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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한국어
2002.04.30 10:07

진정 힘겨운 것은...

(*.233.14.173) 조회 수 4111 댓글 1
주변에 불평분자들이 많습니다.
대한민국의 현실을 개탄스러워하죠.
대개는 생계에 관련된 것들입니다.
이런 개탄스러운 현실이 울나라의 좋은점을 상쇄시켜버려 안타깝습니다.
부정이 긍정을 압도하는시대...
알고보면 울나라가 좋은점이 참 많은데...
4계절이 뚜렷하고
다소 신경질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본질적으로는 따뜻한 사람들.

제가 가장 힘겹게 느끼는 것은
<편견>과 <관습>입니다.
어느나라를 가나 이런 편견이나 관습들은 존재하죠.
또 관습이 무조건 나쁜것일 수만은 없구요.
그러나 지역에 대한 편견,
여성에 대한 편견,
학벌에 대한 편견,
인종에 대한 편견,
장애인에 대한 편견,
업종에 대한 편견...

거기에 숱한 고정관념화된 관습들.
결혼은 미친짓이다,라는 소설과 영화가 나올정도로
이미 순수성을 잃은 결혼 관습.
'이럴때는 반드시 이래야 한다는 관념의 감옥들.
이런 것들이 젤루 피곤합니다.

계절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좋은 기사라고 생각되어 딴지일보에서 퍼왔습니다.


[사설] 개구리에게 열린 마음을?

2002.4.28.일요일
딴지 매체비평 우원회

  최근 세계적인 명성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디스커버리> 등과 자매지 결연을 맺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D일보 계열의 인문 학술지 <위클리 딴티컬리즘>지 필진들이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개그맨을 비하하는 행동을 하여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20일 열린 <미디어 권력, 헤게모니의 주체>라는 TV 토론회에서, 대중과 미디어 간 커뮤니케이션에 관련된 질의응답을 하던 이들은 방청객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하여 즉석에서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방송인을 답하게 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이에 대부분의 방청객들이 백지연이나 손석희라고 답하며 토론에 임했으나, 진지한 얼굴의 한 방청객이 가장 훌륭한 MC로 이경규를 꼽자, 진행자들은 물론 패널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던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그러자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발행인 김모씨가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제스추어를 취하면서 어떻게 개그맨을 방송인이라 부를 수 있냐는 식의 분위기를 유도했고, 다른 방청객들도 호응하며 크게 폭소를 터뜨리는 등 토론회장을 소란하게 했다.

이어 역시 필진 중 하나인 뚜모가 그렇다면 가장 훌륭한 배우는 누구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자신을 개그프로 매니아인 하모라고 밝힌 이 방청객은 고인이 된 희극인 서영춘 씨가 가장 훌륭한 배우라 생각한다고 답했는데, <위클리 딴티컬리즘>의 필진들은 이에 대해서도 숨이 넘어갈 정도로 웃는가 하면, 가장 본받고 싶은 방송인으로 유재석과 김용만이 언급된 데 대해서는 아예 눈물까지 흘리며 웃어 토론을 진행하지 못할 정도였다.

또 하씨가 가장 천재적인 한국의 프로듀서로 "따옴표"라는 오락프로의 담당 PD를 꼽는 데에 이르러서는 방청객들의 실소가 다시금 터져나오는 가운데, 최근 정치과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근 후보의 자격-줄자의 유무>를 쓴 너모 주필이 손수 자신의 책을 건네며 그걸 꼭 읽겠다는 하모 씨의 다짐을 받아낸 뒤, 방송이 끝난 사석에서 요즘 젊은이들의 문화 수준에 대해 크게 개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일들이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알려지면서 그것을 비판하는 게시물이 1000건이 넘게 올라오는 등 네티즌들의 소소한 반발이 있자, <위클리 딴티컬리즘>의 편집장 최모 씨는 <무나일보>와의 이너뷰를 통해, "거기서 언급되었던 개그맨들이 모두,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정도로 우스꽝스러운 진정한 웃음의 전도사요 프로 개그맨이라는 걸 많은 이들에게 알리려는 의도였는데, 사람들이 잘못 받아들인 것 같다."며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너그럽게 받아달라"고 시청자들의 꽁꽁 닫힌 마음을 애교스럽게 지적했다. <구라속보 제공>

힘줄 기자(JOKKA@DDANTI.COM)/2002년 4월 27일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이 먼 소린가 할 거다.

MBC에 <느낌표>라는 연예오락(으로 자체 분류된) 푸로그램이 있다. 지난 20일 그 푸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코너에서, 어떤 책을 즐겨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만화책을 좋아한다고 답한 시민을 향해 김용만, 유재석 등의 진행자들이 폭소를 터뜨리는 등 비하적인 반응을 보였고, 또 그것이 자막까지 붙여진 채로 여과없이 방영되었다 하여 네티즌들이 반발, 문화일보에 보도까지 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후 MBC 측은 프로그램 VOD를 편집해서 올렸고, 그 뒤엔 무슨 이윤지 MBC 전체의 프로그램 다시보기 기능이 마비 되어씀)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 "또 만화냐, 만화 좋아하는 애들 왜 이렇게 시끄럽나" 라는 식으로 생각할 독자들 분명 있을 거 안다. MBC 게시판은 물론 각종 만화관련 게시판을 보면, 졸라 분개하는 "일부"와, 그게 그렇게까지 흥분할 일이냐 라는 또다른 "일부"의 의견, 그리고 그들의 치열한 공방 사이에 "울 누나 이뿌지롱" "내 빵귀 냄새 절라 독해" 등의 게시물을 끼워 넣으며 초를 치는 무관심파까지 낑궈들어, 이 세 파의 싸움이 좌충우돌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 답부터 내리자면 이 사건의 본질은, "만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는 어느 일부에게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훨씬 더 큰 범위에 걸쳐져 있는 문제다.

보통, 어느 방송이 간호사를 비하했다 하면 간호사들은 쌩난리가 나지만 그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자신과 상관 없으니 그러려니들 한다. 지금 이 문제도 역시 대중은 그것과 마찬가지로 접근하고 있다. 간호사면 분노, 아니면 무관심. 만화 좋아하는 사람은 분노, 아니면 무관심.

그러나 단언하는데 이 문제는 일부가 아닌 모두의 문제다.

왜냐구? 문제의 핵심은 요기에 있다. <느낌표>에서 비하했던 건 만화가 아니라 "시민"이었다는 것이다. "만화"를 비하하기 이전에 "만화 좋아하는 시민" 을 비하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 사건엔 세 가지 쟁점이 발생한다. 다음은 가장 첫 번째 뽀인트다.



개그맨들이여. 싹아지 없음은 만민 앞에 평등할 때 재능이다.

예전에 TV에 자주 얼굴을 비췄던 <부루노>라는 이뿌장한 이태리 남자를 아마 대부분은 기억하실 거다. 중국 총각이랑 여행 다니고 태권도 잘 하던 그 꿀색 금발 총각 말이다.

이쁜 얼굴에, 한국 사람들이 원하는 착하고 말 잘 듣는 외국인 역할을 너무나 잘해 버린 나머지 오히려 개성을 상실해버려, 요즘은 잊혀져 버린 사나이.(아니 그냥 집에 돌아간 건지도 모르지만)



격들 나시는 감? 부르노...

이 총각이 책을 하나 낸 적이 있다. 근데 거기에서의 그는 그렇게 착하기만 한, 우리 입맛에 딱 맞는 외국인 인형은 아니었다. 그도 좃선 광고처럼 할 말은 해부렸던 것이다. 거기 보면 그가 방송 일을 하면서 가장 놀랬던 것 중의 하나가 진행자들이 방송에 출연한, 연예인 아닌 일반의 평범한 시민들을 놀리는 거(그것도 외모를), 바로 그것이었다.

뚱뚱하다, 얼굴 크다, 촌스럽다, 말투가 웃긴다, 다리가 짧다.. 이런 것들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놀려대고 웃음을 참지 못하는 그들...

그는 이러한 것들이 너무나 놀라웠다고 한다. 사실, 우리에겐 놀랄 거 없는 일들이다. 그리고 본 기자, 모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너무 경직되는 것도 반드시 좋은 현상은 아니니까. 그런데 이거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는 얼마 전 제이레노라는 미국 코미디언 넘이 개고기 망언을 하여 졸라 열 받은 일이 있었다. 그래 맞다. 이넘 정말 싹아지 엄는 넘이다. 가만히 보면 미국의 유명한 코미디언들, 토크쇼 진행자들, 다 싹아지 없고 막말 하기로 유명하다( 제이레노. 이 밉살스러운 얼굴 좀 봐라. 혈압이 낮아 부시 건강이 안 좋다고 하자, 혈압만 낮냐, 평생 동안 학점도 낮고 지능도 낮았자나, 이러는 넘이다).


근데 미국넘들은 왜 이런 넘들을 좋아할까. 오프라 윈프리가 갑부 리스트에 오를 만큼 돈을 벌어도 아무도 배 아파 하는 기색이 없다. 자격이 있다고 당연하게 여긴다.

그건 바로, 그넘들의 그 싹아지 없음이 만민 앞에 평등하기 때문이다. 이넘들은 즈이 나라 대통령들을 만나도 몬가 잘못한 거 있으면 약점 찔러대며 비웃고, 비꼬고, 비틀고, 막말을 해댄다. 그것도 엄청 지능적으로. 그걸 보는 시청자들, 졸라 통쾌하다. 그런 간뎅이 부은 짓 아무나 못하는 거니까. 아무나 못하는 거 혼자서 할 줄 안다면 그거는 재능이다. 그러니 그 맛으로 냅두는 것이다.

그런데 일전에 김용만, 유재석 등이 출연한 푸로그램에서 국회우원 집 찾아다니면서 쌀 기부 받아서 좋은 데 쓰는, 머 그런 게 있었다. 그래 쌀 기부 받으러 다니는 거니 공손하기도 해야겠지. 뭐 얻으러 가서 당당한 넘 봤나.

하지만 본 기자 단언하건대 그것은 분명 아쉬운 소리를 하러간 사람, 딱 그 만큼의 공손함이 아니었다. 그걸 넘어섰다(게다가 그 쌀 얻어다가 자기 먹을 것도 아니고 어려운 사람들한테 쓰는 건데 말이다). 그들의 행동은 정말이지 영낙 없이 교장실 불려온 초딩이었다.

울 나라 정치인들 권위의식이 미국의 몇 배인 건 사실이지만, 그래봤자 굽실대지 않았다고 쥑이겠냐? 고개도 제대로 못들고 예이~ 예이~ 하고 있는 모습. 그래 좋다 이거다. 모 정치성 있어야만 개그맨이냐. 웃기면 되지. 그리고 정치인이기에 앞서 어른이니까 싹아지 있게 굴고 공손한 거 그게 모가 나뿌냐. 아 물론, 그거야 좋지.

문제는 그런데, 평범한 시민한테는 졸라 싹아지 없고 개기고 무시하고 이러니까 문제 아닌가. 이 푸로에서 개그맨들이 가장 잘못한 점은, 멀쩡하게 취미 가지고 사는 시민한테 지들이 괜히 말 시켜 놓고는, 기냥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렸다는 거다. 그러니깐 지들은 무슨 자기 돈 내서 공익사업이라도 하는 양으로 잘난 척을 하고, 개그맨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어야 되는 임무는 그냥 지나가던 시민을 아무 생각 엄는 넘으로 몰아서 놀려먹는, 걍 그걸로 떼웠다는 거. 그거다. 젠장 이런 개그맨 나도 하겠다. 누가 못하겠나. 일차적인 문제는 그거다. 평소에 만화에 대해 제대로 된 고민 같은 거 안 해봤다는 건 다음 문제고.

원래부텀 누구한테나 공손한 거는 착한 넘이라 그러고, 원래부터 누구한테나 싹아지 엄는 넘은 특이한 넘이라 그런다. 근데 쎈 데 가선 싹아지 있고, 약한 데 가선 싹아지 엄는 넘, 그런 넘을 모라고 부르는지 아냐? 삐꾸다. 난 재능 있는 연예인이 CF 이틀 찍고서 몇 천만원 버는 거 별로 배 안 아푸다. 나는 못하는 거 할 줄 아는 넘이니까.

근데, 삐꾸가 그러는 건 배 아푸다. 졸라 짱난다. 제발, 생각 좀 하고 살아씀 한다. 세상에 거저 먹을 수 있는 건 진짜 하나도 없다. 맨날 "이틀간 철야 촬영하느라 병원 실려 갔어요" 같은 얘기는 그만 하고, 새로 나오는 개그맨들처럼 그 뇌를 철야 좀 시켜보란 말이다. 몸 힘든 거야 우리 동네 건물 지으시는 십장 아저씨 만큼 힘들겠냐, 솔직히?

글타. 사실, 만화에 관련된 문제는 개그맨한테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니다. 토크쇼에 나와서 갠적으로 한 말도 아니고, 엄연히 PD가 있는 고정 푸로그램에서 한 일이다. 특히나 이런 경우의 연예인들은 그냥 나팔수일 뿐이다. 근데, 요즘 나팔수들의 오바질이 하늘을 찌른다. 왜인가. 나팔수가 가장 오바질 할 때가 언젠가? 원님 행차할 때다. 그럼 원님은 누구냐고?

방송국이여. 방송권력의 삽질이 하늘을 찌르는도다.

텔레비전 방송은 애초에 권력을 갖게 되어 있다. 어찌 안 그렇겠나.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내 생각을 떠들 권리를 주는데.

발언권, 이게 젤 무서운 거다. 하루죙일 설교하는 게 교회 목사들의 일만이 아님을, 어쩌다 택시 타보면 한낮의 라디오 방송을 통해 알 수 있음이다. 머, 나름대로 본 기자가 이 글을 쓰는 것도 그런 거겠지. 하지만 본지를 비롯하여, 만화나 음악이나 책이나 연극이나 영화는 싫으면 안 보면 된다. 근데, 방송은 싫어도 보게 되어 있다. 왜? 틀면 나오니까.

쪼매난 얼라 때부터 TV 안보고 살 수가 없었다.

더더구나 울 나라처럼 채널도 몇 개 없고, 무슨 사회 문화시설이나 복지시설도 후져서, 돈 엄는 서민들은 해 떨어지면 집에 들어와 TV 앞에 앉는 거 외에는 어떤 뾰족수도 없는 곳에서 그건 완전 벼슬이다. 어찌 고을 원님 정도에 비하리. 밤에 무슨 푸로 하나 보고 담날 학교 가서 이거 본 사람 하면, 모 거의 대부분이다. 채널이 백 개씩 되는 미국이나 일본에선 있을 수 없는 일. 그렇다면 이거 얼마나 엄청난 권력이며, 얼마나 막대한 영향력이 있겠는가.

그런데. 자고로 나라가 망하는 게 어떨 땐가. 졸라 독재자 왕이 왕권을 엄청 강하게 해놓고 아들한테 물려 주고는 꼴까닥 한다. 근데 불행히도 항상, 아들이 졸라 멍청하다. 지금이 바로, 그 짝이다.

물론, 방송 자신은 자신들이 가진 권력을 나름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한다는 목적이 있으므로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에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보자.

대표적으로 <러브러브 하우스> 같은 경우. 이 푸로는 그 안에 내재된 문제점들을 신동엽의 탁월한 균형 감각과 소탈하고 서민적인 이미지(사실 이미지만이 아닌 거 같다. 그는 특권의식 같은 건 조금도 없어 보인다)에 졸라 많은 부분을 기대면서 빠져 나가는 푸로다.

신동엽이 몸 불편한 할머니를 부둥켜 안고 덩실덩실 춤을 추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수백 수천의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 사연을 더욱 더 구슬프게 보이기 위해 엄청난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과, 방송사와 건설/인테리어 업체 사이의 관계와, 틈나면 비춰지는 은근한 생색과, 환호하는 아이들과 엄마를 가운데 놓고 양쪽에 선, 참말 미치게 무능한 아버지와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건축가의 음양 같은 대비가, 그냥 스르르 녹아내린다.

신동엽 쯤 되면 개그맨을 원님 덕으로 나팔 분다고 "비하" 할 사람은 없을 거다. 게다가 분명 이 프로그램이, 집을 한 채 지어줄 수도 있을 만큼의 그 대단한 권력을 사회를 위해 쓰고 있다는 것만은 자명하니까.



그러나 65호 딴따라의 <일밤 게릴라 콘서트 아직도 개기고 있냐>라는 비평을 보라. 이 푸로그램은 연예인들과 방송이 대중을 너무나 사랑하고 섬긴다는 것을 알리는 내용처럼 철저하게 위장하고 있지만, 실은 처절한 방송사 똥꼬 핥기다. 방송사가 연예인을 삐끼 삼아 대중에 군림함으로써 자기들의 권력을 연예인들에게는 물론 제 스스로에게 과시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마치 대중을 섬기는 일인 듯이 위장하고 있단 거다. 문제는 이 위장이다. 즉, 속이고 있단 말이다.

5000명이 안 모이면 가수활동 그만둬야 되니까 제발 와 달라고? 누가 그만 두래는데? 대중이 그만 두랬나? 아니, 방송사다. 그럼 5000명이 모이면? 누가 방송하라고 허락해 주는데? 역시 방송사다.

방송사가 특명을 내리고, 그걸 연예인들은 반드시 해야 하고, 그걸 도와주는 도우미가 대중이다. 그렇잖은가. 주인이 아니라 도우미란 말이다. 연예인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여러분, 감사합니다"를 외치는데, 그 속뜻을 따져보면, "이거 못하면 나 방송사에서 혼나는데(별 볼 일 없어지는데), 여러분이 도와주셔서 이제 혼 안나게 생겼으니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이거에 다름 아니다.

방송사가 까라면 까야 된다. 그리하여 뮤지션으로서의 자질은, 대중의 하룻밤 동정심으로 평가된다. 또한 뮤지션으로서의 노력은, 전단지 돌리며 "제발 와주세여~" 구걸하는 정성의 정도로 판단 된다. 대체, 누가 이렇게까지 대단한 권력을 주었나. 지금 이러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는 자들의 자질을, 우리는 검증도 하지 않은 채 이대로 놓아두어도 될 것인가. 이거 실은 우리의 안일함 탓이 아닌가?

이번 <느낌표> 사건은 그 자질 없음이 드러난 한 가지의 예일 뿐이다. 시청자 게시판에 1000개가 넘는 항의 게시물이 올라왔음에도, 이들은 사과는커녕 자체 비평 푸로인 <TV 속의 TV>에서조차 간단한 언급도 없이(오히려 이 푸로를 은근히 칭찬했다) 철저히 무시했다. 이건 만화 비하는 물론이거니와, 시청자 비하, 시청자 개무시라는 초건방 중에서도 "울트라" 건방이다.



최소한 <tv속의 tv>에서라도 언급(사과가 아니더라도)은 했어야 옳다

이 푸로그램의 PD에게 묻는다. 열린 마음으로 보아달라고? 열린 마음은 그럴 때 쓰는 말이 아니다. 그건 동성애자 같은 소수의 약자들을 그래도 포용해야 한다고 주류의 사람들에게 호소할 때에나 쓰는 말이다. 장난으로 던진 돌멩이에 맞아 죽는 개구리를 내려다 보면서, "죄송한데요, 정말이지 제 의도는 아니었거든요? 열린 마음 좀 가지세요" 할 때 쓰는 말이 아니란 말이다.

한국만화, 완전히 침몰해 가고 있다. 하지만 당신들에게 그거 알아달라는 거 아니다. 그 시민이 언급한 만화들 속에 우리 시대의 거장이라고 불리워도 손색이 없을 만화가들의 명작이 들어있었다는 거, 그걸 알아달라는 것도 아니다.(명작이 아니면 또 어쩔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다만, 방송이 책 안 읽는 세상을 비판하고 고쳐 보겠다고 나서기 이전에 방송은, 방송 스스로를 비판하고 나섰어야 옳다는 거다. 시민들에게 만화책 보지 말고 책을 읽으라고 권하기 전에 먼저, TV는 몇 시간이나 보는지 물어보고 TV 대신 책 보라고 했어야 옳다는 거다.

긴 말 더 안하겠다. 사과하라. 힘을 가진 이들의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을, 권력을 가진 데 따르는 떳떳한 책임감을 보여달라. 대한민국의 방송을 대중이 신뢰할 수 있게 해달라.



대중이여. 지하철에서 만화를 보는 게 부끄러운가.

문제는 이거다. 우리가 실은, 맘 속으로 부끄러워 하니까 그들의 웃음이 화나는 거다. 그들의 편견이 우리에게 상처를 주었고, 우리 깊은 곳에서 그게 콤플렉스가 된 거다. 부모랑 선생들한테 만화 보다가 쥐어터졌던 그 더러운 기억이.

글타. 비웃으면 어떠냐. 조까라 그래. 조까. 이 말 들으면 아마, 바른 언어 사용해라, 만화나 보고 다니니까 저 모양이지 등등의 소리나 하겠지. 너희는 "바른" 어휘를 쓴다지만, 본 기자는 "가장 적절한" 어휘를 쓴다. 그래야만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 본 기자의 심정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이 지구상에 "조까" 밖에는 아무 것도 없다.

아마도, 만화를 보는 게 부끄러운 이삼십대 직딩들이 많을 줄 안다. 본 기자도 지하철에서 볼 때 약간은 신경 쓰인다. 몰래 숨어서 보던 습관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일본 사람들이 책 많이 본다더니 일본 가 보니까 전부 만화 보더라." 하며 왁자지껄 웃음을 터뜨렸던 어느 TV 푸로그램, 본 기자도 아직 기억한다.

<느낌표>의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수많은 항의 글 사이 사이에는 이런 식의 말들이 자주 끼어있더라.

"초등학생 천국이군" "애들이 시끄럽다" "십대 때나 만화 본다"

10대들은 "PD 아저씨 너무해여.. 만화가 어때서.. 봉순이 언니보다 수준 높은 만화도 많은데.. 내가 멀 잘 몰라서 그러는지 모르지만.." 이라는 식으로 겨우, 정말이지 힘겹게, 응수할 수 있을 뿐이다.

걱정 말라. 멀 잘 몰라서 그런 것 아니다. 소설에 걸작보다 졸작이 많은 것처럼, 만화도 마찬가지다. 만화계에서 전설이 된 걸작들은, 80년대와 90년대를 통틀어 울 나라에 나왔던 모든 예술 작품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찬사 받는 것들도 있다.

침묵하는 30대에게 묻는다. 불과, 10년 전일 뿐이다. 서태지를 듣고, 가방 속에는 만화 잡지를 하나 쯤은 넣고 다니며,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꿈꿨던 30대들이여, 모두 어디에 있는가. 이제 우리는 "십대 때나 만화 본다"는 말을 태연스레 할 수 있는, 모든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을 한 덩어리로 뭉쳐서 그야말로 하찮게 씹어던져 버려도 조금의 찝찝함도 느낄 수 없는, 편견으로 가득찬 꼰대 아줌마 아저씨인가?

TV 오락푸로에서 여자 연예인 가슴이나 훔쳐보고 카드빚 걱정으로 한 달을 보내는, 아무런 매력도 개성도 자신조차 없어서 돈이라도 있어야 여자 구경이라도 해 볼 수 있는, 뉴스가 연일 보도하는 그런 아저씨들인가. 아직 어린 아기를 혀 수술을 하니 어쩌니 하며 교육 시키느라 바빠서, 이제 문화 같은 것들은 뒤집어지든 엎어지든 상관 없는 극성 맞은 아줌마들인가.

지하철에서 만화 보는 게 부끄러운가. 그 부끄러움이 우리들을, 내 전 세대, 그리고 그 전 세대, 그 전전 세대와 아무 것도 달라진 것 없는 낡은 삶으로, 낡은 세상으로 몰고 간다.

깨어나라. 그들이 또다시 무슨 책을 감명 깊게 읽었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우리를 울고 웃게 했던 그 만화들을 답하라. 비웃고 또 비웃어라. 우리는 한없이 당당할 테니.


    딴지 매체비평 우원회 함주리
(dandy@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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