전후반 90분 동안 두 골 넣지 그랬어. 자슥들.

그리고, 지난 번 포르투칼전부터 계속해서 우리는 편파 판정으로 올라갔다느니, 우리가 올라가면 월드컵 수준이 낮아졌다고 세계 비웃음을 사지 않겠느니 하며 스스로 쪼그라든 사람들아. 오늘 자 시드니 모닝 헤럴드지의 월드컵 기사 첫 머리가 이렇게 시작한단다.

It's official. This is the greatest World Cup ever. South Korea have made sure of that.

제발 못난 짓 좀 그만 해라. 나중에 본지가 이태리 넘들이 왜 그렇게 날뛰는 건지 아주 상세하게 밝혀줄테니, 지금은 우리의 자랑스런 선수들이 만들어 낸 이 믿기지 않는 기적 같은 승리나 최대한 만끽하자. 이런 건 우리 세대가 죽을 때까지 다시 오기 힘든 기회다. 그리고 스페인전이나 준비하자.

대~한민국 !


(비에리)

28년 만에 나간 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마주쳤던 세기의 천재 마라도나, 94년 미국 월드컵 우리와의 경기에서 전반에만 2골을 뽑아냈던 독일 최고의 스트라이커 클리스만, 그리고 가까이는 98년 프랑스에서 우리를 오대떡으로 깨버렸던 네델란드를 상징하는 스트라이커 베르캄프...

이들 당대의 세계적 선수들과 우리 선수들이 맞서 그들의 플레이에 일방적으로 밀릴 때도 결코 이런 느낌은 아니었었다.

비에리. 이 넘은 공포였다.

헤비급 복서이기도 했다는 이 넘은 그저 그 자리에 버티고 서 있는 자체만으로도 그 주변 힘의 균형이 심하게 일그러지는 게 그냥 TV를 넘어 피부에 와 닿았다. 그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우리 수비수들은 그와 부딪혀 넘어지는 게 아니라 튕겨져 나갔다. 비에리가 붕 날아서 우리의 최진철을 튕겨내 버리며 그물이 찢어져라 헤딩 골을 박아 넣었을 때, 한편으로는 땅이 꺼질 듯 했지만, 또 한 편으로는 전율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

이 녀석 진짜 쎄구나..

이런.. 무슨 짐승 같은 넘을 상대로 우리 선수들이 싸워야 하는구나.. 이 넘들 진짜 강팀이구나.. 피가 끓는다.. 그래, 씨바 강팀이랑 싸워서 이기든 지든 해야, 그래야 월드컵이지.. 이게 무슨 박스컵인가.. 그래 월드컵엔 강팀이 어울린다..

이번 월드컵 지역 예선에 참가한 국가 수가 198개국. 그걸 4년 동안 전세계에서 걸러내 어제까지 190개 나라가 떨어져 나갔다. 190개국 떨구고 8개국만 남기는 진검승부에서 약팀이랑 붙는 건 성이 안 찬다. 우리가 진정 얼마나 강팀인가는 강팀과 붙어야 판가름 난다. 16강, 8강은 그 승부의 결과. 이런 쎈넘들이랑 정면으로 붙어서, 그래서 박 터지게 싸워보지도 못하는 건 도대체가 성이 안 찬다.

그래서 난 이 쎈 넘들을 보며 흥분했다. 이놈들 쎄구나.. 이런 쎈 넘들이랑 대구리 터지게 싸워 진다면.. 그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바라는 건 한 가지. 져도 좋다.. 다만, 선수들이여 그대들의 플레이를 보여다오. 가진 걸 다 쏟아 부었는데.. 그래도 실력차로 이기지 못하면 그건 할 수 없다.. 그러나, 상대가 무려 '이태리'라고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기가 죽어서.. 그래서 지지만 말아다오..

미친 듯한 90분이 지나고, 다시 연장도 한참이 흘렀다 싶었던 어느 순간.. 골든볼이 터졌다. 가슴이 터질 듯한 그 순간, 문뜩 그라운드에 뻗어있는 비에리를 봤다.



그라운드에 넘어져 있는 그 '덩어리'보다 승리를 피부에 와 닿는 건 없었다. 우리가 저 녀석을 KO시켰단 말인가.. 저 쎈 넘을..

아.. 씨바.. 우리는 강팀이구나..

 

(히딩크)

후반 18분 황선홍이 교체될 때만 해도, 그래 아무래도 안정환이 패널티킥을 실축하고 마음의 부담을 걷어내지 못해 자꾸 슛이 뜨니까 안정환과 교체하는 거구나.. 했었다. 아마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을 게다. 그런데 김태영이 빠졌다.

음.. 김태영이가 코가 터져 막고 뛰던데.. 생각보다 심각한가 보군. 그런데 김태영을 빼면.. 대충 이민성.. 최성용 또는 이을용..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정신 없어서 그냥 넘어갔다.

그런 다음, 김남일이 발목을 접질려 쓰러지면서 아.. 큰일 났다.. 저 깡다구를 누가 대체하나.. 수비형 미드필더라면.. 그렇다면..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이천수가 나왔다. 옴매. 하긴 히딩크 축구는 토탈사커 멀티 플레이어를 지향하지.. 누구나 두 세 가지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고 했지.. 이천수가 그 역할도 되나 보다.. 그런데.. 마지막 선수교체 사인이 나온다. 번호를 보니 홍명보다. 그리고, 차두리를 넣는다.

악..

순간적으로 소름이 끼쳤다.

저 순간에 홍명보를 빼다니. 최근 10년간 홍명보가 뛴 대표팀 경기에서 후반 10분도 안 남기고 지고 있는데 부상당한 것도 아닌 멀쩡한 홍명보를 뺀 경기를 혹시 본 적 있으신가. 단언하건 데 없다. 아니 부상이 아닌 홍명보를 넣었다가 뺀 경기 자체가 사실은 기억에 없다. 이로써, 부상당했다는 최용수를 제외하고 우리가 가진 스트라이커들은 전부 다 집어넣었다.

설기현, 황선홍, 안정환, 이천수, 차두리. 이 선수들 전부가 한 경기에 뛰는 걸 본 적 있는가. 이 선수들이 함께 전부 하프라인을 넘어 적진 깊숙히 박혀 있는 걸 본 적 있는가. 어제 후반 막판 그런 일이 벌어졌다. 원톱, 투톱이 아니라 파이브 톱이 된거다. 허허...

그렇게 들어온 우리 기관차 차두리는 전반의 비에리가 무색하게 이태리 선수들을 쓸어버린다. 차두리와 부딪혔다 하면 나자빠지는 이태리 선수들, 골을 제외하고 경기 전체를 통털어 가장 통쾌했던 순간들이었다. 그렇게 헤집고 다니던 차두리는 0.9골로 인정해도 하나도 억지가 아닌 멋들어진 오버헤드킥을 하며 분위기를 완전히 우리 쪽으로 넘어오게 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 상황에서때 홍명보를 빼고 차두리를 집어 넣는 거, 이런 발상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목표에 부합되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게 반칙이 아니라면,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진정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사람만이 가능한 짓거리다. 그 순간 대한민국에 있던 그 누가 그런 교체를 머리 속에 떠올리기라도 했을까. 이건 우리 선수들 모두의 승리였던 만큼이나, 그리고 가슴이 터져라 응원했던 우리들 모두의 승리였던 만큼, 히딩크의 승리였다.

아.. 씨바.. 히딩크.. 이 사람 어떻게 하면 좋나 이거..

 

(트라파토니)

트라파토니. 이태리 감독. 그는 게임이 끝난 직후 인너뷰에서 이렇게 말을 했다. 아름다운 게임이었다.. 그러나 승자는 이태리여야 했다.. 뭐 이런 소리를 하다가 갑자기 내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을 했다.

이태리가 더 골을 넣을 찬스가 많았다..

허..참.. 우리가 이태리 감독에게서 이런 말도 다 들어보네..

이런 말은 약팀이 게임에 지고 나서 하는 말이다. 우리 언론이 내용에선 이기고 승부에선 졌다며 애써 우리끼리 위로하고 딸딸이 치는 거 그거 참 오랫동안 보아왔다. 슈팅수의 우세에도 불구하고.. 문전처리 미숙으로.. 이길 수도 있었던.. 강팀과 대등한 경기를 펼쳐.. 세계를 놀라게.. 석패.. 분패.. 분루.. 다음을 기약.. 이런 말 참 지겹게도 들어왔다. 맨날 분루를 삼키고 맨날 분패하며 맨날 다음을 기약하며.. 그렇게만 수 십년을 보냈단 말이다.

그러나. 강팀은 이유가 어쨌든 그냥 이겨버리고 말이 없는 거다. 우리가 골 넣을 찬스가 더 많았다... 이런 소리를 경기에 지고 나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경기 중에 골을 더 많이 넣어 이겨 버린다. 그리곤 이겨버린 팀은 잊어버리고 다음 게임 한다. 그게 강팀이다.



골 찬스 더 많았다구? 누가 뭐래. 근데 '골'은 우리가 더 많이 넣었거든? 잘 가... 허..참.. 우리가 월드컵을 3번이나 제패한 이태리라는 축구 초강국의 감독에게서 이런 말도 다 들어본다..

 

(차범근)

그날 중계방송 중 최고의 압권은 연장 후반 설기현 선수가 비에리의 공을 뺏었다가 뒤에 우리 선수가 있는 줄 알고 발뒤꿈치로 백패스 했는데 그걸 비에리가 잡아서 이운재 골기퍼와 1대1 상황이 되었을 때 터져 나왔던 차범근의 절규.

" 아~ 안돼요~~ 안돼요오오오~~~ "

그 절규 한 마디가 한국의 아니 전세계에 있는 모든 한국인의 심장을 가장 정확하게 대변한 해설이었다. 그리고, 골든골로 8강이 확정된 뒤 해설자고 시청자고 모두들 흥분해 정신 없이 횡설수설의 수준에서 해설을 하는 와중에 차범근이 했던 말.



" 정말 모든 선수들이 아들 같습니다! ! 저기에 우리 아들도 있지 않습니까! 하하하하 ! "

이 한 마디를 여태 월드컵 중계 중 가장 인간적인 멘트에 봉하는 바이다. 도대체 얼마나 그 말이 하고 싶었겠는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차범근 해설이 그 어눌함에도 불구하고 3사 중에 가장 인기가 있는 이유는, 물론 풍부한 세계 레벨의 경기경험에서 우러 나오는 정확하고 수준 높은 안목도 안목이지만, 무엇보다 그가 풍기는 인간미 때문이다. 선수들의 실수를 질책하기 보다는 항상 감싸주고 시청자들에게 왜 선수들이 그렇게 했어야 했는지 이해시켜려 노력하는 그의 해설은, 사람을 흐뭇하게 만든다.

차범근과 차두리는 역사상 9번째 부자 선수로 월드컵 기록에 올랐고, 또한 우리의 폭추기관차 차두리는 폴란드 전에서 교체 되자마자 30여초만에 골기퍼 대가리를 걷어참으로써 월드컵 역사상 교체선수 최단시간 옐로카드를 받는 기록을 남겨버린다. 그 장면을 목격한 본지 작명팀의 해석에 의하면 차두리는, '차둘만 한건 모조리 차둔다'라는 뜻이 아닌가 한다. 차두리, 차범근 화이팅 !

 

자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복창하고, 다음 경기를 맞이하자.

 

우리는 강팀이다 !
Comment '5'
  • 으히~ 2002.06.23 23:20 (*.222.197.240)
    속이 쉬원하다네요. ^^
  • 까치 2002.06.24 01:09 (*.195.175.36)
    정말 대단한 분석... 가슴 후련한 평... 나에게 있어서도 미직지근하게 스쳐지나갔던 생각을 딱 꼬집어 정리한 멋진글.
  • 룰루 2002.06.24 06:18 (*.36.188.64)
    딴지일보의 기사입니다.
  • 김진수 2002.06.24 06:51 (*.99.185.45)
    아~~~ 울고싶당 ㅠ.ㅠ 이사람 누구죠? 월드컵(트로피) 줘버립시당
  • 정성민 2002.06.24 09:47 (*.191.27.157)
    야~ 역쉬 딴지야 ㅋㅋㅋ 하나두 안지루한글~ 가벼운듯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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